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투리드 티셔츠 - M (반지의 제왕)

평점 :
절판


얇다. 리뷰에 허접하다고까지 얘기한거 들었는데 페북에선가 눈물의 고별전? 이렇게 들은거 같아 혹시나하고 샀는데 역시나다. 30수 중에서도 가장 얇은걸, 쓴 듯. 살짝 도톰하면 좋을텐데. 그래도 문구가 좋아서 두개나 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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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동물 펜케이스 - 랫서팬더
알라딘
평점 :
절판


사은품으로 받으면 괜찮지만 직접 구입하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평을 듣고서도 부득불 구입. 생각보다 -역시 구입 후기에 나온 말. 길이도 길이지만 너비가 넓다.- 크지만 견고하지 않은진 아직 모르겠음. 색감이 예쁘고 안쪽 구성이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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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이 오지 않았다. 피곤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누워서 팟캐스트를 들으며 잠이 오길 기다렸다.

 

 거대한 쇼핑몰에서 도망치는 중이다. 집으로 설정돼 있었는데 어느새 비스듬히 기울어진 컨베이너밸트 같은 곳에서 정신없이 뛰고 있었다. 아니 그 전에 누군가의 눈을 피해 집 밖으로 나왔었다. 현관문 소리가 나기 전에 스르르 연기처럼 문틈을 빠져나왔다. 잠든 사람은 기척이 없다. 자전거를 탔다.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오후 4시쯤의 공기 속으로 페달을 밟았다. 허리쯤 닿는 사철나무로 둘러싸인 집에 들어갔다. 그곳은 우리만의 장소. 나는 여러번 그 집에 왔었는지 자연스레 한 방으로 들어섰다.

 

 a는 부드러운 둥근테 안경을 쓰고 나를 바라봤다. 못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잘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았다. 못생긴 남자들의 드문 특징이다. 못생겼는데 애쓰지 않아서 그를 좋아했었지, 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고 나는 숨을 몰아쉬며 차분하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는 부드러운 키스를 했다. 그는 세련되게 키스하는 방법을 알았다. 거칠고 투박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섬세하게 내 몸을 만지는 느낌이 좋았다. 우리는 서로의 몸을 쓰다듬고 계속 쓰다듬었다. 비밀스러운 장막이 우리를 보호하고 이 관계는 특별하다는 자각이 들 즈음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깨니 욕구불만이란 단어 하나하나마다 백열등이 켜지는 것만 같다. 아이를 낳고 성욕을 잃었다. 자위는 좋은데 남자랑 하면 섹스가 귀찮고 번거로웠다. 자위도 성욕이니 성욕을 잃은게 아니라 성관계를 하고 싶지 않은건가. 남자들하고 필요없는건 떼버려야지, 잘라야돼 하면서 입으로 성희롱을 일삼고 거친 말로 대리만족을 느꼈다. 그쯤이면 될 줄 알았는데 꿈까지 꾸고.

 

 성기가 부딪히는 섹스말고 설레고 조마조마한 관계가 그립다. 얼어죽을 설렘타령인데 오늘은 문득 그럼. 로맨스를 봐도 참 예쁜 뫄뫄들이란 생각 뿐이었는데. 화장을 안 하고 꾸밈노동을 거의 안 하고 산다. 옷은 보이는대로 걸쳐입고 머리는 이보다 더 짧을 수 없을 정도로 짧게 잘랐다. 봊나게 편한데 가끔 예전 가락이 나와서 좀 그렇다. 꿈 속 남자는 내 타입도 아니고 나는 주도적인 성향이라 내가 원하는대로 만지고 희롱하는게 좋은데, 쳇. 게다가 못생기다니. 꿈이 뭐 이럴까. 꿈은 뇌의 장난으로 보이는 환각이란 말이 맞아, 이게 무슨 의미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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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5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6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

- a야. 밤공기가 찬데 아기를 방으로 옮기는건 어떨까.

- 어. 나 뭐랑 뭐 하고 조금 있다가 할게.

- (한숨은 쉬되 다시 숨을 들이마시며) a야. 너는 내가 언제 맘에 들어?

- 음... 당신이 나한테 잘해줄 때. (잘해주는게 뭐야?) 음... 그러니까 까불면서 재미있는 말 할 때. 나를 웃길 때 (그게 잘하는거야?) 어. 그럴 떄 당신이 좋아.

- 그럼 내가 당신이 좋을땐 언제일 것 같아?

- (므흣하게) 언젠데?

- 해야할 일을 미루지 않고 바로 할 때.

 

 a는 번개와 같은 속도로 일어나 거실에서 자고 있는 아기를 방으로 옮겼다.

 

* 마이너한 영화를 보고 기분이 착잡해졌다. 영화 만듦새가 별로였고 주인공으로 나온 사람은 예술적이라기 보다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보였다. 상영 후 GV를 하는데 영화 속 인물과 한 시대를 함께한 사람들은 같이 울고 그 시대를 추억했다. 참혹한 실상을 알리기 위해 참혹한 장면을 즉물적으로 보여줘도 될까, 그들만의 추억은 왜 지금 세대에게 공감을 주지 못할까. 슬픔을 강요하고 화를 불러일으키는건 현실을 바꾸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추상적이고 복잡한 마음이었다. 주말에 도서관에 들렀다 사서로 일하고 있는 언니랑 얘기하다 이 영화 얘기가 나왔다. 언니도 영화를 봤는데 기대한 것과 너무 다르고 감정을 강요하는게 너무 싫었다고 했다. 주인공의 예술성이 의심스러우며 연출도 아주 뭣같다고 했다. 나랑 똑닮았지만 어디가서 하지 못할 이야기를 같이 나눈다는데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 c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묻는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준비하기는 귀찮고 실직 상태가 붕 뜬 것 같다고 했다. 이 지역과 나는 안 맞는지 모르겠다고도. 언니는 지역의 문제보다는 지금 아치 상황이 그런게 아니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하긴 어딜가도 잘 사는 사람은 지금 이곳에서도 잘 살겠지.

