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에는 ······ 여러 가지 분야가 개척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리학은 개개의 정신적인 힘이나 가능성의, 점차적인 변화에 의한 필연적 획득이라는 새로운 기초 위에 세워지게 될 것이다. 인간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 광명이 던져질 것이다. 

 - 찰스 다윈, 종의 기원 中에서

희망을 그렇게도 강력한 즐거움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미래가 동시에 여러 형태로, 그것도 모두 동일하게 미소지으며 동일하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가장 원하던 것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다른 것들을 희생해야 할 것이며, 그리하여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들로 가득차 있기에, 미래에 대한 생각은 결국 미래 자체보다도 더 풍부하기 때문에 우리는 소유보다는 희망에서, 현실보다는 꿈에서 더 많은 매력을 발견한다.

 - 앙리 베르그송,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 中에서

 * * *

식물, 동물, 인간


'생각의 역사'를 살펴보기 위해서 우리는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까. 우주의 시원과 태양계의 생성과 지구의 탄생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철학자도 물론 있을 것이다. 칸트가 "자연현상에서 최초의 근원은 전적으로 형이상학의 대상임이 명백하다"(『생명력에 대한 참된 평가에 대하여』)라고 말한 점에 비춰봐서도, 아득히 먼 과거에 있었던 '어떤 생각'에 대해 살펴보는 일은 분명 철학자의 몫이 틀림없다. 나로서는 '생각의 역사의 시작'을 우리 인간과 동물과 식물을 구별하는 데서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고 본다.

식물은 동물보다 훨씬 적은 욕구를 가지므로 결국 아무런 인식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그래서 식물은 자극이 인식의 대용물이고 거기에 반응한다. 동물은 자신의 욕구와 동기에 따라 행동하므로 신경체계와 뇌가 발달해야 했고, 그에 따라 뇌의 기능인 '의식'이 갖춰졌다. 그러나 동물들은 오로지 '현재'만을 살아갈 뿐 과거와 미래를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아마 아직 어떤 동물도 별이 있는 하늘을 주시하지 않았을 것이다.'(쇼펜하우어, 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  오직 인간만이 온갖 다양한 생각들을 '우주 너머'까지 뻗친다. 인간이 지닌 그런 오성이나 이성 또한 까마득한 과거부터 저절로 주어진 것은 물론 아니었다. 그것은 '사상 최고의 아이디어'를 찾아낸 찰스 다윈에 의해 '서서히 진화해온 결과'임이 드러났다.

이 기회에 누군가, 자연이 곤충에게도 최소한 초의 불꽃으로 돌진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오성을 나누어주었어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 답변은 이렇다. 물론 그럴 것이다. 다만 인간이 초를 만들고 불을 붙이리라는 것을 자연은 알지 못한다. "자연은 어떤 것도 헛되이 하지 않는다." 따라서 오직 비자연적 환경에 대해 곤충의 오성은 충분하지 않는 것이다.(111쪽)

인간에게서 다른 동물들을 매우 능가하는 오성은 부가되는 이성(비직관적 표상 능력, 즉 개념 능력인 반성과 사유능력)에 의해 지원된다. 그렇지만 그 지원은 오직, 한편으로는 동물의 욕구를 훨씬 넘어서고 무한히 증가하는 인간의 욕구에 비례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적 무기와 자연적 엄호의 전적인 결여와 크기가 같은 원숭이의 근력보다 뒤지는, 비교적 약한 인간의 근력에 비례한다. 동시에 그 지원은 도피에서 인간의 무능함에 비례한다. 인간은 달리기에서 모든 네 발의 포유동물보다 뒤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 지원은 또한 인간의 느린 번식, 긴 유아기, 긴 수명에 비례한다. 이것들이 개별자의 확실한 보존을 요구한 것이다. 이 모든 큰 요구들은 지적 능력을 통해 충족되어야 했다. 그래서 이 능력이 인간에게 그렇게 뛰어난 것이다. (112∼113쪽)
 - 쇼펜하우어, 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 中에서



