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국가에 있어서 평화는 백성들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것같이, 교회의 평화는 교회의 재산인 진리와 교회의 마음이 깃들어 있는 보배로운 것을 보호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다. 한 국가 안에 적이 침범하여 약탈하는 것을 보고도 평안을 어지럽힐까 두려워 이에 대항하지 않는다면 도리어 평화를 거역하는 일이 되는 것같이(평화란 오로지 재산의 안전을 위해 정당하고 유익한 것이므로 일단 평화가 재산의 상실을 방임할 때는 부당하고 유해한 것이 되며, 오히려 이것을 지킬 수 있는 전쟁이 정당하고 필요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교회에 있어서도 진리가 원수에 의해 공격당하고 신도들의 마음에서 진리를 앗아가 오류가 그들의 마음을 지배하게 한다면, 이때 평화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은 과연 교회에 봉사하는 일인가, 교회를 배반하는 일인가? 교회를 지키는 일인가, 파멸시키는 일인가? 진리가 다스리는 평화를 어지럽히는 것이 죄라면, 진리가 파괴될 때 평화 속에 머물러 있는 것도 죄라는 것은 명백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평화가 정당한 때가 있고 전쟁의 때가 정당한 때가 있다. 그렇기에 <평화의 때가 있고 전쟁의 때가 있다>(『전도서』 3장 8절)고 적혀 있으며, 이것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바로 진리의 이익이다. 결코 진리의 때와 오류의 때가 있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하느님의 진리는 영원하리라>(『시편』 116장 2절)고 적혀 있다. 그렇기에 예수 그리스도는 평화를 가지고 왔다고 말하면서(『요한』 14장 27절) 한편 전쟁을 가지고 왔다고 말한다.(『마태』 10장 34절). 결코 진리와 허위를 가지고 왔다고 말하지 않는다.(447∼448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 <제4편, 『프로뱅시알』을 위한 수기>

 

 

(나의 생각)

 

수천 년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더라도 지극히 상식적인 이 얘기가 왜 유독 우리에게만 새삼스럽게 들릴까? 북한 때문에?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 때문에?  왜 진보 정권만 들어서면 이 불변의 진리가 어김없이 흔들리는가? 결국 '평화 만능 주의'가 빚어낸 웃지 못할 희극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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