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책에는 힘이 있지. 시대를 초월한 오래된 책에는 큰 힘이 담겨 있단다. 힘이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읽으면, 넌 마음 든든한 친구를 많이 얻게 될 거야. 


책에는 마음이 있지. 소중히 대한 책에는 마음이 깃들고, 마음을 가진 책은 주인이 위기에 빠졌을 때 반드시 달려가서 힘이 되는 법이야.


/


판타지 소설을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니라 1장까지 읽고 난 뒤 긴가민가했다. 책에 관한 단순한 판타지인가 보다,하며. 하지만 절대 단순하지 않았다. 이 책은 매우 중요한 메세지를 담고 있으며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인 것이 분명하다. 특히나 옮긴이의 말을 읽고 나서 더욱이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옮긴이 이선희의 말 : 셰익스피어, 뒤마, 프루스트... 우리는 지금까지 참 많은 책을 읽어왔고 앞으로도 읽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책을 읽는 걸까우리 안에도 네 가지 유형의 모습이 조금씩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때로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때로는 줄거리만 읽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베스트셀러에 손을 내밀기도 하고, 때로는 일그러진 마음으로 책을 읽기도 한다. 그러면서 왜 책을 읽는지 생각지도 않고 습관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다음 책에 손을 내민다.  


나 또한 요즈음 책에 임하는 자세가 많이 뒤틀렸던 것 같다. 무의식중 많이 읽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하여 1장이라도 더 읽어나가려고 애썼었다. 손에 쥔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다음으로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했었다. 책 속 좋은 구절들을 기록하기에 바빴지, 한 구절을 두고 오래 묵상해보지 못했다.


나는 왜 책을 읽을까. 중학교 때부터 도서관에 가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일상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책이 선사해주는 다른 세계와 감정에서부터 힘을 받았으니까. 대학생이 되어서는 전공 서적도 못 읽어나가고 있는데 무슨 독서냐,는 생각에 책에 거의 손을 대지 못했고. 직장인이 되어서야 책을 다시 읽게 된 것은, 사회에 나와보니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깨달아서였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책을 읽는 나는 과연 올바른 방법으로 책을 읽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이 말해주는 네 가지 유형의 사람을 잊지 말자 : 

1. 읽은 책의 수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그래서 읽은 책은 다시는 안 꺼내 보는 사람. 

2. 책의 줄거리만 읽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3. 책을 팔아서 수익만 올리면 되기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책만 파는 사람, 즉 세상에 필요한 책이 아니라 세상이 원하는 책을 만드는 사람. 

4. 마음이 뒤틀린 채로 책을 읽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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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내게 힘과 마음을 준 책과 다시 한번 올바른 관계를 쌓아보자. 


*



소중한 책이 닳을 때까지 몇번이고 읽으며 책의 이야기속에 편안히 몸을 누이면서 만족스럽게 미소를 짓는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이 세상에는 이치가 통하지 않거나 부조리한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지. 고통으로 가득 찬 그런 세계를 살아갈 때 가장 좋은 무기는 이치도 완력도 아니야. 바로 유머지.

다정한 미소와 대조적인 날카로운 시선이 세련된 행동거지와 멋진 조화를 이루었다.

책을 많이 읽는 건 좋은 일이야.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되는 게 있어. 책에는 커다란 힘이 있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책의 힘이지 네 힘은 아니야.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 책이 네 대신 인생을 걸어가 주지는 않는단다. 네 발로 걷는 걸 잊어버리면 네 머릿속에 쌓인 지식은 낡은 지식으로 가득 찬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야. 누군가가 펼쳐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골동품에 불과하게 되지.

책을 읽는 건 참 좋은 일이야.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자기 발로 걸음을 내디뎌야 하지.

책과 음악은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둘 다 인간의 생활에 지혜와 용기와 치유를 안겨주는 훌륭한 존재지. 인간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스스로를 고무하기 위해 만들어낸 특별한 도구란 말일세.

책을 읽는 건 산을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지.

책을 읽는다고 꼭 기분이 좋아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아 때로는 한 줄 한 줄 음미하면서 똑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거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에 탁 펼쳐지는 거란다 . 기나긴 등산길을 다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야.

독서에도 힘든 독서라는 게 있지. 물론 유쾌한 독서가 좋단다. 하지만 유쾌하기만 한 등산로는 눈에 보이는 경치에도 한계가 있어. 길이 험하다고 해서 산를 비난해서는 안 돼. 숨을 헐떡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 것도 등산의 또 다른 즐거움이란다.

