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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0장

짐을 덜다


나는 전화로 에이버리 젱킨스를 처음 만났다. 그가 전화를 걸어왔는데 대체로 횡설수설이었다. 자신이 무슨 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지 설명하지 못했을뿐더러 무엇을 원하는지도 확실하게 말하지 못했다. 자신의 수감 환경에 대해 불평하다가 다른 생각이 들면 갑자기 주제를 바꾸는 식이었다. 편지도 보내왔지만 전화 통화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려웠다.



결국 나는 어떻게 도와 달라는 것인지 보다 잘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를 직접 만나 보기로 했다. 그의 사건에 대해 알아보고 전체적인 그림을 맞추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는 나이 든 한 남성을 무척 충격적이고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였다. 희생자를 칼로 여러 번 찔러서 만든 자상이 정신 질환을 암시하는 강력한 증거였음에도 재판 기록이나 사건 파일에는 젱킨스가 장애를 앓는 사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그를 직접 만나 보면 보다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교도소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있는데 픽업트럭 하나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마치 남북 전쟁 이전의 옛 남부에 봉헌된 제단 같은 차량이었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범퍼 스티커들과 남부 연합기 모양의 데칼을 비롯해 눈에 거슬리는 다수의 그림들로 완전히 도배되어 있었다. 남부 연합기가 들어간 자동차 번호판이야 남부 지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처음 보는 범퍼 스티커들도 있었다. 대체로 총과 남부의 정체성에 관한 것들이 많았다. 그중 하나에는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내가 직접 그 빌어먹을 목화들을 땄을 것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이 교도소의 많은 교도관들과 잘 알고 지낼 정도로 자주 이곳을 방문했다. 하지만 교도소 안으로 들어서자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교도관이 나를 맞았다. 180센티미터 정도로 나와 비슷한 키에 탄탄한 몸을 가진 백인이었다. 40대 초반으로 보였고 군인처럼 짧은 머리였다. 그가 짙고 푸른 눈으로 나를 냉랭하게 노려보았다. 나는 면회실 로비로 연결되는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로비에서 면회실로 들어가기 전에 일상적인 몸수색을 받게 될 것이다.



교도관이 내 앞으로 나서며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도록 나를 막아섰다.


「뭐하는 거요?」 그가 으르렁거렸다.


「의뢰인을 만나러 왔습니다. 이번 주 초에 이미 일정을 잡아 놓았던 겁니다. 교도소장실에 있는 직원에게 관련 서류가 있을 겁니다.」 

나는 미소를 지었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최대한 예의 바르게 이야기했다.


「그건 되었소. 그건 되었고 당신은 몸수색부터 받아야 합니다.」


명백히 적대적인 그의 태도를 무시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


「알겠습니다. 신발도 벗을까요?」 

종종 철저한 교도관을 만나면 그들은 내게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벗으라고 요구했다.



「내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길 원한다면 화장실로 가서 몸에 걸친 것을 전부 벗도록 하시오.」


나는 귀를 의심했지만 최대한 상냥하게 말했다.


「오, 아니에요. 아무래도 혼동하신 것 같군요. 나는 변호사입니다. 법률적인 문제로 의뢰인을 만나러 온 변호사는 알몸 수색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


내 말이 그를 진정시키기는커녕 더욱 화를 돋운 듯 보였다.


「이보쇼. 나는 당신이 누구라고 말하든 상관없소. 하지만 우리 보안 정책에 협조하지 않고는 내 교도소에 들어올 수 없소. 지금 화장실로 가서 옷을 벗든지 아니면 당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시오.」


나는 보다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동안 이 교도소를 수없이 방문했지만 알몸 수색을 요구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런 요구가 정당한 절차에 따른 것인지 의심스럽군요.」



「글쎄올시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상관하지도 않지만 이게 내 방식이오.」 


지금 들어가지 못하면 가까운 시일 내에는 다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나는 화장실로 가서 옷을 벗었다. 교도관이 따라 들어와 쓸데없이 적극적으로 몸수색을 하고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웅얼거리듯 말했다. 나는 다시 옷을 입고 화장실을 나왔다.


