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 전쟁과 포르노, 패스트푸드가 빚어낸 현대 과학기술의 역사
피터 노왁 지음, 이은진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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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선전효과를 위한 촬영기술과 통신장비의 발달은 섹스 산업의 기상천외한 소통도구와 영상을 발달시킨다. 전쟁의 물품 조달과 보급을 위해 이용된 기술은 대량 표준화 시스템으로 물건을 생산하는 방식을 도입시킨다. 패스트푸드 업체는 잠수함의 좁은 주방에서도 효율적으로 음식을 생산하는 방식에 착안해 분업형 조리과정을 시도한다. 


 심플롯의 감자튀김에서부터 패스트푸드의 질 나쁜 쇠고기를 대처하기 위해 공급업자를 획기적으로 줄인 사례, 반GMO나 동물권리 보호 운동가의 입장이 아니라 그 반대편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생활용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미국 경제의 종교적 신념이 GMO제조회사와 어떤 연관을 갖는지 등등. 책에는 흥미를 잡아끄는 구석이 많다. 게다가 제목과 표지마저 혹할만하다. 


 플레이보이의 휴 헤프너에 관한 부분도 재미있다.


 에스콰이어지 카피라이터 휴 헤프너. 청고도적인 가정에서 순결을 강요받으며 자란 헤프너는 성생활을 재정립하고 싶은 강한 욕구에 시달리다가 킨제이 보고서에서 크나큰 영감과 확신을 얻었다. 이 신예 저널리스트는 관습에서 벗어난 게걸스러운 성적 취향을 지닌 사람이 자기 혼자가 아닐 뿐더러 그런 욕구가 아주 흔하고 평범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매우 기뻐했다.


 그렇지만 지식백과적인 기술발전 이야기가 기술문명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그치진 않는다. 이 책은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암시를 준다. 기술에 대해 말하면서 어떤 입장에 서지 않으며 그간의 논쟁과 기술발전에 대해서만 서술한다. 암시는 중립적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식품 가공 기술이 불러온 나쁜 영향을 좋은 가공 기술로 보완하는 움직임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는 말처럼 기술의 폐해는 기술로 대체한다는 주장을 보면 꼭 중립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입장이 없다보니 책은 여러군데에서 머뭇거리는 듯 보인다. <갈등의 씨앗>에는 비타민이 들어있는 황금눈쌀의 연구자가 처음에는 모든 특허권을 갖고 있는 다국적 생명공학 회사가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자신의 연구에 훼방을 놓는다며 불만을 드러낸다. 연구 특허권을 허용받은 다음에는 유럽 쪽에서 반GMO 식품 규제가 심해 생산할 수 없다는 말로 끝맺는데 GMO의 안전성 검증은 물론 비타민이 함유된 것 말고 어떤 영양학적 가치가 있는지는 전혀 다루지 않는다. 그동안 GMO와 관련된 크고 작은 논란도 생략했다. GMO 책이 아니니 당연한거지만 예외적인 사례(예외적인 사례조차 다국적 종자회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식량이 부족한, 혹은 문명의 혜택을 못받는 나라를 도와준다'는 식)를 통해 시장이 알아서 할 일을 이데올로기로 규제한다는 식의 기술문명 낙관주의는 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시장은 불공정하고 자본권력쪽으로 편중되어 있다. 


 저자는 사람을 살상하는 전쟁에 대해서도 건강을 해치는 패스트푸드에 대해서도 음탕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포르노 산업에 대해서도, 일견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의 전략과 의도는 어떤 태도를 드러냄을 통해 현대 과학기술에 대해 만연되어 있는 모종의 이데올로기에 강박되어버리는 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데 놓여있다. 이를 위한 시작점은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를 통해서만 인류에게 진정 필요한 그 어떤 종류의 실천적이고 생산적인 태도와 행동이 나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요한 건 기술이 결국 시장에 나온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알라딘 책소개>

 