기왕에 올라가려면 높은 산에 올라가거라. 아마 멋진 경치가 보일 게다.

무턱대고 서두른다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크고 작은 부분들을 놓치는 게 인간이다. 기차를 타면 먼 곳으로 갈 수 있지만 그렇다고 식견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길가에 피어 있는 이름 없는 꽃도, 나뭇가지에서 지저귀는 작은 새들도 자기발로 걸어가는 우직한 산책자를 따르는 법이다.

계속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마음이 먼저 패배해.

서점에 틀어박히는 건 좋은 일이야. 우리가 걱정한 건 네가 ‘네 껍질‘안에 틀어박혔던 거지. 껍질을 깨뜨려.

고독에 지지마. 너는 혼자가 아니야.

괜찮아요. 전부 괜찮치는 않지만 나름대로 괜찮아요.

계속 밑을 향해 틀어박혀 있으면 안 돼. 노력한 만큼 대가가 따르지 않을지 모르지만 네 인생이니까.... 앞으로 보고 힘차게 걸어가.

-난 너무 어려워서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던데.

그거 잘됐네. 책을 읽고 어렵게 느꼈다면 그건 네가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게 쓰여 있기 때문이야. 어려운 책을 만났다면 그거야말로 좋은 기회지.

선택지가 없다는 말은 착각일 뿐만 아니라 변명에 불과했다는 걸 지금 린타로는 똑똑히 알고 있다. 선택하려고 하면 길은 사방팔방에 얼마든지 있다. 자신이 선택하느냐, 누군가에 의해 떠밀리느냐 그것뿐이다.

"당신이 당신 자신을 믿지 않으면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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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킹스 스피치
톰 후퍼 감독, 가이 피어스 외 출연 / 버즈픽쳐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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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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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더듬이 조지 6세(Albert)가 왕관을 내려받으면서 그의 언어장애를 치료하고자 하는 이야기. 실제로 조지 6세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이렇게 생기셨군. 정말 우아하게 생기셨었군. 



Image result for King's speech George the 6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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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 이로부터 오는 부담과 책임에 대하여 살짝 맛볼 수 있는 정도. 그 누구보다 많은 권력과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만큼 희생도 따른다는 것. 왕의 자리를 이어받아야 하는 형에 비해 착하고 순한 '버티'를 보며 동정심이 생기지만, 자기가 믿는 인생을 살고 싶은 형이 미워지지는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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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정에서나 있을 법한 한 자녀의 어릴 적 상처, 사랑받지 못한 기억의 아픔. 이러한 것들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버티'를 보며 생각해보았다. 과거의 상처는 우리를 어디까지 정의하고 있을까, 어디까지 우리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어디까지 우리의 한계를 정의해버리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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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믿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의 의견을. 그런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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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onel Logue: Please don‘t smoke. I believe sucking cigarette smoke into your lungs will kill you.
George ‘Bertie‘ VI: I need to relax. My physicians say it relaxes the throat.
Lionel Logue: They‘re idiots.
George ‘Bertie‘ VI: They‘ve all been knighted.
Lionel Logue: Makes it official then.

Because I have a right to be heard. I have a voice!

왜냐하면 내게도 말할 권리가 있으니까! 나에게도 목소리가 있으니까!

Lionel Logue: You still stammered on the ‘W‘.
King George VI: Well I had to throw in a few so they knew it was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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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 오버 미 - 할인행사
마이크 바인더 감독, 돈 치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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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울고 싶을 때 돌려보는 영화입니다. 미리 경고하지만, 티슈는 옆에 두고 틀기. 아담 샌들러가 코미디만 할 줄 아는 게 아니다. 정말 좋은 영화, 생각보다 유명하지 않아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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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로 아내와 세 딸을 잃은 남자, 그리고 그를 우연히 만나게 된 치과의사 동창. 이 이상의 줄거리는 모르고 보는 게 나은 것 같아요. 그냥 틀어놓고 보시다 보면 알게 됩니다. 굳이 어떠한 메세지를 전달한다기보다,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 누구에게나 이런 비극이 있을 수 있고, 그 고통과 슬픔을 안고 이렇게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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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도 너무 멋있음, 아주 현명하심. 변호사보고 닥치라고 하는 것도 멋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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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대사. 그의 (슬픔을 극복하는 방어적) 삶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의 부모님에게. 