생각의 시작

원시 인류의 최초의 생각과 사고를 더듬어볼 수 있는 방법은 고대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유물은 약 270만 년 전 에티오피아의 고나 강변에서 발견된 '돌조각'이라고 한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인간은 주로 채식을 했고, 두뇌의 용적 또한 지금보다는 훨씬 더 작은 원시인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16∼17세기 탐험의 시대에 아메리카, 아프라카, 태평양 등지의 수렵-채집 부족들이 여전히 석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돌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동물에 비해 '돌'을 사용할 줄 알았던 우리 조상은 마침내 '생각의 진화'를 시작하게 된다.

초기 인류가 '도끼란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품게 된 것은 대략 지금으로부터 약 70만 년 전이라고 한다. 인간이 불을 처음 사용한 시기였던 142만년 전으로부터 따지면 무려 70만 년 이상이나 더 지난 셈인데,
그 뒤로 인간은 '사냥을 통한 육식'이 가능해지면서 두뇌를 키울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직립 보행 덕분에 인간은 턱의 구조가 바뀌고 혀의 정교한 놀림이 가능해져 언어에 필요한 여러가지 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돌도끼의 사용은 결국 사냥한 동물의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한 이빨의 크기까지도 점차 줄이게 되어 언어의 발달에 더욱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고, 집단 생활에 따른 의사소통의 발달은 결국 생각을 '공유'하는 데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언어의 발견

2002년에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약 20만 년 전 언어와 관련된 유전자에서 중대한 돌연변이가 일어나 현생인류의 언어능력이 발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언어는 결정적으로 '협동'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작살의 미늘과 추위를 극복하는데 결정적이었던 '바늘'을 찾아내기에 이른다. 막스 프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가 2004년에 그 연대를 계산한 결과는 지금으로부터 7만 5천 년 전이라고 한다.

'불과 도끼와 미늘과 바늘'을 갖춘 인류는 빠른 속도로 '영역'을 넓혀 나가는데, 아프리카를 벗어난 현생인류는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시베리아와 아메리카는 물론 머나먼 바다 너머 오세아니아로까지 진출한다. 이 무렵부터 갑자기 인간 거주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면서 언어는 더욱 발달할 필요성이 커져갔다. 인류학적 증거와 연구에 의하면 수렵-채집 부족들이 인구 약 1∼2천 명당 하나의 언어를 갖고 있었으며, 인류가 시베리아를 건너 알래스카로 갔을 무렵 세계 인구는 약 1천만 명으로 추산되며, 그에 따른 전세계 언어의 수를 6,800여 가지로 추정한 결과를 내놓기도 하였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인류가 마침내 '나, 너'를 넘어 3인칭 '그(그녀)'를 부를 수 있게 된 건 고작(?) 9천 년 전이라고 한다. '그'의 역사는 짦아도 너무 짧다. 혹은 반대로 '그'를 부르는 데 수백만 년이 걸린 셈이다.


(생각의 역사 1 : 불에서 프로이트까지 中에서)


문명의 탄생, 그 이후의 발견들

『생각의 역사』의 저자 피터 왓슨은 생각의 영역을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구별하여 역사를 살핀다. 우선 '저기 바깥'의 역사가 있다. 인간의 외부에 속한 세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관찰의 세계, 여행, 발견, 측량, 실험 등 요컨데 흔히 과학이라고 불리는 물질적 세계가 있다. 또 하나의 다른 흐름은 '내면의 탐험'이다. 영혼, 또다른 자아, 아리스토텔레스와 대조되는 플라톤적 관심이 그것이다.