「이제는 면회실 안으로 갔으면 합니다.」


약간의 위엄이라도 되찾고자 나는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음, 당신은 다시 돌아 나가서 기록부에 서명하고 와야 하오.」


차분한 말투였음에도 나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명백했다. 이 교도소에는 가족들이 면회 왔을 때 이름을 적는 방문 기록부가 있었지만 변호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었다. 나는 이미 변호사 방문 기록부에 서명한 터였다. 나머지 다른 하나에도 서명해야 한다니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았다.


「변호사는 그 대장에 서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 교도소 안으로 들어오고 싶다면 서명해야 할 거요.」


이제 그는 히죽거리는 듯 보였고 나는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돌아서서 방문 기록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이름을 적었다. 그런 다음 면회실 앞으로 돌아가 기다렸다. 


「잠깐, 면회실 밖에 있는 마당에서 범퍼 스티커들과 깃발들이 잔뜩 붙어 있고 총기 거치대가 설치된 트럭을 보았소?」


내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네, 보았습니다만.」



그가 얼굴을 굳히며 내게 말했다. 

「그게 내 트럭이라는 사실을 알아 두길 바라오.」 


그가 내 팔을 놓아주었고 나는 교도소 안으로 들어갔다. 교도관에게 화가 났지만 무력한 내 모습에 더욱 화가 났다. 면회실 뒷문이 열리고 다른 교도관에게 이끌려 젱킨스 씨가 들어왔을 때까지도 나는 집중해서 생각할 수가 없었다.


_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 5회에 계속


*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는

매주 화/목 <열린책들 알라딘 서재>에서 단독 공개됩니다.


* [출간 전 연재] 글은 책의 본문 내용 중 편집을 거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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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10월 말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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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연속 48주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6년 10월 17일 기준)


벌써 연재 4회입니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요, 연재 2부는 앞으로 남을 5-6회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목요일에 업데이트될 5회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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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2016-10-18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

stillmyhero 2016-10-18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오늘은 특히 더 흥미진진하네요.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화장실 알몸 수색, 트럭에 실린 무기들로 협박하기... 제가 직접 겪었더라면 어땠을지 상상조차 안 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water0_1 2016-10-18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이야기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잘 봤습니다! 부당하게 대우하는 교도관을 읽고 있자니 화가 나네요.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합니다. 다음 화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얼른 책으로 나와서 쭉 읽고 싶네요!

sigumchee 2016-10-18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몸수색을 요구하는 교도관도 분노를 일으키지만 그 앞에서 무력할 수 밖에 없는 스티븐슨의 모습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것 같습니다. 다음화도 기대하겠습니다.

월터 2016-10-18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화가 나네요 ㅡㅡ

고귀한 수영이 2016-10-18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일부러 저런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남부인들의 흑인에 대한 적대적인 행위들을 알 수 있어서 정말 뭐라 말하기 어렵네요. 정말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고... 갈수록 흥미진지해지면서 주인공의 앞길이 험난해짐을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어요. 진짜 다음화가 무척 기대됩니다.

Chloe 2016-10-20 0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ㅠ 계속 읽고싶어서 못 참겠네요. 10월말쯤
볼 수 있다니 젤 먼저 읽어야겠단 생각이드네요.
열린책들만의 느낌이 충분히 살아있는 책이네요.
하퍼리의 앵무새죽이기는 제가 본 고전중 열린책들
하면 생각나는 책인데요.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도 그렇게 기대해도될까요^^ 그 정도로 잘 나왔으면
합니다. 사랑해요 열린책들♥
 



#3


예정된 한 달의 실습 기간이 끝났다.


사형수 수감 건물을 드나들며 지낸 짧은 기간 동안 나는 우리가 재소자들을 대하는 태도에 어떤 것이 결여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누군가를 부당하게 평가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조지아에서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볼수록 어떻게, 왜 사람들이 부당하게 평가되는지의 문제를 가지고 나 자신이 내내 고민해 왔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우리가 이 나라에 사는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쉽게 비난하는지, 자신의 두려움이나 분노, 거리감 때문에 우리 중 지극히 취약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우리가 얼마나 부당하게 대하는지 살펴본다.


