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가 아침을 먹으며 ‘포크포크’를 외친다. 누구꺼 있잖아. 그래도 포크포크. 아이의 다양하고 급변하는 요구를 들어주다가 이제 그만을 외치고 싶을 때면 스스로 묻는다. 이 요구는 안전한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건가. 아니야. 포크를 꺼내서 줬더니 아기는 아빠한테 포크를 준다.

- 아빠 먹고 가. 이거이거

하며 사과를 집어준다. 아기 아빠는 전날 과음해서 속이 안 좋을텐데 이거 어쩌진 아니고 그것 참 쌤통이다 싶은 마음. 음하하

 

* 한밤중 칭얼거림. 달래고 토닥여 재워야하는데 내가 피곤하다. 아가야 자, 자야지 내일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지. 그래도 칭얼. 왜. 왜? 왜! 내 목소리를 따라 아기의 칭얼거림도 덩달아 커진다. 그러더니 이내 울음소리가 나고 나는 잠이 깨버렸다. 잠이 깨서 화가 나고 화를 아이한테 쏟고. 악순환이다. 연결고리를 누군가 끊어줘야하는데 대부분 a가 그 역할을 한다. a는 아이의 불편함을 들어주려 애쓰고 귀 기울인다. 나는 옆에서 날아간 잠을 불러들이며 왜 육아 이론은 내가 더 잘 아는데 a가 아기를 더 잘 보는걸까란, 당연히 이론보다 실제 맘이 더 중요한 이유를 갖고 괜히 생각해보고 있었다. 아이는 한밤중에 쉬를 싸고 싶어 칭얼거린거였다. 나도 아무 이유 없이 맘이 그럴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수용해주는 부모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나에게 말했었는데 망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밤중에 언성을 높여 미안한 맘에

- 누구야. 엄마가 어제 자는데 큰소리 내서 정말 미안해.

라고 했더니

- 엄마, 나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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