1만 2천 년 전부터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기후가 안정되자 역사의 '커다란 방아쇠'가 당겨졌고, 동식물의 사육과 농경의 발명에 뒤이어 비옥한 초승달에서부터 문명이 탄생했다. 그후 '내면의 탐험'으로부터 온갖 종류의 신과 종교가 탄생한다. '저기 바깥'으로부터 
화약과 나침반, 인쇄술 등이 발명되고 나자 '인간의 생각'은 온갖 걷잡을 수 없는 '생각들'을 끊임없이 쏟아내게 된다. 세계 인구의 급증과 더불어 전쟁, 종교, 철학, 예술, 그리고 과학의 발전이 뒤따랐다. '상상력의 폭발'이 찾아낸 온갖 발명품들은 숫자, 법, 대학, 도서관, 학문, 신대륙에 이르고 마침내 르네상스를 맞는다.


내면의 탐구, 자아의 발견과 프로이트의 등장까지

여기서부터 이야기의 무대를 약 500년 전 프랑스의 남부 페리고르 지방으로 옮겨보자. 거기서 우리는 고색창연한 중세의 성에서 평생 동안 '자신의 내면'을 깊이 성찰했던 '몽테뉴'라는 인물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느닷없이 '중세의 한 인물'을 내세우게 된 건 그 어둡고 답답했던 '중세의 인물' 가운데 이분만큼 '생각의 역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몽테뉴(1533∼1592)가 살던 세상은 코페르니쿠스가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통해 지동설을 주장했던 시기와 겹쳤으나 중세 유럽은 여전히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이 엄연히 지배하고 있던 세계였다. 철학은 신학의 시녀로서 '인간에게 편안한 죽음을 맞도록 해주는 데' 충실하도록 강요받고 있었다. 하지만 몽테뉴가 그런 시대적 분위기에 반기를 들고 '지식의 목적은 인간에게 현세에서 더 올바르게, 더 생산적으로,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데 있다는 (당시로서는) 놀라운 주장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그는 인류의 관심을 조금씩 더 허공에 뜨기 시작한 '내세의 구원' 이야기로부터 땅바닥에서 일어나는 '세속 세계'로 끌어내림으로써, 이른바 '인간'을 중시하는 인본주의 시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코페르니쿠스와 몽테뉴가 우주와 지구, 신과 인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전통적인 시각을 근본적으로 뒤바꾼 이후, 데카르트와 칸트가 등장하여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를 더욱더 깊이 사유하게 되고, 마침내 '사상 최고의 아이디어'를 찾아낸 다윈에 이르게 되면서 전통적인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은 급속한 퇴조를 맞게 된다. 다윈 이후, 칸트의 계승자를 자처한 쇼펜하우어의 주저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읽고 철학자의 길에 접어든 니체의 등장은 결국 영혼의 최신판 이론인 '과학적 심리학'의 분야를 개척하기에 이르렀다. '신은 죽었다'고 목청을 높혔던 그가 '세속화(탈종교화)'의 대안으로 내세운 것은 '인간에 대한 심층적 심리의 이해'였다.

최초의 위대한 심리학자로 불린 니체는 '지금까지의 심리학은 도덕적 편견과 공포에 갇혀 있었다. 저 깊은 바닥으로 과감하게 내려가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그의 바통을 과감하게 넘겨 받은 인물은 프로이트였다. '숨겨진 동기를 보고 말해지지 않는 것을 듣는' 니체의 능력 때문에 프로이트도 니체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고 술회했으나, 프로이트는 감정과 욕망이 겉으로 말하는 것과 다르다는 데 착안해 '무의식'의 개념에 이르렀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다윈'으로 비유했던 프로이트는 후세의 여러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가 살았던 당시의 알맞은 시대적 배경 덕분에 매우 중요하고 시의적절한 평가를 얻었으며, 그의 폭넓은 이론은 '자아의 비합리적 측면에 일관성을 부여했고, 과학의 이름으로 격상'되었다. 물론 프로이트가 맨먼저 무의식을 발견하지는 않았다. "19세기의 심리학자 또는 중세 심리학자 중에서 무의식적 사고 작용이 실재할 뿐 아니라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마크 D. 올트슐이 「인간행동에 관한 개념들의 기원」)고 한다.


