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나라 - 성폭력 생존자와 가해자가 함께 써내려간 기적의 대화
토르디스 엘바.톰 스트레인저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용서의 나라 - 성폭력 생존자와 가해자가 함께 써내려간 기적의 대화

_토르디스 엘바 | 톰 스트레인저 (지은이) | 권가비 (옮긴이) | 책세상 | 2017-12-25    | 원제 South Of Forgiveness

 

 

살아가다보면 한 번쯤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예전의 TV 프로그램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처럼 다시 만나보고 싶은 그 사람을 진짜 다시 만나보게 될지, 어떨지 모르지만 그 애틋한 마음은 소중하다. 그 사람이 어릴 적 소꿉친구일수도 있고, 첫사랑의 그 사람일수도 있고, 학창시절 내 마음속 우상이기도 했던 선생님일 수도 있다. 아니면 이런저런 일로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진정 힘과 위로가 되었던 어떤 사람일수도 있다.

 

 

한편, 꿈에서도 다시 만나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내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겨준 그 누구는 생각조차하기 싫다. 혹시라도 다시 만나게 될까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겨우 마음을 갈아 앉히며 살아가고 있는데, 다시 그 인간이 내 마음을 휘저어놓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사람이 있다. ‘지금 만나러 간다.’

 

 

이 책의 지은이 토르디스 엘바와 톰 스트레인저. 두 사람은 청소년과 성인의 경계 무렵 서로 연인이었었다(엘바는 16, 톰은 18). 그러나 두 사람사이에 일어난 한 사건이 그들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6년 전 내 삶을 갈가리 찢어놓았던 그 남자. 그는 낯모르는 미치광이가 아니었다. 내가 의식을 거의 잃은 채 발작적으로 구토를 하고 있는데도 의료진의 도움을 거절했던 남자. 도움은커녕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두 시간 동안 나를 강간했던 남자. 그는 내 첫사랑이었다.” 이 일 이후 두 사람은 헤어진다. (엘바가 버림받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 후 엘바의 삶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섭식장애, 알코올중독, 자해 등 삶의 벼랑 끝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그녀는 사건 이후 9년 만에 그 남자()에게 e-mail을 보낸다. 다행히 메일 계정이 살아있었다. “온갖 경우를 다 예상했지만, 내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결과가 찾아왔다. 절절한 후회로 가득한 너무나 진솔한 답장을 받게 된 것이다. 나는 그만 마음의 무장이 풀리고 말았다.”

 

 

몇 해동안 두 사람은 메일을 주고받았다. 철저히 그날의 그 일에 집중한 메일 교환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두 사람은 만나기로 결정한다. 엘바의 의지가 더욱 강했다. 그 만남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엘바는 가정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이 결혼 전 낳은 남편의 아이들과 두 사람 사이의 아이까지 있다. 한 편 톰은 두 사람이 만날 그즈음엔 싱글이었다. ()에게 만남을 제안한 이유는 그를 한껏 움츠러들게 할 말을 그의 뇌리에 콕 박히도록 퍼부어, 남은 평생 자나 깨나 그 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어놓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어느 날, 엘바의 마음 밑바닥에서 용서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리고 다시 용서라는 단어를 찬찬히 보듬다보니 그녀는 마치 ‘(마음)새장의 열쇠를 찾아낸 느낌이 들었다.

 

 

두 사람은 어디서 만날까를 생각해봤다. 성폭력 피해자는 아이슬란드에 살고 있었고, 가해자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살고 있다. 중간 지점(나라)을 물색하던 중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으로 결정한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면 내 인생의 한 단원을 끝마쳐야하기 때문에 꼭 그 남자를 만나야 한다”. 그런데 그 장소가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이라. 남아공은 성범죄율이 높은 나라다. 오죽하면 케이프타운이 레이프타운(Rape Town, 강간도시)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만남의 장소로 택한 것은 “...용서를 실현하기에 사회제도 전체를 진실과 화해로 다시 세운 남아공보다 좋은 곳이 또 어디 있겠는가때문이다. 이 책은 두 사람이 남아공에서 일주일 동안 만나서 나눈 대화와 서로의 심리상태(톰의 일기와 그 전에 주고받았던 e-mail이 간간히 섞여있다)가 잘 정리되어있다. 아침에 만나서 저녁 또는 밤까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각기 숙소로 돌아간 후 다시 아침에 만나는 일정 속에서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용서를 배운다. 깊은 상처, 치유, 회복되는 과정이 진솔하게 기록되어있다. “용서가 유일한 길이야. 그가 용서를 받을 자격이 있든 없든 나는 평화를 누릴 자격이 있으니까..” _토르디스 엘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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