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 천동설과 지동설, 두 체계에 관하여 사이언스 클래식 26
갈릴레오 갈릴레이 지음, 이무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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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살비아티

 

나도 그런 경우를 많이 보았어. 하도 한심한 이야기라서, 내가 여기에서 그걸 소개하고 싶지도 않네. 그 이야기를 한 사람의 체면이 문제가 아니야. 사람의 이름은 밝히지 않으면 되지. 이건 인류 전체에 대한 모독이 되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지 않겠네.

 

내가 오랜 시간 관찰해 본 결과, 어떤 사람들은 앞뒤가 뒤바뀌게 추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먼저 마음속으로 어떤 결론을 내려. 스스로 결론을 내리는 경우도 있고, 또는 그들이 전적으로 믿는 사람의 결론을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어. 그 결론을 뼛속 깊이 새겨 놓아서, 도저히 제거할 수 없어.

 

그들이 내린 결론을 지지하는 논리는, 어떤 것이든 무조건 손뼉 치고 환영을 하지. 그들이 스스로 발견했든 남이 제기했든, 아무리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논리라도 말일세. 반면에 그들의 결론에 어긋나는 것이면, 아무리 정교하고 확실한 것일지라도, 경멸을 하고 화를 벌컥 내. 덤벼들지 않으면 다행이지. 어떤 사람들은 화가 나서 제정신을 잃어버리고, 상대방을 억눌러 침묵을 강요하려고 음모를 꾸미기를 서슴지 않아. 나는 이미 여러 번 당했네.

 

사그레도

 

나도 잘 알고 있네. 그런 사람들은 전제로부터 결론을 이끌어 내거나, 추론을 통해 결론을 확립하는 게 아니고, 이미 확고하게 내려놓은 결론에다 전제와 추론을 꿰어 맞추고 있어. 그러니 전제와 추론이 뒤틀리게 될 수밖에 없어. 그런 사람을 가까이해 봐야 득이 될 게 없네. 그들과 가까이 지내면, 불쾌하게 될 뿐만 아니라 위태롭게 될 수도 있어.(430∼431쪽)

 

 - 갈릴레오 갈릴레이,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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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비아티

 

기대해 보게. 자신이 남들보다 학식이 뛰어남을 보이려는 욕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자신의 권위에 대한 확신과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얼마나 과장해 말하게 되는지, 자네들이 들으면 놀랄 걸세.(442쪽)

 

 - 갈릴레오 갈릴레이,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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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비아티

 

심플리치오, 이 사람의 교묘한 잔꾀를 자네가 알아차렸군. 뭐 그렇게 대단한 꾀는 아니었지만 말일세. 이 사람의 정체를 알아야 하네.

 

자네를 비롯해 다른 단순한 철학자들의 순진함으로 자신의 교활함을 가린 다음에, 자네의 환심을 사려고 교묘하게 아첨하고 있어. 듣기 좋은 달콤한 말을 늘어놓으면서, 자네의 야망을 부추기고 있어. 소요학파의 절대 불변인 하늘을 공격하려고 덤비는 귀찮은 천문학자들을 잠잠해지도록 만들었다고 뻐기면서, 더구나 그들의 무기를 써서 그들을 공격해 꼼짝못하게 만들었다고 떠들거든. 이 사람의 정체를 깨닫게 되면, 자네는 놀라고 분개하게 될 걸세. 내가 자네를 도와주겠네.(443쪽)

 

 - 갈릴레오 갈릴레이,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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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비아티

 

…… 그러나 이 사람의 실수는 그런 식으로 덮을 수가 없네. 이 사람은 모르는 척 하고 있어. 우리 모두와 자신이 이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처럼 꾸미고 있네. 우리의 무지를 이용해 잘 모르는 대중들에게 자기 이론의 주가를 높여 선전하고 있어.(454쪽)

 

 - 갈릴레오 갈릴레이,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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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비아티

 

어떤 사람이 자신의 실수에 대해 변명할 여지가 없자 온갖 시시껄렁한 핑계만 댄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가리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고 비웃지. 지금 이 사람은 손바닥이 아니라 손톱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고 있네.(481쪽)

 

 - 갈릴레오 갈릴레이,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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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8-23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고, 듣고 싶어 하는 것만 듣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듯합니다... 플라톤의 대화편들도 그렇지만, 대화체로 구성된 작품들은 독자들을 보다 몰입하게 만든다는 것 또한 느끼게 됩니다^^:)

oren 2018-08-24 00:57   좋아요 1 | URL
갈릴레이는 수학, 기하학, 물리학, 천문학만 잘 했던 사람이 아니라, 진리와 허위를 가려 내는 대화법에 아주 통달한 사람 같아요. 말을 어찌나 조리있게 잘 하는지 거듭 감탄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