프로이트가 사망한 이후 20세기 과학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가속페달을 밟는 동안에도, 자신의 생애의 대부분의 시간을 자기 방의 침대 속에 틀어박혀 기나긴 소설을 쓰는데 바쳤던 마르셀 프루스트도 '내면의 탐구'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걸작 소설을 통해 인간의 의식 속에 깊이 감추어진 '내면의 자아'를 찾아 나서는 또다른 길을 보여줌으로써, 몽테뉴적 사고의 혁신과 일맥상통하는 프랑스인 특유의 '내적 성찰'의 전통을 또다시 보여주었다. 프루스트의 소설에서 발견되는 '내면의 의식의 흐름과 지속'을 철학적으로 깊이 파고 들어갔던 인물 또한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이었다.

최근 수백 년 동안에 폭발적으로 발달한 과학 덕분에 서구인의 근본 과제가 '자연의 정복'에 맞춰지면서 '인간은 주체이고 자연은 객체인 양' 여기게 된 생각을 뒤바꾼 인물은 하이데거였다. 그가 보기에 우리의 이성과 지성은 "존재의 비밀에 이르게 해주는 안내자로서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부적합하다"고까지 말하며, 그의 주저인 존재와 시간이라는 책을 통해 '세상에 내던져진 현존재'에게 삶의 핵심적인 사태는 '세계 속에서의 인간의 실존'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이데거가 몹시 난해한 그의 책을 통해 주장했던 바를 이렇게 무례하게 표현해도 될 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우리의 '존재'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록 주마간산격으로 살펴본 것이긴 하지만 '20세기 지성사'라는 부제를 단『생각의 역사』에는 실로 수없이 많은 세기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저자가 이 책 한 권에 아무리 많은 인물을 등장시켰다고 하더라도 무려 600억명이나 살았던 '인간의 역사'에 비춰보면 사실상 극소수의 인물만을 다룬 것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은 현대의 유형으로 출현한 이후 600억 명이 살았다. 세계의 모든 묘지(그리고 모든 화석 부지)를 파낸다고 해도 그 잔재의 사소한 부분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그 무덤들이 아무리 광대하다고 해도,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이 아무리 굳건하다고 해도, 시간의 심연에서 피라미드의 파라오는 살벌한 습지를 짓밟았던 병사와 마찬가지로 불멸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고대 이집트의, 현대의, 그리고 인간 종 존재의 역사는 곧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어떤 조각들은 미래의 어떤 역사학자에게 그 자신의 세계를 만들었던 잊힌 경쟁들을 짐작하게 할지도 모른다. (스티브 존스,  진화하는 진화론 中에서)

도끼로부터 시작된 기나긴 '생각의 역사'에서 결론적으로 점점 더 중요성을 더해가는 쪽은 양자역학과 끈이론과 다중우주 등으로 발전해 가는 '저기 바깥'의 물질적 세계가 아니라 정작 우리 모두에게 가장 가까이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또다른 자아, 즉 '나' 쪽이 아닐까.

150여 년 전 찰스 다윈이 '먼 미래에는 ····· 심리학이 새로운 기초 위에 세워질 것'이라고 예견했던 점이나, 하이데거가 그의 주저인 존재와 시간이라는 책의 결론 부분에서 '정신의 전개의 목표는 자신의 고유한 개념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말한 점도 '생각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나는, 개념으로서 현존재[=있음]에 도달한 순수 개념 자체이다