(아내와 딸들에 대해) 얘기할 필요 없어요, 사진도 필요 없고... 왜냐하면, 솔직히 말하자면, 난 자주 그녀가 보여요, 길거리에서. 그냥 길을 걸어가다 그녀가 다른 사람 얼굴에서 보여요, 당신들이 들고 다니는 그 어떠한 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슬프고 고통받는 거 알겠어요, 하지만 당신들은 서로가 있잖아요. 서로가 있잖아! 어디 가든 그녀와 내 딸들을 봐야 하는 건 저예요, 그 어디를 가든! 그 망할 개도 보여. 그 정도로 나 아직 엉망이에요! 독일 셰퍼드를 봐도 내 눈엔 예전 우리 망할 푸들이 보인다고요! 


I don't need to talk about her or look at pictures... 'cause the truth is, a lot of times, I see her... on the street. I walk down the street, I see her in someone else's face... clearer than any of the pictures you carry with you. I get that you're in pain, but you got each other. You got each other! And I'm the one who's gotta see her and the girls all the time. Everywhere I go! I even see the dog. That's how fucked up I still am! I look at a German shepherd, I see our goddamn poo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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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Maybe we have found, what we have lost. Entangling, misunderstanding. 



*



- We just want to be a part of his life.
- No, I know, I understand. But it‘s just not an option right now.

First off, you ever pull crap like that in my court again I will have hardened inmates use you as a dress up doll, do you hear me. (Your Honour, in my defense) Quiet. I‘m serious. I want you to shut up Mr. Felone, this is not going well for you, you hear me? Shut. Up.

Mr and Mrs Timpleman, you are the closest thing he has to family. (Thank you/yes). I want you to go home and think very hard this weekend because we are all going to meet back here on Monday morning, and I am going to let the two of you decide. I want you to rack your brains. I want you to think about what your little girl would have you do in this situation.

And I‘m gonna have you look me straight in the eye on Monday morning and tell me whether or not she would want her man put away in a place like that. You understand what it is I am telling you Mrs Timpleman, the power I am putting in your h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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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begins 2019-07-05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걸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다니! 반갑습니다

ohbusybee 2019-07-12 17:25   좋아요 1 | URL
우왕 ㅠㅠ 정말 반갑습니다. 제 주변엔 이 영화 아는 분이 한 명도 없어요.

magicbegins 2019-07-12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힘든 순간에 위로가 되었던 작품인데
대사도 사진도.. 감사합니다 :)

ohbusybee 2019-07-12 19:22   좋아요 1 | URL
저두 그랬는데, 공감 감사합니다 ㅎㅎ 앞으로로 좋은 글, 작품 공유해요.
 
어메이징 메리
마크 웹 감독, 크리스 에반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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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따뜻해지기 위해 일 년에 한 번씩 봅시다. 캡틴 아메리카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크리스 에반스 최고의 캐릭터. 아역도 완벽. 옆집 로버타도 찰떡. 그냥 배우분들 다 연기 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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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천재 여동생의 딸, 즉 자기 조카를 데리고 사는 (세상에서-제일-섹시한-남자) 보트 수리사. 그 조카도 근데 천재다, 어쩌면 자기 엄마보다 더. 그런 조카를 최대한 행복하게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그(와 매력 넘치는 옆집 아주머님 로버타). 조카를 대하는 태평하고 쿨한 자세가 너무 좋다. 약간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이종혁과 비슷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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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모르게 이 영화를 보면 잘 살아 보고 싶어진다. 지친 마음이 조금은 어깨를 펴게 된다. 결국 우리 모두 잘 살고 싶어할 뿐이니까,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그 누군가한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다만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기에, 우리는 인간이라는 결점이 있기에 확신할 수가 없다 - 과연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가. 그 불안을 안고 사는 것이 무거울지라도, 언제나 하루하루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서로를 용서하고, 그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기억하면 된다. 


<Greys Anatomy, Season 2> Maybe we are not supposed to be happy. Maybe gratitude has nothing to do with joy. Maybe being grateful is recognizing what you have for what it is, appreciating the small victories, admiring the struggle it takes to simply be human. Maybe we are thankful for the familiar things we know and maybe we are thankful for the things we will never know. At the end of the day the fact is that we have the courage to still be standing is reason enough to celebrate. 


어쩌면 우리는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 어쩌면 감사는 행복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감사하는 것은 그저 내가 가진 것을 그대로 인지하고, 작은 승리들을 인정하고, 인간으로 살아가는 그 엄청난 투쟁에 감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익숙한 것들에 감사하고, 우리가 절대 알지 못할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하루 끝에, 우리가 여전히 서 있을 용기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축하받기 충분하다. 




