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나혜석 지음, 장영은 엮음 / 민음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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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렬한 표지색감에 독특함 그림, 그리고 진지한 글씨체가 잘 어울려진 세련된 표지가 내 시선을 잡았다.


책장의 높이는 예전과 같은데,

요즘 책들은 '휴대성'을 강조해서 그런지 참 작다.

이 책도 손바닥만한 작은 책이다. 그러나, 나혜석님이 쓰신 글들을 모아놓은 이 책의 내용은 컸다.


책의 맨 앞장에 실려있는 사진으로 본 그녀, 나혜석님은

아름다운 외모에 기개(氣槪), 단아한 분위기의 전형적 조선미인 같았다.


책 서문에 기재된 나혜석님의 생애는 한국 최초가 많았다.

한국 최초로 전시회를 연 여성 화가, 한국 최초로 공개적으로 결혼 청첩장을 발행한 신부.

그리고 한국 최초로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여성의 입장에서 글로 표현하고 발표한 작가.


책은 해설이 먼저, 작품이 나중에 있어서,

작가님의 글을 이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책이 쓰여진 시대가 시대니 만큼, 일본어가 많았다.

그리고 [ ] 안에 글이 쓰인 당시와 다른 오늘날의 말을 써 주셔서 책 읽는데 좋았다.

그 뿐만 아니라, '바른편 손(오른손)'같이 요즘 안쓰는 말들이 많아서 요즘 말과 비교해도 재밌었다.

그러나, 각주는 책 맨 뒤에 설명이 있어서 일일이 찾아봐야 해서 한눈에 안들어왔다.

책 하단에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웠다.


책 중간에 나혜석님의 판화그림이 있어서 좋았다. 판화그림 옆에 '김일엽이 창간한 여성 잡지 〈신여자〉에 실린 나혜석의 판화'라는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뻔 했다.


<경희>는 읽을 때마다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의 오디오 북으로 들었던 윤석화님의 목소리가 생생히 떠올랐다.

그러나 '여학생'이라는 것 자체로 편견있는 세상이라니 끔찍했다.


작가님의 생애나, 글을 보니, 과거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오지랍과 입방정이 다른 사람의 삶을 망치는 건 똑같나는 생각이 들었다.


부록으로 있는 <만혼 타개 좌담회>는 1933년도 글이지만, 지금 현 상황과도 해결책까지 똑같았다.

경제적, 정신적 여유가 있어야 결혼을 할꺼라는 것.


그러나 작가님은 '산아제한'이 시험결혼(사실혼)의 필수라 하셨지만,

지금 시대에는 국가가 사실혼 사이도 결혼한 사이만큼 법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는게 좋을거 같다.


[조상이 벌어놓은 밥 그것을 그대로 남편의 그 밥을 또 그대로 얻어먹고 있는 것은 우리집 개나 일반이지요]라는 문구에서

요즘 '건물주'나 '금수저'를 '찬양'하는 세태와 달라 생각도 해보고 반성도 했다. 나도 '참 편하게만 놀고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끔 했었는데, 작가님과 너무 차이나는 마음가짐에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공부는 더해 무엇하겠소]라는 문구에서

자기계발 싫어하는 사람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이 있구나_했다.

나도 가끔 주변 분들에게 '책을 읽어 무엇하나'라고 들어서,

"소설책은 시간 보내려 읽고요, 심리학책은 위로 받을려고 읽고요, 과학책은 재미나서 읽어요. 알수록 더 재밌어요."라고,

경희처럼은 쏘아 말하지 못하고, 그냥 웃고 넘기고 속으로 삭혔던 경험이 있어서,

그냥 과거도 지금도 있으니 미래도 있겠구나_싶었다.


[다 팔자 소관이니 그렇지]라는 문구에서

자신이 나아질꺼라는 생각과 노력은 '1'도 안하고 삶을 낭비하는 고정형 사고방식이라니..정말 제일 싫어하는 말인데 현실에서도 많이 듣는 말이라 책을 읽으면서도 참 서글펐다.


[구주전쟁(1차 세계대전)후에 3대 문제, 즉 부인문제, 노동문제, 육아문제가 유행하니까]라는 문구에서

100년이 지났는데도 우리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점차 나아지고 있으니 다행이지 싶다.


["크면 어디가오? 다 애미찾는 법이지."하면 코웃음이 난다]라는 문구에서

<장미와 홍차의 나날>을 쓴 '모리 마리'와 작가님이 비교되어 너무 마음이 아팠다.

비슷한 상황이지만, 아이가 어른이 되어 찾아와서 만났던 모리마리와 모리마리의 아들들과는 잘 지냈다고,

특히 큰 아들과는 연인과 비슷해서 며느리가 싫어했다는 느낌의 글이 있어서.

아이들에게 받는 '편지' 때문에 파리로도 도쿄로도 못가고 있다가 객사한 작가님와 비교되어 마음이 아팠다.

자식들 입장에서는 작가님을 찾아뵙지 않은 것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지만..저 한줄의 문구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냉정한 태도를 자연에 맡기어 아이를 길러갑니다]라는 문구에서

젖을 떼는 문제는 반대지만, 작가님의 육아는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에 나온 육아법과 비슷하다.

아이에게 너무 매달리지 말고,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 같다.


[차차 유치원부터 소학, 중학, 그 이상의 학교까지 교육시키려면]라는 문구에서

본인도 네 아이를 모두 보지 못하게 된 채 이혼하게 될 줄은 몰랐을텐데..작가님이 안쓰러웠다.

그래도, 아이들때문에 사람 취급도 안해주는 남편과 시댁 옆에 평생을 숨죽여 살아야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 또 그건 아닌 듯 싶다. 어렵다. 하긴, 안 어려운 삶이 어디에 있을까.


<내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편의 [조선인 시가지도 본정통과 같은 전기시설을 하겠습니다]라는 문구에서

이 글이 쓰인 34년도에 이 땅에 살던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나 조금은 엿보였다. 에휴..


[이와 같이 평온 무사한 것을 우리 행복의 초점으로 삼는다면 행복은 확실히 우리 생활을 고정시키는 것이오, 활기업게 만드는 것이며, 게으르게 만드는 것이요, 우리로 하여금 퇴보자요, 낙오자가 되게 하는 것이다.]라는 문구에서

백수 생활을 즐기고 있던 내가 한심해 보였다. 그래도 몸과 마음을 재활하며, 열심히는 아니지만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 생활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혜석의 삶이 결국 어떠했는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혜석 밖에 없다는 것]이라는 

문구가 있는 추천사는,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감흥과 비슷했다. 그래서 공감하는거 같아서 좋았다.


전체적으로 이 책을 여러 번 읽으며 보낸 이번 달이 아깝지 않을 만큼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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