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9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맨 뒷표지에 보면,

[세대마다 문학의 고전을 새로 펴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있다. 그러나, 나에게 세게문학전집은 딱딱하고 재미가 없는데다 요즘은 쓰지 않는 고어(古語)가 자주 나와서 국어사전은 필수였다. 의역을 자제하고 원문에 충실한 번역을 추구하기 때문일까.


하지만 이 책은 따끈따끈한 신판답게 가장 재밌고, 사전도 한 번밖에 안찾아봤다. 

더하자면, 우리가 잘 모를법한 사회풍조나 내용이 담긴 친절한 각주

소설 마지막 부분이 이해가 안된 나를 위한 친절한 해설부분과

소설을 더 이해시켜주었던 작가의 생애까지. 세계문학전집의 정형적 요건이었지만, 이 책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특히 각주.


스포가 될까봐. 책의 인물과 작가의 상관관계는 책을 다 읽고 작품 해설을 꼭 읽어보시길.



이 책의 주인공은 사라시나 일기의 소녀같다. 주인공인 엄마, 딸, 아들 모두.


소설을 읽어가면서, 처음에는 모두들 비애감에 자아도취한게 아닐까 싶었다. 그들은 현재상황을 똑바로 보지 않고 좌절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누나는 한 번 스친 인연을 사랑이라고 생각한 바보같은 여자같았다. 삶이 힘들어서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이라 믿고 맹신하게 된게 아닐까. 삶이 힘들다고 남의 아내와 아이를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남동생은 중독을 중독으로 고친다지만, 최악이라는 선택지를 차악으로 바꾼 바보로 보였다. 누나의 처지와 자신의 가족은 생각하지 않은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들 모두 바뀐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적응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로 보였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나는 어떻게 주인공들을 그렇게 쉽게 몰아붙였을까.

만약 나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나는 그렇게 몰아붙일 수 있었을까. 노력을 안한다고. 소꿉놀이를 한다고.

읽으면서 눈살을 찌푸렸던 아랫동네 새댁과 내가 무엇이 다를까. [마흔에게]를 읽고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자고 마음먹은게 고작 이틀 전인데, 나는 왜 그렇게 모질고 차가울까.


그렇게 읽다가 동생의 유서를 보았다. 동생의 말대로 엄마와 아들은 모두 DNA하나하나 진짜인 귀족이었다.

누나는 쓰러진 귀족의 꽃에서 새로 피어난 꽃이었다. 귀족이되, 귀족임을 스스로 버림으로써 진짜 귀족이 된.

예전에 어떤 글에서 본 것처럼, <패전 후 일본의 짐이 된 예쁜 꽃>으로 남지 않았다. 그녀는 새로운 생명인 아이와 함께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지난달에 본 [방랑기]와 비슷했다. 시대도, 분연히 일어난 여주인공도.

단지, 여주인공들의 신분만 달랐다.






아무리 현실이 좌절스러울지라도, 이 소설을 읽고 당신도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인공들에게 "넌 왜 그렇게 열심히 안사냐"고 다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 스스로에게도.







+ 작품해설에서는 남동생이 우에하라의 부인을 좋아했다고 쓰여졌다. 그런데, 우에하라는 작가고, 화가는 후쿠이씨이다. 그래서 이 부분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https://www.instagram.com/p/Boyedbkg1yX/




-민음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글을 남겨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