메리와 프랭크와 한쪽눈 고양이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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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erging from the delivery room)It‘s a boy.
(산부인과에서) 남자아이야!

That‘s exactly how it was when you were born. (This happy?) This happy.
(그걸 지켜보는 프랭크와 메리) 네가 태어났을 때도 저랬어. (저렇게 행복해했어?) 저렇게 행복해했어.

- (Is there a God?) I don‘t know.
- (Just tell me).I would if I could. But I don‘t know. Neither does anybody else.
- (Roberta knows).No. Roberta has faith. And that‘s a great thing to have. But faith is about what you think, feel. Not what you know.
- (What about Jesus?) Love that guy. Do what he says. (But, is he God?) I don‘t know. I have an opinion. But that‘s my opinion and I could be wrong. So why would I screw up yours? Use your head. But don‘t be afraid to believe in things either.

- (There was a guy on TV who said there was no God).
- The only difference between the atheists on TV and Roberta is, Roberta loves you. She trying to help. Tell you what though. One way or another we all end up back together in the end. That‘s what you‘re asking, right? (Yep).

(I‘m so worried). Come on, Roberta. If you start crying, I will have to pretend to start crying.

(너무 걱정돼) 아, 로버타 그러지 마. 네가 울기 시작하면 나도 우는 척 해야 하잖아.

Never get on the bad side of small-minded people who have a little authority. I thought I told you that.

아주 조금일지라도 권한을 가진 무식한 사람들과 절대로 적이 되어서는 안돼. 내가 너한테 이 말을 했었을 텐데.

- Mary, I understand you like mathematics. So, on there, you‘ll find a great out-of-print book by Charles Zimmer called "Transitions in Advanced Algebra."
- Yeah. Love that book.
- You‘re saying you‘ve read it?
- Yeah, I‘ve kind of moved on to differential equations now.

Nobody likes a smart 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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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begins 2019-07-14 0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주엔 요걸 봤어요 ㅎㅎ 멋진 작품이네요
병원엔 왜 갔을까 했는데 ㅠㅠ
사려깊은 부모님들이 나온 드라마 영화들을 좋아했는데 삼촌도 추가해야겠네요
덕분에 맑은 눈물 퐁퐁 ㅋㅋ 감사합니다~

ohbusybee 2019-07-16 09:51   좋아요 1 | URL
ㅠㅠ 그쵸. 뭔가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영화랄까. 즐감 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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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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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읽었다. 예상은 했지만 매우 야하고(지하철에서 흠칫흠칫, 괜히 페이지를 빨리 넘기게 되는). 하지만 정말 재밌었다. 유명한 이유는 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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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발간. 하루키를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이 책의 또 다른 이름은 <상실의 시대>. 나는 '상실의 시대'가 더 맘에 든다. '상실'이라는 단어가 이 책을 읽고 난 후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단어라서. 


상실하다 : 

1. 어떤 사람과 관계를 끊거나 헤어지다.

2. 어떤 것을 아주 완벽히 잃거나 사라지게 하다. 


/


너무 필기하고 싶은 부분이, 꽂힌 부분이 많았는데, 계속 들고 다니면서 읽고 지하철에서 틈틈이 읽느라 원래 하듯이 일일이 다 필기를 못 했다. 그래서 다시 읽어봐야 한다. 다시 읽었을 때는 더 많이 이해하길. 열린 결말이고, 나는 열린 결말에 약하긔. 그래서 인터넷을 뒤졌다. 


이 책을 통해 하루키가 품고자 했던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의 의미라고 한다 : "사람이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는 건, 자아의 무게에 맞서는 것인 동시에, 외부 사회에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건 참 가슴 아픈 일이지만, 누구나 그 싸움에서 살아남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럼 삼각관계의 이야기라는 면이 있다는 말이군요. '나'와 나오코와 미도리가 가장 큰 삼각관계라도 한다면, '나'와 기즈코와 나오고" 라는 질문에 하루키는 이렇게 답변하였다고 한다 : "아니, 그렇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와 나오코, '나'와 미도리는 평행 하는 흐름입니다. 삼각이 아니지요. 정말로 삼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나'와 나오코와 기즈키 군의 세 사람입니다. 그리고 '나'와 레이코 씨와 나오코의 세 사람입니다. 그리고 '나'와 하쓰미 씨와 나가사와 군의 세 사람이지요. 이것은 삼각관계 입니다. 세 사람이 일체가 되어서 이야기가 진행되어 나가니까요. 하지만 '나'와 미도리, '나'와 나오코는 평행하고 있습니다. 


