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미래 2030
권용득 외 지음, 전은진 외 그림, 장 다비드 모르방 시나리오 / 이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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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미래 2030 】     권용득 외 / 이숲

 

 

1.

2030. 앞으로 불과 12년이 남았지만, 여러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최근 10년간의 변화보다 더 빨라질 것이다. 만화의 미래 2030은 웹툰, 만화, 그래픽노블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한국과 프랑스의 작가 19명이 참여했다. 그들이 상상한 만화의 미래를 만화로 그려준다. 작가들의 관심분야는 깊고 넓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리치미디어, 홀로그램 등 다양하다. 만화, 웹툰의 장르가 과학기술과 만났을 때 어떤 양상으로 변모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들의 상상력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2.

프랑스 작가 장-다비드 모르방은 웹툰이 몸에 흐르고 있는 인물을 등장시킨다. 그의 몸(피부)에는 만화가들이 만든 문신 밑에 그들의 작품 전체를 가상으로 전파하는 칩을 실어 놨다. 한 여인이 그것을 탐낸다. 짧은 스릴러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다.

 

3.

인터넷 시대는 만화를 웹툰으로 바꿨다. 이경석 작가는 내 맘대로 상상교실 공 박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그림 그리는 도구로 와컴 헬멧을 등장시켰다. 헬멧을 쓰고 있으면, 생각만 해도 창작이 된다. 언제 어디서든 만화를 그린다. 똥을 싸면서도, 산책을 하면서도, 데이트를 하면서도 만화를 그린다. 헬멧은 언제 어디서든 충전이 가능하다. 공원 벤치, 전봇대, 또는 끼리끼리(자동차 배터리를 케이블로 연결시키듯)도 충전한다. 2030년에는 와컴 헬멧을 쓰면 개와 고양이도 만화를 그릴 수 있다고 하니, 만화가는 무얼 먹고 사나.

 

4.

나탈리 페를뤼 작가는 한 술 더 뜬다. “2030년에 나는 디지털 편집자가 내장된 책상을 살 거야. 돈이 좀 많이 들겠지만, 섬세하고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겠지. 이 편집자는 나를 매일 같은 아침 인사로 맞이해주겠지.” 작가가 상상하는 디지털 편집자는 거의 비서 로봇이다. 디지털 편집자와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은 문제점도 더러 발생하지만, “...그래도 결국 2031년에는 모든 이야기들의 구조들이 디지털 편집자가 구상하고 모니터링 하는 것에 따를 것입니다. 어쨌든 간에 실수와 어림짐작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일 테니까요.”

 

5.

홍연식 작가는 만화가 가족을 주제로 삼았다. 아빠, 엄마가 웹툰 작가다. 그 피가 어딜 가겠는가? 아들 둘이 만화에 관심이 많다. 폭 빠졌다. 홀로그램으로 만화를 그린다. 홀로그램, 게임, 증강현실, 모바일툰 등 각 버전으로 제출해달라는 원고 응모 메시지가 역시 홀로그램으로 뜬다. 아빠는 꿈을 꿨다. 서재에서 화선지를 잔뜩 펼쳐놓고, 펜촉으로 사각사각 만화를 그리다가 침까지 흘리며 책상에 얼굴을 대고 잠이 들었다.

 

6.

마린 블랑댕 작가는 여왕을 구하라는 만화에서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21세기 현대인의 테크노 비주얼 문화를 그려준다. 글로 쓰는 것보다, 영상이 더 확실하다. 과대망상증이 있는 수의사가 최면에 걸린 광해파리들과 함께 계속 도시를 파괴하고 있다. 그 광해파리들을 파괴하고, 주인공이 상사에게 보고하는 과정 모두가 스마트폰으로 해결된다. 스마트폰은 지금의 그것과 차원이 완전 다르다. 매일 매시간 수없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스마트폰 어플들이 2030년에는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하다 못해 염려스럽다.

 

7.

이정문 작가는 2030년 만화는 허공에 그려지는 펜 개발로 창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모습을 그려준다. 용수염 펜은 허공에 그리는 대로 실제 모습으로 바뀌기도 한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오면 인간이 편해질까? 행복해질까? 인공지능의 시대, 인공지능은 할 수 없고 인간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노는 일이라고들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일을 맡기고 우리는 놀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연 그렇게 될까?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행복지수를 올려놓을까?

 

8.

각각의 작품마다 국내 대표 만화 평론가들이 해설을 덧붙였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해설들이 매우 깊이 있고 예리하다. 웹툰 작가들과 함께 2030년을 미리 가보는 것도 흥미롭다.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들의 만화의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도 담겨있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앙굴렘 진행위원장을 맡았던 루이 트롱댕 등 프랑스 중견 만화가들도 제작에 참여한 이 책은 2016년 부천 만화축제 주요 전시 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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