 피터 노왁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발명하고 생산하는 사람들, 현대에 이르러선 대부분 다국적 기업에서 대부분 도맡은 부분을 짚지 않았다. 아니 책에서는 분명히 짚었다. 가치 중립적으로. 하지만 누가 기술을 개발하고 어떤 의도로 사용하는지, 어떤 가치 판단을 하는지도 중요한게 아닐까. 나쁜 기술이 어떻게 더 나쁘게 되었는지, 기술개발은 황금빛 미래를 약속하지만 세계는 더욱 불평등해지고 자원은 고갈되는 문제도 짚어야하지 않을까.  저자는 단지 어떻게 나쁜 기술이 현대 문명을 발전시켰는가를 보여주는데 책의 목적이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책을 넘어서는 오독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책소개에 나온 부분을 '기술은 시장에서 결정한다'로 잘못 읽었다. 어떻게 읽더라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시장에 나오더라도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처럼 기술을 위한 기술 예찬이 타당한지는 잘 모르겠다. GMO 뿐 아니라 각종 화학물질은 발암물질로 의심되고 화학물질 범벅 음식은 각종 질환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것 역시 현대 의학과 발전된 기술로 통제될 수 있다고 주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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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러운 폴레케 이야기 1 - 오늘 나는 그냥 슬프다 일공일삼 69
휘스 카위어 지음, 김영진 옮김 / 비룡소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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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읽는건 어렵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 나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한다. 집중해서 이야기를 읽지 않으면 수십 페이지쯤 지나서야 그래서 이 사람이 자꾸 누굴 그 이름으로 부른거구나라고 알아챈다. 폴레케의 이야기도 그랬다. 제법 긴 제목 <내가 시인이라서 미문이 나와 절교를 선언한 이야기>를 보고서 미문을 폴레케의 남자친구가 아니라 아름다운 문장으로 봤다. 그런데 갑자기 미문이 사람이 돼서 '내 손에 쪽지를 쥐어 주었다.'


 요 근래 조카들 덕분에 동화책을 많이 봤다. 아직 동화책 초보라 작가 위주로 골라서 봤는데 아름답고 따뜻한데다 교훈이 가득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걔중에는 안 교훈을 위해 노력하는 동화책도 있었지만 결국 다시 교훈으로 돌아오고마는 이도 저도 아닌 반절 교훈 책도 있었다. 헌데 폴레케는 아예 처음부터 '이건 동화책이라기보다 폴레케의 이야기야'라고 선언하듯 책을 통해 뭔가를 얻으려는 '나 같은' 독자를 철저히 배제시켰다. 나는 그 배제가 참 정겨웠다. 나 좀 봐달라는 요란한 아치보다 '네가 어떻든 나는 이대로 있을래'란 태도가 믿음직하달까. 동화책이니 어린이들에게 교훈을 줘야겠다고 작정하지 않은 폼도 괜찮았다.


 시를 짓지 않는 시인 아빠 이아(이상한 아빠)와 담임 선생님과 연애중인 엄마, 자신의 이름을 갖고 태어난 어린 송아지, 아프리카처럼 새까만 눈의 남자친구 미문. 레즈비언과 이혼과 수정란 임신이 낯설지 않은 11살 소녀 폴레케. 폴레케는 위악을 부리거나 겉으로 아는 애늙은이처럼 굴지 않는다. 이 책은 나의 11살을 떠올려볼 정도로 정감있고 생생하다. 작가가 아닌 폴레케의 목소리를 듣는 것처럼 말이다. 이 모든 몫은 휘스 카위어의 솜씨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네꼬님 페이퍼를 보니 번역도 아주 잘 되어 있다고 하던데. 번역가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평론가와 이름이 같다.


 폴레케를 둘러싼 세계는 지희 말에 의하면 어른들만 알 법한 일들이 왕왕 일어난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이 책을 쓸쓸하게 만드는건 아니다. 왜냐하면 폴레케는 무척 사랑스러운 아이니까.


어른들은 정말 애 같다. 자기들은 나한테 허구한 날 "안 돼."라고 하면서 내가 한번 "안 돼"라고 하면 저렇게 울상을 짓는다니까.


 옥찌는 아빠가 불러주는 '우리 폴레케'라는 말이 제일 좋다는 엄청나게 시끄러운 폴레케 이야기를 읽고 어떤 글을 쓸지 궁금하다.


 열쇠를 꽂으라고

열쇠 구멍이 늘 비어 있듯

내 마음 한구석에도

우리 폴레케를 위한 자리가

늘 비어 있다네.