정신의 실현과 더불어 정신이 부정의 부정으로서 규정된 시간 안으로 떨어져들어가는 것이 정신에 합당하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정신 자체가 어떻게 이해되어 있어야 하는가? 정신의 본질은 개념이다. 헤겔은 개념을 사유된 것의 형식으로서의 종이라는 직관된 일반자로 이해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스스로를 사유하는 사유 자체의 형식으로 이해한다. 즉 자신을 ― 비-자아의 파악으로서 ― 개념파악하는 것이다. -자아의 파악이 일종의 구별을 나타내고 있는 한, 이러한 구별의 파악으로서의 순수 개념에는 구별을 구별함이 놓여 있다. 그러므로 헤겔은 정신의 본질을 형식적-서술적으로 부정의 부정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절대적 부정성"은 데카르트의 '나는 내가 사물을 사유한다는 것을 사유한다(cogito me cogitare rem)' ― 그는 의식의 본질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 를 논리적으로 형식화한 해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므로 개념은 자기를 개념파악하고 있는 이 자기의 개념파악되어 있음이다. 자기는 그러한 그것으로서 그가 있을 수 있는 바와 같이 본래적으로, 다시 말해서 자유롭게 있는 것이다, "나는, 개념으로서 현존재[=있음]에 도달한 순수 개념 자체이다."31)  "그러나 나는 첫째로 자기를 자기에게로 연관시키는 순수한 통일성인데, 직접적으로 그것[통일성]이 아니라, 내가 그 모든 규정성과 내용에서 추상되어 자기 자신과의 제한 없는 동일함의 자유 속으로 돌아감으로써 그런 것[통일성]인 것이다." 이렇듯이 자아는 "보편성"이지만 마찬가지로 직접적 ― "개별성"이다.
(562쪽∼563쪽)

31) Hegel, Wissenschaft der Logik(『대논리학』), 제2권(Lasson 편집, 1923), 제2부, S.220 참조.

 

 

정신의 전개의 목표는 "자신의 고유한 개념에 도달하는 것"

정신은 그의 "진보"의 매 발걸음에서 "자기 자신을 그의 목적을 진실로 막는 적대적인 장애로서 극복해야 한다."34)  정신의 전개의 목표는 "자신의 고유한 개념에 도달하는 것"35)이다. 전개 자체는 "자기 자신과의 끝이 없는 고달픈 투쟁"36)이다.

자신을 자신의 개념으로 데려오는 정신의 전개의 동요가 부정의 부정이기 때문에, 자기를 실현하면서 부정의 직접적인 부정으로서의 "시간 안으로" 떨어져들어오는 것이 정신에게 적합한 것으로 남아 있는다. 왜냐하면 "시간은, 거기에 있는, 텅 빈 직관으로서 의식에 표상된 개념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신은 필연적으로 시간 안에 나타나며, 그가 그의 순수 개념을 파악하지 못하는 동안은, 다시 말해서 시간을 말살해버리지 않는 동안은, 시간 안에 나타난다. 시간은 자기에 의해서 파악되지 않은 외적으로 직관된 순수 자기, 즉 단지 직관되기만 한 개념이다." 37)
(563쪽)

34) Hegel,『역사 속의 이성. 세계사 철학 입문』,G.Lasson 편집, 1917, S.132 참조.
35) 같은 곳.
36) 같은 곳.
37) Hegel,『정신 현상학』, 글로크너 판 전집 제Ⅱ권, S.604 참조.
 -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中에서

 


사족) 내가 그동안 관심을 가졌던 몇몇 인물들이 생각의 역사 2 : 20세기 지성사 (색인까지 포함하면 1,328쪽)라는 매우 두툼한 책에서 '양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과연 얼마일까. 혹은 우리가 평소에 늘 관심을 가졌던 또다른 인물들은 또 몇 쪽이나 차지하고 있을까.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쯤 '접힌 부분 펼치기'를 눌러 보아도 재미있을 듯하다. 물론 두 권의 책을 미리 사두고 틈틈이 관심가는 인물들을 책 말미에 붙은 '찾아보기'로부터 거꾸로 되찾아보는 것도 (이건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을 듯싶다.