1983년 12월 내가 사형수 수감 건물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미국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가혹하고 징벌적인 국가로 급진적인 변신을 막 시작한 참이었고 그 결과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교도소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었다. 오늘날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감률을 보인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30만 명이던 재소자 숫자는 오늘날 230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보호 관찰이나 가석방 중인 사람들은 거의 600만 명에 이른다. 2001년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열다섯 명 중 한 명이 구치소나 교도소에 있는 셈이었고 21세기에 태어난 흑인 남성 세 명 중 한 명이 수감자인 셈이었다.



수감자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행위가 명백히 과도한 친절이나 동정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그들에 대한 갱생이나 교화, 그 밖의 서비스를 포기했다. 대신 그들이 보여 준 최악의 행동에 입각해서 그들을 격하하고 제도적으로 <범죄자>나 <살인자>, <강간범>, <절도범>, <마약상>, <성범죄자>, <흉악범> 같은 영원한 꼬리표를 붙였다. 범죄를 저지를 당시의 상황은 도외시한 채 또는 그들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개과천선했든 상관없이 절대로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찍었다.


우리는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 구치소와 교도소에 지출되는 주 정부와 연방 정부의 예산은 1980년 69억 달러에서 오늘날 800억 달러로 증가했다. 민영 교도소 건축업자들과 교도소 운영을 맡는 민간 위탁 기업들은 그들의 수익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죄를 만들고 보다 강력한 처벌을 부과해서 재소자 숫자를 늘리도록 주 정부와 지방 정부를 설득하는 데 수백만 달러를 사용한다.


교도소 내 의료 서비스나 상업 등 일단의 서비스를 민영화함으로써 대량 투옥은 소수의 몇몇 사람들에게 돈벌이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되었지만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 지우는 악몽이 되었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나는 디프사우스 지역으로 돌아갔다. 가난한 사람들과 재소자들, 사형수들을 변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난 30년간 월터 맥밀리언처럼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수가 된 사람들과 가깝게 지냈다.



뒤에 소개될 월터의 사례를 통해서 나는 잘못되거나 신뢰할 수 없는 평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충격적인 무관심, 편견을 오히려 익숙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부당한 기소와 유죄 판결에 대한 우리의 내성 등을 배웠다. 또 유죄를 선고하거나 사형을 내리는 권능이 무책임하게 행사될 경우 우리 제도가 어떻게 기소된 당사자, 그들의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범죄의 희생자에게 정신적 외상을 초래하고 고통을 안겨 주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근본적이고 겸허한 어떤 진실을 배웠다.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최악의 행동보다 나은 존재다>라는 교훈도 그중 하나이다.


가난한 사람들과 재소자들을 위해 일하면서 가난의 반대말이 부가 아니라는 확신도 생겼다.

가난의 반대말은 정의였다. 마침내 우리가 부자나 권력자, 특권층, 덕망가를 대하는 방식으로는 우리가 가진 정의감의 진정한 크기나 우리 사회의 도덕성, 법치와 공정함, 평등을 지향하려는 의지 등을 판단할 수 없다고 믿게 되었다.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진정한 척도우리가 빈곤층과 소외층, 피의자와 재소자, 사형수를 대하는 방식에 있다.


대량 투옥과 극단적인 처벌 문제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다음을 주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우리 모두에게 자비와 정의감,

그리고 아마도 약간은 분에 넘치는 품위가 요구된다는 사실을.


_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 4회에 계속


*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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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 전 연재] 글은 책의 본문 내용 중 편집을 거쳐 공개됩니다.

출간되는 책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10월 말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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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연속 47주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6년 10월11일 기준)


세 번째 연재글,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이것으로 연재 1부 <서문 ─ 높은 곳을 향하여>가 종료되었습니다.

다음주 화요일 4회차에는 연재 2부 <짐을 덜다>가 이어집니다.


글을 읽으신 후 <좋아요>과 <댓글>을 남겨 주시면 책 짓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럼 돌아오는 화요일 4회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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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수영이 2016-10-13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기다리던 연재가 바로 떠서 얼릉 읽었어요. 주인공이 교도소에서 만난 수감자가 그렇게 우리가 가진 생각처럼 아주 흉악한 범죄자가 아님을 알고 자신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편견과 오만한 생각이 얼마나 잘못됬는지 알고 새로이 깨닫게 된 어쩌면 프롤로그였던 거군요. 이제 새로이 깨닫고 느끼게 된 주인공이 앞으로 어떤 변화된 삶과 생각을 가지고 행동을 이행해나가는지 기대되요. 이제부터가 진정한 본론인데 험난한 앞길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무지 기대되고 궁금해집니다. 다음주 화요일이 무척 기대되요.

papariver 2016-10-13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편견을 오히려 익숙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이거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 않네요...