아빠가 폴레케에게 써준 시


때로는 눈송이처럼

때로는 돌멩이처럼

단어가 떨어진다.

그럼 다들 말하지

쉿, 저기 단어가 떨어진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가 내게로 왔다'가 떠오르는 폴레케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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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6-13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동화책 많이 읽으신다면,
이원수 동화책과 임길택 동화책 하나하나 모두 챙겨서 읽어 보셔요.
한국에서 가장 빛나는 동화문학과 동시문학을 두 분이 나란히 이루셨거든요.
시대와 소재를 넘어, 두 분 어린이문학에는 '사랑'이 아름답답니다...

옛날 분 어린이문학으로는 현덕 동화가 눈부시지요...
윤동주 님 시하고... (윤동주 님 시는 웬만한 작품은 동시라 할 만해요)

Arch 2012-06-15 13:53   좋아요 0 | URL
아직 초보예요. 이원수, 임길택, 현덕... 다음에 책을 고를 때 찾아볼게요. 고맙습니다.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박에스더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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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학교 때 장학사 온다고 마루바닥을 미친 듯이 닦아야 했던  기억들 한두개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학교만 벗어나면 그런 일은 없을줄 알았다. 소심하고 겁 많은데 불만까지 많아서 매사에 부정적이었지만 학교를 탈출하는 대신 나는 얼른 나이가 먹어서 졸업하길 바랐다. 헌데 나이가 먹어서도 내용보다는 의전, 가치보다는 아부, 소신보다는 눈치로 돌아가는 주변 꼴에 어쩌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노라면 폭폭하다.


 어제는 본격적으로 커피 심부름과 아침에 윗 사람들 책상 닦는 문제로 팀장 주도하에 '여직원'만 모여서 회의를 했다. 예전에 비정규직이 잡일을 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어린 정규직이 도맡아 일을 하는게 문제가 된거였는데 그렇더란 말은 쏙 빼놓고 쌍팔년도 예의를 들이밀며 조직에선 그러는게 아니라고 한다. 다들 예예, 꿀먹은 암말처럼 암말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뭐가 잘못되고 부당한지 애기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굳이 내 의견을 묻길래 조목조목 따지지 못하고 잘 모르겠다는 말 한마디 했을 뿐인데 벌떼처럼 달려든다.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누구 혼자 잡일을 도맡아 하는건 기분이 나쁘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이러는 것도, 애초에 대우를 받으려고 드는 마음도 이해가 안 된다. 누군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애초에 커피 심부름 자체가 없어야 하는데 한명만 일을 한다며 다른 사람들을 몰아세운다. 본사에서는 업무경감 지시가 내려오고 요새는 각자 알아서 커피를 타먹는데 말이다. 권위란게 무시 당하지 않으려는 사람의 발버둥으로 생기진 않을텐데 이 조직은 그런 일쯤에 꿈쩍도 안 한다. 여기에 있으면 내가 무척 모나고 잘못된 사람 같다. 심장이 조이고 긴장이 퐁퐁 솟는다. 

 그래서 이 책을 무척 읽고 싶었다. 분명 뭔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저자 소개는 어떤가.

 2004년 봄부터 만 4년간 KBS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를 진행했다. 당시 그는 정관계, 재계, 학계의 거물급 인사들을 데려다놓고, 말 못 할 속사정까지 낱낱이 털어놓게 만들어 청취자들을 열광시켰다. ‘한국에 이런 인터뷰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논리적이고 치밀한 그의 인터뷰는 미국 대통령이나 북한 주석과 인터뷰를 해도 ‘맞짱’ 뜰 것 같은 특유의 포스로 유력 뉴스메이커들을 놀라게 했다. 

 1년 동안의 미국 연수를 마치고 다시 취재 현장으로 복귀해 현재 ‘취재파일4321’에서 활동하고 있다. 법조 출입, 종군 취재 등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탁월한 근성을 발휘하는 그는 집요함과 치열함으로 무장한 우리나라 대표 여성 저널리스트다. 