접힌 부분 펼치기 ▼


(『생각의 역사 』의 '찾아보기' 전체 분량은 31쪽, 그 가운데 일부 인물들만 발췌)

게이츠, 빌 927
골딩, 윌리엄 986

괴테 94, 96, 347, 376, 406, 1026, 1108, 1123
구달, 제인 931, 933
그라스, 귄터 1087
뉴턴, 아이작 923, 1133, 1138
니체, 프리드리히 22, 70, 77, 268, 356
다이아몬드, 재러드 1152, 1155
단테 110, 357, 376, 1108, 1122∼1123
데카르트 366, 757, 758, 841, 1105
도스토예프스키, 피요도르 505

도킨스, 리차드 945∼946, 948, 999, 1040, 1059, 1061
드 발자크, 오노레 368
드 생텍쥐페리, 앙투안 520
드 세르반테스, 미구엘 368
디킨스, 찰스 1108, 1121
디킨슨, 에밀리 1108
라캉, 자크 957, 959, 1176
라흐마니노프, 세르게이 555
러셀, 버트란드 1038, 1167
러스킨, 존 70, 817, 515
로크, 존 1105
롤스, 존 950, 998, 1031
루소, 장 자크 1105
루쉰 279, 281
루스벨트, 프랭클린 D. 507, 531
루터, 마르틴 461
릴케, 라이너 마리아 291, 356, 379, 514
마그리트, 르네 322
마르케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1081∼1082, 1087
마르크스, 카를 925, 1018
마티스, 앙리 17, 104, 202∼203, 229, 544, 550
말러, 구스타프 69, 94, 99, 215, 249
말로, 앙드레 105, 520, 522, 550
멜빌, 허먼 1118
모노, 자크 945
모차르트 488
몽테뉴 1108
밀러, 헨리 817
바그너, 리하르트 906
반 고흐, 빈센트 102, 203, 515
벌린, 이사야 990
베르그송, 앙리 22, 48, 106, 117, 127, 322, 453, 457, 631
베르길리우스 1122
베이컨, 프랜시스 18
벤담, 제레미 1037
벤야민, 발터 369, 513, 791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125, 379, 384, 522, 600, 984
브로델, 페르낭 962, 1084, 1125
브론테, 샬롯 432, 817
비트겐슈타인, 루드비히 960, 989
사르트르, 장 폴 959, 966
성 아우구스티누스 1119
소잉카, 월레 1091
손택, 수잔 907, 975, 1013∼1014
솔제니친, 알렉산드르 71, 744, 832∼833
쇤베르크, 아놀드 20, 69, 97, 411, 206, 227, 251, 301, 360, 488, 553, 555
쇼, 조지 버나드 456, 528
쇼펜하우어, 아르투어 71
스미스, 아담 998
스타인베그, 존 133, 463, 540
스트라빈스키, 이고르 110, 207, 227, 313, 416, 554∼555
스펜서, 허버트 74, 279, 457, 699
아렌트, 한나 907, 1169
아인슈타인, 알베르트 1032
아체베, 치누아 1080, 1092
알튀세, 루이 959, 961, 969, 1176
에른스트, 막스 257, 319, 487, 544∼545, 551, 785
오스틴, 제인 431, 697, 816, 1108
오웰, 조지 1103, 1172, 1176
울프, 버지니아 1082, 1122, 1162
윌슨, 에드워드 O. 945∼947, 999
융, 카를 구스타프 34
제임스 윌리엄 914, 1026, 1180, 1182
조이스, 제임스 1082, 1104
졸라, 에밀 48, 77, 295, 329, 385, 508
찰스 다윈 20, 73, 86, 183, 279, 538
찰스 디킨스 295, 316, 697, 896
채플린, 찰리 23, 226, 363, 416
처칠, 윈스턴 345, 529, 570, 597, 603, 661
체호프, 안톤 1091
초서 1108
촘스키, 노암 907, 964, 985, 1076, 1157
츠바이크, 슈테판 54, 79, 358, 478, 549
카프카, 프란츠 20, 168, 285∼286, 373∼374, 375∼377, 540, 647, 649, 775, 831, 1084, 1101, 1108, 1162
칸트, 임마누엘 68, 117, 125
콘래드, 조셉 1094, 1122, 1177
퀴리, 마리 48, 211, 41, 508, 943
크릭, 프랜시스 942, 1072, 1073, 1076
클린턴, 빌 1001, 1116
클림트, 구스타프 65, 98∼99, 218, 249
키에르케고르, 쇠렌 213