 

 언니를 파악하기가 힘들다. 독설을 툭툭 뱉다가도 다른 사람에 대한 통찰력이 상당하고 헐렁해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똭,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는 사람을 확신한다. 이 사람은 이럴거고, 저 사람은 저럴거라고 믿어버린다. 몇가지 단서와 그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을 파악했다고 믿는다. 그래서 늘 관계가 짧고 가벼웠다. 어제와 오늘 내가 다르듯 다른 사람도 그런건데. 물론 어제와 오늘의 나 사이에는 아치란 변별력 있는 정체성이 있지만 어떤 때는 그마저 흐릿해진다. 다른 사람도 그런데. 나는 특별하고 다른 사람은 범주화할 수 있다고 믿다니.

 

 하긴 어느 정도 범주를 정해야 상대방을 대하는게 유연해지기도 하겠지. 나 역시 화남 모드와 견딜 수 있음, 즐거운 상태, 에너지 넘침 등등 상태 표시등을 반짝이는 것처럼. 하지만 규정 짓는 순간 그 틀 밖으로 상상할 수 없다는건 위험한 일이다.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 평이한 대화만 가능한 사람, 일손이 필요할 때 부를 수 있는 사람. 선뜻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나는 어쩌면 사람을 기능적으로 소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페이퍼로 두서없는 글을 썼다. 친구공개로만 했는데 나는 친구가 하나도 없어 '나만 보기' 글이 됐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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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집이 방학이다.

 이 말에서 암울한 기운이 느껴진다면 당신은 풀타임 육아 담당자다. 선생님들도 쉬어야하니까 방학하는건 당연하며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가도 된다. 방학이어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도 되는데 나는 눈치가 보여서 못보냈다.  잠깐 알바를 했지만 아주 잠깐이고 맞벌이가 아닌 이상 내가 집에 있는게 뻔한데 방학까지 아기를 맡기기가 좀 그랬다. 집안일도 엄연히 재생산 노동이고 블라블라하지만 현실에서 집안일은 경제적 가치가 없는걸로 취급된다. 취업 준비중이거나 공부를 한다거나 다른 활동하는건 부차적이다. 돈 버는 일이 아닌 이상 맞춤형 보육을 해야하고 맞춤형 보육인데도 부득불 방학때까지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누군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맘이 불편하다.

 

 그래서 아기랑 단둘이 하루종일 같이 있다.

 

 어린이집에 가기 전에도 그랬잖아. 문제될거 없다고. 나는 프로 엄마? (어?)라고. 오전은 어떻게 잘 지나갔다. 새벽부터 일어나는 아기 덕분에 뭐하고 뭐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 고작 10시 뿐이라 시계가 고장난줄 알았지만. 더위도 복병이었다. 둘 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목욕을 했다, 선풍기 앞에서 놀았다, 얼린 물수건으로 땀을 식혔다 했지만 몸이 스스로 달아오르는걸 막지는 못했다. 여차여차해서 어거지로 낮잠을 재우고 한숨 돌렸는데 방금 피난 채비를 마친 집처럼 집이 어수선하다. 하지만 나는 저질체력 아치니까 간단히 모르쇠하고 잠깐 눈을 붙였다.

 

 오랜만에 오랜 시간을 같이 있다보니 내가 이전에 아이랑 하루종일 있었던 생각은 못하고 아기랑 거리를 두고 싶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하루종일 있으면 할 말이랑 할거리가 없 듯 아기랑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고 잡기 놀이를 하고 춤을 춰도 여전히 많은 시간이 남았다. 조금만 떨어져 생각한다면 아기가 느끼는 것을 같이 바라보고 공감하고 새로운 발견에 박수를 쳐주며 환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막 혼자 있는게 좋아졌는데 맘이 선뜻 그렇게 되지 않았다. 게다가 아기와 같이 있으며 해야하는 일상적인 뒤치닥거리가 너무 귀찮았다.

 

 나 또 이 책 들고 나왔는데 '부모로 산다는 것'에 보면

 

 아기가 사랑스러운 순간은 대부분 그저 바라볼 때, 아기는 수동형으로 존재하고 그 존재 자체에 감탄하는 '나'로 내가 존재할 때라는 얘기가 나온다. 잘 시간이니까 재우고 이를 닦이고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할 것, 밥 먹은 자리를 훔치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 등을 처리하느라 정작 아기 눈을 보며 기운차게 웃지 못했다.

 

 낮잠 시간이 늦어져 자는 시간도 늦춰진 아기를 재웠다. 다른 때 같으면 아기를 재우고 내 볼일을 보려고 조급해졌을텐데 맘이 느긋해져 그냥 아기를 바라봤다. 아직 잠이 안 오는지 책을 본다, 물을 먹는다, 땀띠가 난데에 약을 발아야한다던 아기가 조용해졌다. 토끼 베개를 가져다 베고선 나를 바라본다. 나도 같이 누워서 아기를 바라봤다. 초롱초롱한 눈이 나를 한번 봤다 감았다, 다시 나를 보고선 감는다. 초점이 없어진다. 눈에 힘이 풀리고 스르르 눈이 감긴다.

 

그리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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