냉철한 기자정신과 정확한 현장감각,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는 철벽같은 논리의 소유자인 박에스더는 이 책에서 ‘다른’ 대한민국을 속 시원히 커밍아웃했다. 권위주의 · 집단주의 · 합리성의 부재 · 비교 · 차별 등 일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대한민국의 집단적 고질병에 대해, 너무도 당연해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구시대의 잔재들에 대해 박에스더는 묻는다. 우리는 왜 의심하지 않는가? 우리는 왜 분노하지 않는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목전에 둔 지금, 가장 먼저 무너뜨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은 그의 좌절 고백이자, 스스로 찾아낸 희망에 대한 고백들이다.  (알라딘 저자 소개 중)


  한국의 여성 저널리스트, '맞짱 뜰 것 같은 특유의 포스'라니. 첫 대목부터 흥미로웠다. 조직의 지진아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까닭, 서울대 대학원 시절에 타대학 학생으로서 받은 차별, 진보의 수사가 논리에 압도당해 대중을 설득할 수 없는 이유, 한국 성문화의 위선과 성욕을 배출해야하고 조절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변하는 특정 부류의 야만성에 대해 얘기한 부분은 설득력 있었다. 시끄러운 민주주의가 아니라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한방으로 돌아가는 시스템, 약한 시스템의 사회 한국에서 사람들이 인맥에 목숨거는 이유, 도덕만 있고 철학은 없다, 진보는 이데올로기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프레임을 짜야한다는 주장 역시 신선하고 공감 됐다.


 하지만 미국 연수 1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본걸까. 한국의 단면을 놓고 미국 것이 더 낫다란 식의 주장과 몇몇 일화는 공감되지 않았다. 좀 더 센 얘기를 바란걸까. 아니면 좀 더 깊은 얘기를 바란걸까. 좋고 의미있지만 뭔가 살짝 아쉬운 책이다. 강준만 선생님처럼 한국인의 특성을 분류하고 자료를 통해 근거를 제시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주장'만을 쓴 글인데 주제에는 동의하지만 내용에는 반신반의하달까. 



 암튼,

 이번주 당번인 나는 찍소리 못하고 잡일을 하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던가 이 문제를 공론화하던가(그런 출구가 있다면) 아니면 삭히는 수 밖에 없다. (고작 커피 심부름 때문에 전전긍긍이라니, 커피 심부름 때문에 회의를 여는 조직에선 일상화된 심리상태) 권위주의를 해체할 수 있는 권위있는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은 사람에게 개인의 경험을 녹여낸 이 책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연수간 딸을 대신해 아이를 봐주러 부모님이 미국까지 온다는 얘기에서 저자와 나 사이의 거리를 느꼈다. 이 책이 살짝 아쉬웠던 건 내용이 주장 일변도여서가 아니라 고민의 질 자체가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의 배부른 소리로 치부하는게 아니다. 이해는 되지만 공감은 안 된달까. 저자의 분명한 어조를 접할 때면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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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바, 미국-> 강한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있다. 약한 시스템의 나라 한국, 공정하게 작동하는 제도를 가진적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합리적 민주주의 문화 절실

* 달콤하지만 아슬아슬한 권위주의 실체- 자신의 권위와 체면이 손상됐다고 느끼는데서 오는 좌절감과 공포 때문. 권위는 권위주의에서 오지 않는다.

* 중년, 집중력이나 단기 기억력 등은 떨어지지만 판단력, 종합능력, 직관력, 통찰력, 어휘력은 훨씬 뛰어남.

* 내 여행의 여러 날들 중에 저런 '멍한' 순간이 한번이라도 있었나 되돌아봤다. 없었다.

* 조금이라도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진입장벽을 철저히 높여놓는다. '배타주의' 승장의 여유로움이 아니라 '실력으로 평가한다면 혹시 내가 다시 패자가 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다.

* 장하준 교수, 학력 인플레 현상으로 '분류 작업'에 드는 비용만 쓸데없이 낭비된다.

* 소비자가 원하는 건 치킨을 싸게 먹는 것. 가격 체제 공개하고 합리적인 치킨 가격 공시... 시끄러운 민주주의에 익숙하지 않다. 시민들은 오히려 당국, 특히 청와대나 대통령의 '한 방' 개입에 더 익숙하다.