톨스토이 368, 502, 1108
파인만, 리처드 1134, 1175
포스터, E. M. 273, 556
푸앵카레, 쥘 앙리 154, 211
푸코, 미셸 961, 1015, 1039
프랭클린, 벤저민 560
프롬, 에리히 354, 429, 475, 480, 551, 585, 669, 675, 774, 778
프루스트, 마르셀 17, 20, 55, 218, 291, 313, 371, 631
플라톤 1027, 1105, 1115, 1122, 1179
피츠제럴드, F. 스콧 310, 338, 540, 703
피카소, 파블로 47, 103, 202, 205, 228, 248, 313, 520, 522, 550, 633
핀커, 스티븐 1059, 1064
하버마스, 위르겐 971, 1029, 1176
하이데거, 마르틴 60, 71, 366, 479, 482, 585, 631, 774
하이에크, 프리드리히 폰 990, 1006, 1018
헌팅턴, 새뮤얼 1177
헤겔,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디리히 354
헤로도토스 35, 1115, 1121
헤밍웨이, 어니스트 338, 444, 520∼521, 540, 633
호메로스 1110, 1122∼1123
화이트헤드, 앨프리드 노스 289, 423, 696
후설, 에드문트 59, 112, 127, 366, 368, 631, 774
후쿠야마, 프랜시스 1154∼1155, 1165
휘트먼, 월트 1108, 1110
흄, 데이비드 1039, 1122

히틀러, 아돌프 77, 94, 250, 257, 272, 350, 377, 387, 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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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끼에서 시작된 호모 파베르의 진화
    from Value Investing 2013-01-08 10:44 
    (밑줄긋기) 1859년1859년 5월 에번스와 프레스트위치는 아브빌의 부셰 드 페르테스와 헤어져 귀국했다. 석기의 용도, 중요성, 타당성은 더 이상 부정하거나 오해할 수 없었다. 유럽 전역의 고생물학자, 고고학자, 지질학자들이 그 구도를 지지했다. 하지만 혼란의 여지는 여전히 있었다. 퀴비에의 후계자인 에두아르 라르테는 프레스트위치처럼 인간의 역사가 오래라는 사실을 확신했다. 그러나 라이엘은 오랫동안 그 생각에 반대했다(그가 찰스 다윈에게 편지를 보
 
 
페크pek0501 2012-12-04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페이퍼를 올리시다니... 이걸 본 사람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이 스칩니다.
생각의 역사2에 관심이 가는데, 이것을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것 같습니다. ^^
검색해 보겠습니다. 좋은 글 읽고 갑니다.

oren 2012-12-04 16:08   좋아요 0 | URL
제 글을 보고 『생각의 역사Ⅰ』,『생각의 역사Ⅱ』까지 클릭하셔서 자세한 책소개를 살펴보신 분들은 '운이 좋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책값이 아직까지도 반값이거든요. ㅎㅎ

소장하기도 좋고 (부피만 제외한다면) 읽기에 큰 어려움도 없고, (저자가 고고학을 전공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고고학자를 따라 탐험을 나서는 느낌도 들고 해서, 나름대로 꽤나 '흥미진진한 대목'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재미있고 유익한 책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