나는 다시 읽을 때에는 얼굴을 붉힌다.
왜냐하면 많은 문장이 작가인 내가 판단하기에도
마땅히 삭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오비디우스

 

 * * *

  

아리스토텔레스의 저 유명한 말, 즉 '자기 작품을 경멸하며 박대하는 것까지도 모정다운 뽐내는 애교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은 얼마나 정곡을 찌르는 말인가. 그리스 철학자의 그 말을 인용했던 몽테뉴는 또 얼마나 재치있게 그 자신의 허물을 용케 피해 갔던가.

 

애정으로 떨리고 있는 증거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어리석게도 나는 내 책 이야기를 하느라고 내 책을 늘려 간 것인가! 어리석고말고, 이와 같은 일을 하는 다른 자들을 두고 나도 똑같은 말을 한다. "그들이 자기 작품에 그렇게도 자주 곁눈질하는 것은 그들이 자기 작품을 위한 애정으로 떨리고 있는 증거이고, 자기 작품을 경멸하며 박대하는 것까지도 모정다운 뽐내는 애교에 지나지 않는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자기를 평가하거나 경멸하는 일은 흔히 똑같은 오만한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할 이유만으로도 그렇다. 다른 점에서보다도 이 점에서 내가 더 자유로워야 하지만, 내가 나의 다른 행동들에 대해서 하는 식으로 나와 내 문장에 관해서 쓰고 있는 이상 내 제목은 그 자체로 뒤집히는 터이니, 모두가 이 변명을 받아 줄 것인지 모를 일이다.

 

나는 옛사람들의 글을 여기에 내 멋대로 끌어들임으로써 그저 나의 '곁눈질'에 대해 조금이라도 덜 부끄러울 수 있을까를 궁리해 보며, 서둘러 옛 사람들의 등 뒤로 내 꼬랑지(혹은 꼬라지?)를 감추고 싶은 마음 뿐이다.

 

(북플이 새로 등장하면서 여러 변화가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던 '공감' 단추가 사라졌고, 다들 '좋아요'가 좋으니 좋을 대로 하자고 '좋아요' 단추가 새로 도입되었다. 그런 건 다 좋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오래 전부터 애써 공든 탑 쌓아 올리듯 쌓아 왔던 '추천 + 공감 + 좋아요'의 누적 포인트까지도 '좋을 대로' 차감당하는 건 뭔가 좀 억울하다 싶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그 사소한 '단추' 한 번 누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그리고 그 한 번의 '누름'을 당하기가 얼마나 더 어렵던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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