* 진보 패널들은 논리에 목을 맨다. 논리의 완결성 있어야 설득하고 대중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정치 주체들은 자신이 주장하고 있는 것들이 바로 대중의 필요에 의해 나왔다는 것을 대중이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진보는 '진짜 진보'란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선명성' 경쟁을 한다. 지나친 원리주의는 현실에의 적용을 헷갈리게 만든다. 제도적으로 분배의 정의를 실현해야 하지만 이것은 가르친다고 되는게 아니라 합리와 논리를 뒤어넘는 '감정'을 갖고 있는 인간이 '느끼게' 해야 한다.

* 정치는 사회를 읽고,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위로 조직화해 해결책을 찾도록 강제하는 것. 이념이나 논리에 대중들은 감동 안 한다. 대중들은 그저 살고 싶을 뿐이고 자신들의 어려움을 진심으로 들어주려는 사람이 필요하다.

*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사람만이 진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권위주의 통치체제 하에선 가능한 얘기였다. 선민의식 버려야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

* 우리는 아직 강한 시스템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다. 그저 분노를 분출만 하는게 아니라 제도 안에서 그 분노를 조직화하고 그 조직을 통해 서로 정정당당하게 대결해 승패를 가르고 그 결과에 따라 타협하고 더 좋은 시스템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합리적 민주주의의 경험을 아직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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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2-05-21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아주아주 좋은데, 아까 추천하고 댓글도 달려다가, 이 많은 추천에도 아무도 댓글은 안 달기에 눈치 보여서 참았는데, 근데 저도 추천했다고 말 안 하고는 배길 수가 없어서 이렇게 달아요.

Arch 2012-05-22 09:56   좋아요 0 | URL
와, 댓글이다! ^^ 저도 깜짝 놀랐어요. 이 글의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도 추천 누를 때 내가 눌렀다고요, 막 이러면서 알려주고 싶을 때가 있는데 네꼬님도 그렇구나~

생일상, 엄청 부러웠답니다~ 저도 막 강요해서 받고싶을 정도로 ^^
 
까막눈 삼디기 (양장) - 100쇄 발간 기념 양장본 웅진 푸른교실 2
원유순 글, 이현미 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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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삼디기가 불쌍하다. 

왜냐하면 2학년 연보라가 오기 전까지는 글을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글씨를 유치원때부터 알았는대. 

나는 삼디기를 이해한다. 

삼디기는 유치원을 안 다녔고 할머니는 글씨를 모르기 때문이다.



지희,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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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2-05-03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희가 3학년 이군요...^^ 진솔하면서 귀여운 서평이에요...ㅎㅎ

Arch 2012-05-03 10:51   좋아요 0 | URL
^^ 이제껏 본 독후감 중에서 제일 잘 쓴 것 같아서 올려봤어요.

nada 2012-05-03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삼디기를 이해한다...ㅋㅋㅋ
지희가 벌써 3학년이군요!
이쁜이 지희 얼굴이 아른아른하네요.

Arch 2012-05-04 15:03   좋아요 0 | URL
나는 놀리지 말아야지, 나는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지 일색이었는데 '이해한다'는 말이 와닿았어요. 요새 자꾸 말라서 못난이 됐어요.. ㅡ,.ㅠ;;
 
사공이 많은 아토피 - 에세이 작가 총서 164
최명숙.김세윤 지음 / 에세이퍼블리싱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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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보 한의원에서 펴낸 이 책은 EBS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활성산소를 병의 발생기전으로 본다. 이 책에선 활성산소가 체내에서 지질과 결합, 과산화지질 형태로 피부를 공격한 결과 아토피성 피부염이 생긴다고 본다. 활성산소란 호흡을 하면서 들어간 산소가 인체 내에서 여러 대사과정을 거치면서 변질된 산소분자로서, 일반 산소분자보다 매우 불안정하다. 활성산소는 자기와 결합한 물질을 강하게 파괴하는 힘이 있어 우리 인체에서는 세균이나 이물질이 침입했을 때 활성산소를 배출해 이들을 녹여버리는 데 이용한다.


