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로 칼비노의 <우주만화>를 서점에서 대뜸 집어 들었던 적이 있다. 상대가 약속시간에 늦어 한참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읽다 보니 절반 이상 읽어 도저히 놔두고 그냥 올 수 없어 구매한 것이다. 이탈로 칼비노의 <우주만화>에는 분명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독창적인 현실이 가득하다. 그는 천문학, 미생물학, 물리학, 인공두뇌학 등에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의 현실성을 채집한다. 존재했거나 존재하지 않았거나가 아니라 이미지를 갖고 있느냐 가지고 있지 않느냐로 그의 인물들은 이름을 갖는다. 사람들이 말하듯 이것이 SF적인 요소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우리가 던지는 질문의 일부에 있지만 전혀 딴 판에서 자신의 질문을 가지고 놀고 있는 작가임에는 분명한 듯하다. 늘 이 작가의 주요 오브제인 환상성을 기대하고 페이지를 넘기다가도 이 책은 오히려 지독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주억거리곤 한다. <거미집 속의 오솔길>에서부터 <나무위의 남작>까지 칼비노는 가상의 레지스탕스를 꿈꾼다. 환상이란 이쪽의 현실을 얼마나 드러내고 환기적일 수 있느냐의 측면에서 더욱 도드라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칼비노의 소설기법은 정확한 각도기로 예정되어 있는 거리가 존재한다. 칼비노의 환상성은 알고 있는 대상과 모르는 대상과의 거리를 만들어가기 보다는 우리가 접했던 감정과 접하지 못했던 감정 사이의 거리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호프만, 카프카, 로브리에가 그러했듯이 칼비노의 작품에서 반복되어지는 우화성은 거리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의 신속성에 있을지 모른다. <나무위의 남작>을 생각해 보라. 어릴 적에 나무 위로 올라가 일생 땅으로 내려오지 않은 채 살아간 남작의 고독에 대해 떠올릴 때, 우리가 떠올리는 것은 그의 기이한 행동의 우수보다는 그 이야기의 실체가 닿아 있는 소설의 구조에 더 닿아 있지 않은가. 그 구조는 세상에 대한 칼비노의 언어적 태도이며 이 불우한 세계를 해석함으로서 드러나는 실험들에 가깝다. 그는 이 땅 위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사실성보다는 그 사건이 품고 있는 미로를 다룬다. 이때 이야기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환상은 담론이라기보다는 언제나 실감 쪽에서 충만해진다. 25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우주만화>속에는 25편의 회상과 25편의 추적이 있다. 주인공 크프우프크의 다양한 모티브를 통해 복안들은 독자에게 전달된다. 이야기 속의 회상은 서로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며(옴니버스) 서술에게 엉뚱한 진술을 하듯이 쫓기고, 서술은 이야기의 회상 속에서 자꾸 무언가를 추적해 간다.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야기 바깥에서만 드러날 것 같은 상징을 가득 품은 이야기들이 넘실거린다. 가장 매혹적인 단편이었다고 생각되는 <추격>은 이 책 <우주만화>의 구성이 하나의 추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까운 삶에 대해 던지는 우리들의 질문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COSMO COMICO)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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