고귀한윈터 2016-10-13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음주부터 2부가 시작되네요! <짐을 덜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한데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이 연재 코너 단골이 많네요ㅎㅎ

노노 2016-10-13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점점 월터가 어떻게 되었을 지 궁금해집니다. 미드에서 이런 대사를 들었어요.˝누구나 한 번쯤은 용서받아야 하잖아요.˝ 범죄자를 무조건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하게 딱지를 붙이기 전, 그들은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연재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시소 2016-10-14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별과 편견을 당연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네요. 실제로 현재 미국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브라이언 스티븐슨이기에 그의 이야기들을 얼른 읽고 싶습니다. 연재 2부도 기대됩니다.

딸기냥 2016-10-14 14: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확 와닿는 말입니다. `우리가 이 나라에 사는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쉽게 비난하는지, 자신의 두려움이나 분노, 거리감 때문에 우리 중 지극히 취약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우리가 얼마나 부당하게 대하는지...` 스피드가 관건인 사회 속에서 우리는 저 사람의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회제도적인 문제나 환경에 주안점을 두기 보다는, 표면적인 것에만 치중하며 판단해버리고 비난하며 지나갑니다. 이러한 것들을 안다 하더라도, 개인의 힘이 제도와 사회를 이길 수는 없다며 순응하며 살게 되는데, 이 작가분은 어떠했을지 궁금합니다.

Chloe 2016-10-20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수록 자꾸 기다려지는... 남의 이야기아닌
우리 모두 반성하고 정신차려야겠다는
갑자기 저는 왜 화가 나는지요
 


#2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소리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타일 바닥 위로 기분 나쁘게 울려 퍼졌다. 면회를 담당하는 교도관에게 사형수를 만나러 방문한 법률 보조원이라고 설명하자 그가 의심스러운 눈길로 쳐다보았다. 



「이 지역 사람이 아니군요.」

질문이라기보다 확언에 가까운 말투였다.



「이 안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우리가 당신을 찾으러 올 거라고 장담할 수 없소.」


면회실은 좁았으며 그럴 리가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좁아지는 느낌이었다. 



면회실로 걸어 들어온 남자는 나보다 더 불안해 보였다. 나를 힐끗 바라본 그가 걱정스럽게 얼굴을 찡그렸고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재빨리 눈을 돌렸다. 그러고는 면회실로 정말 들어오고 싶지 않다는 듯 문가에 서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교도관이 천천히 구속 장치를 풀었고 수갑과 발목의 족쇄를 제거한 다음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 면회가 한 시간임을 상기시켰다. 


사형수는 당초 서 있던 자리에서 더 이상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나는 달리 어찌할 바를 몰라 그에게 걸어가서 악수를 청했다. 그가 조심스럽게 악수에 응했다. 함께 자리에 앉자 그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헨리라고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내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첫마디였다.

그토록 준비하고 할 말을 연습했건만 자꾸 사과의 말만 나왔다.


「정말 죄송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그래요, 나는 아는 게 없어요. 음, 나는 법을 공부하는 학생일 뿐 진짜 변호사가 아니에요…. 당신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없어서 정말 미안해요. 정말로 아는 게 별로 없어요.」


남자가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내 사건과 관련해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니죠?」



「아, 그럼요. 당신에게 아직은 변호사를 배정할 수 없다는 말을 전하도록 SPDC의 변호사들이 나를 보냈어요…. 내 말은 아직 변호사가 배정된 것은 아니지만 내년까지는 사형이 느닷없이 집행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에요…. SPDC에서는 당신에게 변호사를 찾아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진짜 변호사를요. 아마도 두세 달 안에는 진짜 변호사가 당신을 만나러 올 겁니다. 나는 학생일 뿐이지만 당신을 돕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혹시라도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말이에요.」


남자가 재빨리 내 손을 잡으며 말을 받았다. 「내년 중에는 사형을 당하지 않을 거라고요?」


「네, 그래요. 당신에 대한 형 집행이 적어도 일 년 이상 남았다고 들었어요.」 


내 생각에는 그 이야기를 듣는다고 그의 마음이 편해질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헨리가 내 손을 더욱 세차게 잡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진짜 좋은 소식이군요.」 

그가 어깨를 펴고 나를 바라보았다. 눈빛에서 커다란 안도감이 느껴졌다.