열린 결말이 되려 허망하디 허망한 20대의 감정과 사랑, 그리고 그로부터 오는 모든 불안을, 더 잘 전달해주는 것 같다. 여운이 깊어도 너무 깊게 남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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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난 후 다시 앞장으로 가 20년 후 현시점의 남자 주인공 나레이션을 다시 읽었어야 했다. 정말로 그 생생했던 관계와 순간들의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건가. 정말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 "왜냐하면, 나오코는 나를 사랑하지조차 않았던 것이다"라고 믿는 것일까. 결국 목메게 하는 애달프고도 간절한 사람도, 관계도, 순간도, 시간 앞에서는 소용없는 것인가. 



연관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만 '노르웨이의 숲'은 비틀즈의 Norwegian Wood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의 가사는 원 나잇 스탠드를 실패한 존 레넌의 경험담이라고 한다. 여자 집에까지 놀러 갔으나 원하던 원나잇은 얻지 못하고 욕조에서 자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여자는 벌써 나가고 없어서 복수심에 여자가 아끼던 노르웨이산 가구에 불을 붙인다는 내용의 가사다. "I once had a girl, or should I say, she once had me. She showed me her room, isn't it good, norwegian wood?". 레넌이 아내와 알프스에 놀러 갔을 때 이 가사를 썼다고 하며 아내가 알아치를 수 없도록 가사에 연막을 쳤다 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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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인공이 참 마음에 들었다, 물론 성생활은 동의하지 못했지만. 어떤 면에서 무덤덤하고 어떤 면에서는 감성적인. 감정 기복이 크게 있지 않고 행여 감정의 변화가 있더라도 외부로 티 내지 않는, 스스로 헤아리는. 들뜨며 기쁨을 표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슬픔과 좌절도 묵묵히 견뎌내는. 위스키 홀짝홀짝 마시며 책을 읽는. 대학강의와 알바 시간은 철저히 지켜가면서 친구들에게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 틈틈히 독일어 공부를 하는. 남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 일명 '그러려니' 및 '그럴수도 있겠다' 마인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써 내려가는, 그리고 답변이 오지 않아도 꿋꿋이 기다리는.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정말 지향하는 한 사람의 성향. 


태엽을 감는 생활을 하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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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마지막 잠자리는 대체 왜 가진 건지 설명해줄 사람 구합니다. 


*

죽은 자만이 영원히 열일곱이었다.

무슨 말이든 좀 해봐, 미도리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옹알거렸다. 너, 정말 귀여워 (이름 붙여서). 정말 귀여워, 미도리 (정말이라면 얼마나).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말라 버릴 만큼 귀여워. 네가 정말로 좋아, 미도리 (얼마나 좋아). 봄날의 곰만큼 좋아. 네가 봄날 들판을 혼자서 걸어가는데, 저 편에서 벨벳 같은 털을 가진 눈이 부리부리한 귀여운 새끼 곰이 다가와. 그리고 네게 이렇게 말해. ‘오늘은, 악씨, 나랑 같이 뒹글지않을래요.‘ 그리고 너랑 새끼 곰은 서로를 끌어안고 토끼풀이 무성한 언덕 비탈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하루 종일 놀아. 그런 거, 멋지잖아? 그 정도로 네가 좋아.

괜찮아, 아무 걱정 하지마. 모든 게 잘될 거야.

자신을 동정하지마. 자신을 동정하는 건 저속한 인간이나 하는 짓이야.

내버려둬도 만사는 흘러갈 방향으로 흘러가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사람은 상처를 입을 땐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입게 마련이지. 인생이란 그런거야.

난 이제 아무하고도 자지 않아. 네가 나를 어루만지던 때 그 느낌을 잊기 싫어서야. 그건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내게 중요한 일이야. 나는 늘 그 순간을 생각해.

우리는 살면서 죽음을 키워 가는 것이다.

삶의 한 복판에서 모든 것이 죽음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우리들이 이곳에 와 있는건, 그 비뚤어진 것을 교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비뚤어진 것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고 했어. 우리들의 문제점 중 하나는, 그 비뚤어진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있다는 거야.

사람이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럴 만한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지, 그 누군가가 상대에게 이해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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