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Iphis and Anaxarete.

Engraving by Virgil Solis for Ovid's Metamorphoses Book XIV, 698-764. Francfurt 1581

 

 


하지만 새끼염소들이 질 때 이는 파도보다 더 인정머리없고,

노리쿰의 불이 벼리는 무쇠나 아직도 살아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바위보다 더 단단한 그녀는 그를 무시하고

조롱했어요. 게다가 그녀는 잔인하게도 매정한 행동에

거만한 말을 덧붙이며 사랑하는 남자에게서 희망마저

빼앗아버렸어요. 이피스는 오랜 고통의 고문을 참다못해

그녀의 문 앞에서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했어요.

'아낙사레테여, 그대가 이겼소.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대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오. 즐거운 개선 행렬을 준비하시구려!

그대는 이겼고, 나는 기꺼이 죽으니까요. 자, 무쇠같은 여인이여

기뻐하시구려! 확실히 그대는 내 사랑에도 무엇인가 그대의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는 것을 시인하게 될 것이고, 내 공로를 인정하게

될 것이오. 하지만 그대에 대한 내 사랑이 내 목숨보다 먼저 나를

떠나지 않고, 내가 두 가지 빛을 동시에 잃었음을 기억하시오!

그리고 내 죽음을 전하기 위해 소문이 그대에게 다가가는 일은

없을 것이오. 나 자신이, 그대는 의심하지 마시오, 몸소 나타나 그대에게

보일 것인즉 죽은 내 시신으로 그대의 잔인한 눈을 즐겁게 해주시구려!

하지만 하늘의 신들이시여, 인간들이 하는 짓을 그대들이 보고 계신다면,

나를 기억해주시고 (내 혀는 이제 더 이상 기도 드릴 수 없나이다.)

내 이야기가 긴긴 세월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게 해주소서!

그리고 그대들이 내 목숨에서 빼앗은 시간을 내 명성에 덧붙이소서!'

그는 자신이 가끔 화환으로 장식하곤 하던

문설주를 향하여 눈에 눈물을 머금고 창백한 두 팔을 들더니

문 위에다 고를 낸 매듭을 매면서 말했어요. '여기 이 화환이

그대의 마음에 드시오, 잔인하고 불경한 여인이여?'

그리고 그는 그때에도 얼굴을 그녀 쪽으로 향한 채 매듭 안에

머리를 밀어 넣고는 목구멍이 졸린 채 불쌍한 짐으로 매달렸어요.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4권 711∼738행

 

 

 

아낙사레테의 집은 마침 눈물겨운 행렬이 지나가는 길

가까이 있어 곡소리가 매정한 그녀의 귀에까지 들려왔으니,

복수하는 신이 벌써 그녀를 몰아대고 있었던 것이지요.

한데도 그녀는 마음이 움직여 '비참한 장례식을 보아야지!' 라고

말하고 창문들이 활짝 열려 있는 다락방으로 올라갔어요.

그녀는 이피스가 거기 관대 위에 누워 있는 것을 응시하는 순간

두 눈이 굳어지고 몸에서 더운 피가 빠져 나가며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발이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얼굴을 돌리려 했으나 이 역시

할 수 없었어요. 이미 오래전에 그녀의 매정한 가슴속에

들어 있던 돌덩이가 차츰차츰 그녀의 사지를 차지했던 것이지요.

그대는 이것을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지 마세요. 살라미스에는

아직도 공주의 상(像)이 남아 있으며, 그녀는 또 그곳에 앞을 보는

베누스라는 이름으로 신전도 갖고 있어요. 나의 요정이여,

부디 이들을 기억하시고는 무심함과 오만을 버리고 사랑하는 남자와

결합하시오. 그리하여 봄 서리가 그대의 싹트는 과일들을 얼리지 않고,

거센 바람이 그대의 꽃피는 과일들을 흔들어 떨어뜨리지 않게 되기를!"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4권 748∼764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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