「이곳에 온 지 2년이 지났지만 같은 사형수나 교도관이 아닌 사람을 만난 건 당신이 처음입니다. 여기까지 와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더구나 이런 좋은 소식을 듣게 되다니 너무 기뻐요.」 


그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고 그제야 안심하는 눈치였다.


「아내와 계속 전화 통화는 했지만 아내는 물론이고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면회를 오는 것에는 내내 반대했습니다. 혹시라도 가족이 방문한 날 사형이 집행될까 봐 두려웠거든요. 그런 식으로 가족을 만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제 집에 전화해서 면회를 와도 된다고 알려야겠어요. 고마워요!」


그가 그토록 행복해할 줄은 전혀 몰랐다. 덩달아 나도 긴장이 풀렸고 대화가 시작되었다.

알고 보니 우리는 동갑내기였다. 헨리가 개인적인 질문을 던졌고 나도 그가 걸어온 인생사에 대해 물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우리는 대화에 푹 빠져들었고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대화가 끝없이 이어지던 어느 순간 밖에서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내게 할당된 면회 시간이 한참 지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계를 확인했다. 나는 그곳에서 세 시간째 머물고 있었다.



면회실에 들어온 교도관은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내게 으르렁거렸다.


「면회 시간이 한참 전에 끝났습니다. 그만 나가 주시오.」


그가 헨리에게 수갑을 채우기 시작했다. 화난 교도관이 수갑을 너무 꼭 채우는 바람에 헨리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내가 <수갑이 너무 꼭 채워진 것 같은데 조금만 느슨하게 풀어 주시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만 나가라고 말하지 않았소? 내 일에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시오.」



아마도 내가 너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모양이다. 헨리가 연신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브라이언. 괜한 걱정하지 말고 또 봐요. 알았죠?」 


나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다시 중얼대기 시작했다. 

「정말 미안해요. 정말 미안 ─」


그가 내 말을 자르면서 말했다. 

「이런 건 걱정하지 말아요, 브라이언. 또 보기나 해요.」


그는 무척 평온해 보였다.

그때였다.

그가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다.

고개를 약간 뒤로 젖힌 채로 눈을 감았다. 


그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강렬하고 맑은 굉장히 멋진 바리톤의 목소리였다.

헨리의 돌출 행동에 나는 물론이고 교도관도 그를 떠밀다 말고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

내 뜻과 정성 모두어

날마다 기도합니다.


내가 자란 동네의 교회에서 자주 들었던 오래된 찬송가였다.

최근 수년 동안 듣지 못했던 노래이기도 했다.

헨리는 느릿느릿 찬송가를 불렀다. 무척 경건하고 신념에 찬 모습이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린 교도관이 다시 문밖으로 그를 밀치기 시작했다.

발목에는 족쇄를 차고 등 뒤로 양손에는 수갑을 찬 터라 교도관이 앞으로 떠밀자 헨리는 거의 넘어질 듯 비틀거렸다. 오리처럼 뒤뚱거리며 균형을 잡아야 했지만 그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그의 노랫소리가 복도 반대편으로 점점 멀어졌다.


내 주여 내 발 붙드사

그곳에 서게 하소서

그곳은 빛과 사랑이

언제나 넘치옵니다.


헨리의 목소리는 열정으로 가득했다. 당초 나는 그가 부족한 나를 참아 줄지, 걱정과 두려움을 가득 안고서 교도소를 찾았다. 그가 다정하거나 친절할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아니, 내게는 사형수에게 그 어떠한 것도 기대할 권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전혀 뜻밖의 인정을 베풀었다.

바로 그때였다.