 하지만 이런 활성산소가 많아지면 주변의 정상적인 세포까지 공격해서 녹여버린다. 활성산소는 각종 질환을 발생하게 하는데 이때 우리 몸에선 항산화효소를 만들어내 활성산소를 무력화 시킨다. 활성산소는 1초도 안 돼 다른 물질과 결합하는 성질이 있는데 지질과 결합하면 과산화지질이 되어 피부에 영향을 준다. 피부의 각질층은 서로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는데 과산화지질이 각질층에 작용하면 각질층 세포들이 파괴되어 보습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피부는 점점 건조해지고, 피부가 건조하면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방어하지 못하니 염증은 반복되고, 그 결과 아토피성 피부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활성 산소에 대항할 수 있는 항산화효소의 섭취와 저분자 항산화효소를 유도해내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이 필요하다. 효과가 뛰어난 고분자 항산화효소는 가열하거나 위장 속에 들어가면 사멸하므로 몸 속에서 만들어내는 것 외에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몸 속에서 소화를 통해 중합(효소들이 엉켜있는 것)을 풀어야하는 저분자 항산화효소를 섭취해야 한다. 이 책에서 정의 내리는 아토피 체질은 저분자 항산화효소를 유도해내는 능력을 약하게 타고났으며 그로 인해 아토피성 피부염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을 말한다.


 원적외선(물체의 아주 깊은 곳까지 열을 전달)을 방출할 수 있는 세라믹 계통의 뚝배기나 돌솥으로 조리를 해서 중합을 풀 수 있도록 하고 발효 과정에서 중합이 풀린 대두, 유자, 녹차, 루이보스티를 먹음으로써 저분자 항산화효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한다. 아토피 체질은 항산화효소 부족뿐 아니라 만들어내는 유도능력도 떨어져 있다. 따라서 식이와 환경 관리도 병행되어야 한다.


 증상 완화 사례도 나와 있고 내용도 알차다. Q&A의 경우 궁금했던 사항을 자세히 설명해줘서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하지만 ‘우보 한의원’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만 책에 나온대로  시행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원적외선의 효과는 확실한지, 정말 항산화효소 때문에 아토피가 생기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아이를 밸 때부터 아토피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는 부분에선 어마어마한 부담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가지로 나가는 것 없이, 절대적으로 한방만 좋다는 독단적인 주장 없이, 아토피에 대해 충실하게 다룬 것만으로 별 다섯이 아깝지 않다.



 * 병원에서 하는 알레르기 검사는 몇 가지 항원을 환자의 피부에 자극하는 스킨 테스트나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여 항원, 항체 반응을 살펴보는 혈액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원인을 찾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즉시형 알레르기만 알 수 있고 지연형 알레르기는 알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특정 몇 가지 음식물의 알레르기 검사로 다른 음식물에 대해서도 100% 알레르기가 없다고 믿을 수는 없다. 그리고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서 알레르기 테스트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알레르기 검사는 하나의 참고 사항으로 여기도록 하며, 환자가 평소 음식을 섭취했을 때 몸에 나타나는 반응을 종합하여 자신에 맞는 알레르기 리스트를 만들어 가는 것이 현명하다.


 * 아토피와 스테로이드 연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피부가 얇아지고, 눈도 나빠지고, 신장이 나빠지고, 내성이 생긴다고 하니 바르기가 겁이 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은 먹는 스테로이드제의 부작용이다. 염증이 심할 때 연고를 일시적으로 몇 번 바르는 정도로는 내부 장기에 침투하여 누적이 되지 않으므로 부작용이나 내성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이 의학적 견해다. 그렇다고 연고를 장기적으로 남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필요한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들이 가려워서 많이 긁다보면 그 부위에 세균이 침투하여(2차 감염) 농이 차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때는 반드시 항생제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연고를 사용하지 않고 참다가 혈관까지 세균이 침투하여 패혈증으로 입원해야 할 상황까지 오는 경우도 있다.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에 있어서 너무 극단적인 고정관념을 버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양약의 도움도 받겠다는 유연한 태도를 가지는 게 현명하다.

 일반적으로 양방병원에서 자주 사용하는 아토피성 피부염 체료제는 스테로이드제, 항히스타민제, 면역억제제 등이 있다. 이러한 약들은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의 가려움증이나 염증을 비교적 빨리 억제시켜주는 효능이 있다. 문제는 이들 약제 치료를 하다가 갑자기 중단할 경우 증상이 급격이 악화되는 리바운딩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따라서 양약치료를 하던 사람은 치료제를 단번에 끊기 보다는 용량과 농도를 서서히 줄여가면서 인체의 면역력이 조금씩 회복되도록 해야 함.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비하여 전문가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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