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가 아침을 먹으며 ‘포크포크’를 외친다. 누구꺼 있잖아. 그래도 포크포크. 아이의 다양하고 급변하는 요구를 들어주다가 이제 그만을 외치고 싶을 때면 스스로 묻는다. 이 요구는 안전한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건가. 아니야. 포크를 꺼내서 줬더니 아기는 아빠한테 포크를 준다.

- 아빠 먹고 가. 이거이거

하며 사과를 집어준다. 아기 아빠는 전날 과음해서 속이 안 좋을텐데 이거 어쩌진 아니고 그것 참 쌤통이다 싶은 마음. 음하하

 

* 한밤중 칭얼거림. 달래고 토닥여 재워야하는데 내가 피곤하다. 아가야 자, 자야지 내일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지. 그래도 칭얼. 왜. 왜? 왜! 내 목소리를 따라 아기의 칭얼거림도 덩달아 커진다. 그러더니 이내 울음소리가 나고 나는 잠이 깨버렸다. 잠이 깨서 화가 나고 화를 아이한테 쏟고. 악순환이다. 연결고리를 누군가 끊어줘야하는데 대부분 a가 그 역할을 한다. a는 아이의 불편함을 들어주려 애쓰고 귀 기울인다. 나는 옆에서 날아간 잠을 불러들이며 왜 육아 이론은 내가 더 잘 아는데 a가 아기를 더 잘 보는걸까란, 당연히 이론보다 실제 맘이 더 중요한 이유를 갖고 괜히 생각해보고 있었다. 아이는 한밤중에 쉬를 싸고 싶어 칭얼거린거였다. 나도 아무 이유 없이 맘이 그럴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수용해주는 부모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나에게 말했었는데 망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밤중에 언성을 높여 미안한 맘에

- 누구야. 엄마가 어제 자는데 큰소리 내서 정말 미안해.

라고 했더니

- 엄마, 나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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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는 페미니즘 - 여자의 삶 속에서 다시 만난 페미니즘 고전
스테퍼니 스탈 지음, 고빛샘 옮김, 정희진 서문 / 민음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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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과 실천만큼 체계를 잡고 정리할 수 있는 이론이 필요했다. 제목이 이래서 만나지 못했다가 만난 순간 푹 빠진 책. 페미니즘 입문서로 손색이 없으며 재미와 감동, 글맛이 살아있다. 아이를 요란 떨지 않고 성중립적으로 키우는 데까지 이르면... 소개된 책 다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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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덫에 걸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몇개월은 외국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이년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지역을 아는 기회로 생각했다. 하지만 일을 해야한다, 하고 싶다는 내적인 압박이 상당했다. 닥치는대로 단기 알바를 했다. 돈을 벌고 싶기보다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이런저런 일을 했지만 무엇 하나 즐겁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붕 뜬 기분인데 이건 아이를 낳고나서 생긴 문제만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나서 선택지가 좁아지고 시간이 부족해졌다. 잠깐 하는 일의 출퇴근 시간과 등하원 시간을 조율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불안과 불만을 아이에게 투명했다. 내가 이런 상태일수록 아이 맘도 덩달아 종잡을 수 없어지고 다시 그 영향이 내게 왔다. 전에 없이 아이가 칭얼거리면 나는 맘을 추스리고 아이를 보듬지만 아이가 그걸로 부족해서 다시 그러면 견디기 힘들어한다.

집안일은 아무리 노력해도 좋아지지 않는다. 엄마가 된 건 바꿀 수 없는 경험이지만 '엄마의 일'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아이의 의식주를 책임지고 시간을 같이 보내고 감정을 보듬어줘야한다. 무엇 하나 쉽지 않다. 요근래 내가 부쩍 아이한테 짜증을 내서 맘을 끌어 올려 '솔'정도의 톤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가끔은 톤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싶은 건 매한가지다.

산후우울감이 너무 늦게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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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얘기를 하다 생리혈이 더러운 피라는 동생얘기에 그게 아니라고 설명을 하는데 나도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얼버무리고 말았다. 나의 살던 꽃피는 자궁 외에 다른 책을 찾아보려고 알라딘에서 검색했다가 자궁섹스 책이 두개나 나와서 기분이 쉣. 자궁섹스라니. 몸을 잘 씻고 피임을 제대로 하는 기본적인 것도 잘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자궁이 어디있는지는 알까? 자궁은 감각이 없다고. 이놈의 섹스환장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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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적이야 그림책이 참 좋아 1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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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그림보다 글을 좋아한다. 직접적이거나 가시적이지 않고 은유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좋다.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내용과 어울리는 것도 좋고. 이 책 역시 마찬가지. 조그맣던 아기가 어느새 이렇게 쑥 자라는 일,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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