헨리는 인간의 잠재 능력, 구원, 희망 등에 관한 내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_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 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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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호수 2016-10-11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감사! 강조와 행갈이, 이미지 덕택에 읽기가 너무 편하네요. :)

galei 2016-10-11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편보다 더 흥미로운데요? 더 많은 경험이 드러났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어요.

papariver 2016-10-11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특별한 말도 아닌데 사형수에게는 엄청난 위로와 여유를 주는 말이네요.... ㅜ.ㅜ

water0_1 2016-10-11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대하던 2화가 나왔네요ㅎㅎ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시소 2016-10-11 16: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슴 뭉클한 이야기네요. 브라이언의 말을 듣고는 다시 걸어 들어가며 찬송가를 부르는 헨리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희망과 열정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브라이언이 헨리와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성장해갈지도 기대가 됩니다.

고귀한 수영이 2016-10-11 2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기다리던 2화다~ 정말 사형수라곤 해도 한사람의 인간인 헨리로 인한 변화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번화.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진짜 무지 기대되는 작품이에요~

고귀한윈터 2016-10-12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음이 뜨뜻해지는 2화 잘 보았습니다. 요즘 같은 때에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다음 편은 언제 올라오나요?

배고파 2016-10-13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시울이 시큰.

노노 2016-10-13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이 오페라를 틀었던 게 생각납니다. 무서운 교도소에서 무서운 교도관에게 수갑이 채워졌을 때 찬송가를 부르다니.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은 멋있다고 생각해요.

딸기냥 2016-10-14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평한 대지에 발을 딛고 있을 때는 그저 모든 것이 당연스럽고 불만스러울 때도 있지만 삶의 가장자리, 한 발만 내딛이면 떨어질 곳에 있게될 때 평지에서의 만족감보다 더 고귀한 무언가를 느끼기되는 것 같아요. 사형수의 안도감과 위로의 노래에서 우리가 울컥하게 되는 것처럼요..

Chloe 2016-10-20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ㅠ 왜 이리도 짠한지요... 벌써부터 울컥하면
 



#1

서문 높은 곳을 향하여



나는 사형수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1983년 조지아 주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나는 열정은 있지만 미숙한 스물세 살의 하버드 로스쿨 학생이었고 혹시라도 내 능력에서 벗어난 일을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그때까지 경비가 삼엄한 교도소 내부를 본 적이 없었다. 사형수 수감 건물을 방문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 변호사를 대동하지 않은 채 혼자서 사형수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벌써부터 공황 상태에 빠진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써야 했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거세게 두방망이질했다. 사형 제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전무했을 뿐 아니라 여태껏 형사 소송에 관한 수업조차 들은 적이 없었다. 사형 소송을 구성하는 복잡한 상소 과정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도 부족했다. 나중에야 손바닥을 들여다보듯 익숙해질 터였지만 어쨌거나 그건 나중의 일이었다. 인턴을 신청할 때만 하더라도 실제로 사형수를 만나게 될 거라는 사실은 관심 밖의 문제였다. 솔직히 말해서 당시에는 내가 진짜로 변호사가 되고 싶은지 확신이 없었다. 시골길을 달리는 동안 나를 보면 사형수가 무척 실망할 거라는 확신이 점점 굳어졌다.



학부 때 나는 철학을 공부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면 철학적인 사색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졸업반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그때부터 <졸업 이후의 계획>에 대해 정신없이 고민했고 결국 로스쿨을 선택했다. 다른 대학원 과정에 등록하려면 전공할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만 법대에는 적어도 겉보기에 그런 것이 전혀 필요 없다는 점이 주된 이유였다.



하버드에서 수업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펜실베이니아의 작은 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온 것 자체로 운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입학 첫해가 마무리될 무렵 환멸감이 엄습했다. 당시의 하버드 로스쿨은 상당히 무서운 곳이었다. 특히 스물한 살의 나 같은 학생에게는 더욱 그랬다.


이미 석사나 박사처럼 고급 학위를 딴 학생도 많았고 법률 사무소에서 보조원으로 일했던 학생도 많았다. 어느 하나 내게는 없는 이력들이었다. 이런 학생들과 비교하면 나는 무척 미숙하고 경험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쯤 지나자 법률 회사들이 학교를 찾아와서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값비싼 정장을 차려입고 뉴욕이나 LA,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D.C.로 <직행>할 수 있는 서류에 서명했다. 나로서는 우리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이렇게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완전히 수수께끼였다. 로스쿨에 다니기 전까지는 심지어 변호사를 만난 적조차 없었다.



로스쿨에서 이례적으로 인종과 빈곤 관련 소송을 다루는 한 달짜리 집중 과정을 발견했다. 담당 교수인 베치 바살러트 교수는 전미 유색 인종 지위 향상 협회, 즉 NAACP의 변호 기금 부서에서 변호사로 일했던 사람이었다. 여타 수업과 달리 이 수업의 수강생들은 학교를 벗어나 사회 정의와 관련된 일을 하는 단체에서 한 달 동안 일해야 했다. 나는 열의에 차서 수업을 신청했고 1983년 12월에 조지아 주 애틀랜타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곳의 남부 재소자 변호 위원회, 즉 SPDC에서 일하면서 몇 주를 보낼 예정이었다.


애틀랜타로 직행하는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해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비행기를 갈아탔는데 그곳에서 SPDC 책임자인 스티브 브라이트를 만났다. 휴가를 마치고 애틀랜타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30대 중반이었고 열정과 확신이 있었다.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나와는 완전히 대조적으로 보였다.



짧은 비행 여정의 어느 시점에서 그가 말했다.「브라이언, 사형이란 <돈 없는 사람들이 받는 처벌>입니다. 당신 같은 사람들의 도움이 없다면 우리는 사형수들을 도울 수 없어요.」

내가 어떤 기여를 할 거라는 그의 즉각적인 믿음에 깜짝 놀랐다. 그는 사형 제도에 관련된 현안들을 간단하고 설득력 있게 정리해 주었고 나는 그의 헌신적인 태도와 카리스마에 완전히 매료되어 이야기를 경청했다.

「여기서 일하는 것에 어떠한 환상도 갖지 않길 바랍니다.」

「오, 아니에요.」 나는 그를 안심시키며 분명하게 말했다. 「당신 같은 사람과 함께 일할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글쎄요, 우리와 함께 일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기회>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같지는 않더군요. 우리 생활은 비교적 단조로운 편이고 늘 시간에 쫓긴답니다.」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단조롭게 사는 것보다도 못하다고 할 수 있어요. 가난한 생활에 가깝죠. 빠듯한 생활을 하면서 역경을 감내하고, 모르는 사람들의 호의로 생활을 유지하면서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갑니다. 미래도 불투명하죠.」

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그가 미소를 지었다.

「농담입니다. …어느 정도는요.」



인턴 기간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게 무척 친절했고 나는 금세 편안함을 느꼈다. SPDC 사무실은 애틀랜타 시내의 16층짜리 고딕 복고조 양식 건물인 힐리 빌딩에 자리했다. 1900년대 초에 지어진 그 건물은 상당히 낡았고 세입자들이 점점 줄어드는 형편이었다. 나는 책상으로 둘러싸인 비좁은 공간에서 두 명의 변호사들과 함께 일했으며 전화를 받거나 변호사 대신 법률문제를 조사하는 등 일반적인 업무를 맡았다. 일상적인 업무에 막 익숙해질 즈음이었다. 어느 날 스티브가 다른 사람들은 짬을 낼 수 없으니 사형수 수감 건물을 방문해서 한 사형수 남성을 만나 보라고 지시했다. 스티브의 설명에 따르면 그 사형수는 사형 선고를 받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사건을 맡아 줄 변호사를 아직까지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나는 이 남성에게 한 가지 간단한 메시지만 전달하면 되었다. <내년까지 당신에 대한 형 집행은 없을 겁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조지아의 농지와 숲을 가로질러 운전하며 사형수를 만났을 때 할 말을 내내 되뇌었다. 내 소개말도 반복해서 연습했다. 「안녕하세요, 브라이언이라고 합니다. 나는 학생이고….」 아니다. 「나는 로스쿨 학생이고….」 아니야. 「나는 브라이언 스티븐슨이라고 합니다. 남부 재소자 변호 위원회라는 법률 단체의 인턴이고 당분간은 당신에 대한 형 집행이 없을 거라는 사실을 전하러 왔습니다.」 「당신은 당분간 사형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동안은 사형될 위험이 없습니다.」 아니다.


나는 계속해서 인사말을 연습했고 마침내 가시철조망 울타리와 하얀색 감시탑이 위협적인 조지아 주 진단과 분류 센터, 즉 조지아 주립 교도소에 도착했다. SPDC 내에서는 <잭슨>이라는 이름으로 통하던 터라 표지판에서 실명을 발견하자 왠지 어색했다. 병원 같기도 하고 심지어 치료 시설 같은 느낌도 들었다. 주차한 다음 교도소 본관 정문 앞에 도착했고 다시 본관 내부의 어두컴컴한 복도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복도 중간중간에는 사방의 모든 접근 경로를 쇠창살로 차단한 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교도소 내부의 모습은 그곳이 정말 무서운 곳이라는 사실을 의심할 일말의 여지도 남겨 주지 않았다.


터널처럼 생긴 복도를 따라 공식 면회 장소로 향했다.

_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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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10월 말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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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2016-10-06 13: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형이란 돈 없는 사람들이 받는 처형이란 말이 무척 무겁게 느껴집니다. 앞으로의 연재와 출간이 무척 기대됩니다.

papariver 2016-10-06 1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형수에게 사형 집행이 당분간 없을 거라고 말하는 것에는... 정말 엄청난 무게감이 담겨 있을 거 같습니다. 2회도 기대되네요.

시소 2016-10-07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무엇을 향해 가야할지도 잘 모르고.. 이미 준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위 친구들과 비교해볼 때 나 자신이 초라하고.. 이런 마음들이 참 공감이 가네요. 이토록 자신 없고 불투명한 미래를 두려워하던 어린 학생이 어떻게 지금의 브라이언 스티븐슨이 되었는지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2회도 기다릴게요!

stillmyhero 2016-10-07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나온다면 꼭 읽고 싶네요. 2회 이야기 궁금해요. 면회 장소에서 어떤 일이 펼쳐졌을지...

비로그인 2016-10-07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버드 로스쿨! 하면 떠오르는 것에서 갑자기 정반대의 휴머니스트적인 이야기로 빠지는 시작이 많이 식상합니다. 사형수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 하는 저자의 생각도 많이 읽어보았던 듯한 진부함이 느껴집니다. 물론 소설이 아니라 실화라 더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읽으며 생각하는 맛이 조금씩 강해질 것 같다는 기대가 듭니다. 2화를 기다려 봅니다.

고귀한 수영이 2016-10-07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거 열린책들에서 나왔던 인종과 관련된 작품인 <앵무새 죽이기>, <노예12년>, <웰컴 삼바> 그리고 <세상과 나 사이>와는 언뜻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른 강렬한 무엇인가가 숨어있을 듯한 엄청난 작품임을 느낌 수 있는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 연재 첫화네요. 진짜 벌써부터 다음 2회가 궁금해져요. 세상을 아니 이 사형수와 감옥 그 세상에 대해서 모르는 신참에게 있어서 그 현장과 사형수를 만나서 대면하였을 때 느낌 두려움과 감당하기 힘든 압박을 어떻게 견대낼지 정말 궁금해져요. 진짜 매 화요일과 목요일이 무척 기대될 연재에요~

galei 2016-10-10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흥미진진하네요. 다큐멘터리를 읽는 것 같아서 재미있습니다!!

history86 2016-10-10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읽었어요^^ 다음 번 연재도 기대됩니다.

water0_1 2016-10-10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노노 2016-10-13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의 애티커스 핀치라고 불리는 사람의 회고록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갑니다. 법이라는 게 엄정하게 지켜져야 하는 만큼 다루는 사람이 중요하니까요.

딸기냥 2016-10-14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도입부분이지만, 월터의 등장과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우리에게 말해주고싶은지 궁금해집니다 ^^

Chloe 2016-10-20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월말일이 기다려지는 책이네요. 저윗분 말씀처럼
하퍼리의 앵무새죽이기 생각나네요. 열린책들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계속 기대되고 응원하고픈...

마애미안 2017-05-17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의 어두운 곳, 들추면 눈물부터 왈칵 쏟을 것이 두려워집니다. 알면서도 애써 직면하지 않으려는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과 같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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