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집 앞 슈퍼에 가서 참크래커를 샀다 아니 골랐다. 

주인 아저씨 아니 할아버지가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가격을 찾는다. 없다. 


-  이게 얼마면 사겠는가.

(금도끼, 은도끼?)

- 주인네 맘이옵죠.

- 자네가 가격을 말해보게. 내 거기 맞춰주겠네.

- 음... (천오백원은 좀 비싸고 천원은 너무 저렴하다. 그렇다면) 천이백원이요?

- 그럽세.

- 그런데 왜 얼굴이 빨갛나요

낮에 막걸리 한잔을 먹었는데 여적 안 깨네.


* 잠들어 있던 옆사람이 갑자기 일어나 미역국을 끓이겠다고 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그냥 내게 미역국을 먹이고 싶단다.

그러마 하고 다시 잠에 들었는데 들기름 냄새가 솔솔 풍겼다.


- 나를 위해 새벽부터 미역국을 끓이는 네 정성에 탄복하였다. 내 수저를 들겠다.

- 예. 맛있게 드시옵소서.

- 미역국이 오일리 하구나. 다음에는 미역을 달달 볶아 미역 고유의 감칠맛을 내도록 하여라.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자른 미역에서는 그런 맛이 나지 않사옵니다.

- 네 이놈! 무엄하도다.


자다가 미역 한줌과 고기 한덩어리가 떠올라 급하게 미역국을 끓였다는 옆사람


* 멀리 떠난 분에게 안부를 전하며 요새 읽는 책으로 나의 한가함을 옹호했다.


- 그게 말이죠. 퇴근 시간 넘어서까지 일하는 건 효율이 없구요. 능률도 떨어진대요.

근무시간에만 집중해서 일하고 푹 쉬어야 다음날 업무효율도 높아진대요.


- 저도 야근하고 그러라는게 아니예요. 할 일만 해버리고 그런게 익숙해져버리다보면

월급쟁이 마인드가 된다는 것. 늦게까지 앉아있는 것보다 좀 더 집중해서 일하는 맘가짐을 얘기한거에요.

성과가 보이지 않고 정체되면 그냥 이 월급 받으면서 사는거지, 이러는 게 안타까운거에요.


전화를 끊고 한참 울었다.

몸이 피곤하다고 성과가 안 보인다고 맨날 반복되는 일이라고 이유를 댔다.

내가 이 일을 시작하면서 얼마나 고마워하고 기뻐했는지는 까마득하게 잊고 말이다.


*  닭을 돌보고 있는데

이 아이들이 알을 품는다.

보름 넘게 품어야 알이 나오는데

꿈쩍도 않고 알만 품는다.

다른 아이가 품다 밥 먹으러 나가면

부리로 알을 굴려 자기 몸으로 끌어당긴다.

맛있는 밥알이랑 옥수수차를 줘도 꿈쩍하지 않는다.

나는 매일매일 닭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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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4-07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아주 좋은 글을 쓰러 들렀네요, 아치.
:)

Arch 2015-04-14 08:52   좋아요 0 | URL
^^: 고마워요. 다락방

무해한모리군 2015-04-07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월급쟁이 마인드를 넘어서 일하는 엄마 마인드예요... 아이 > 일 >>> 나

어렸을때 병아리때 부터 길렀던 닭을 뭔가가 잡아먹어서 참 슬펐는데. 닭대가리라는 욕은 맞지 않는거 같아요..

안녕 좋은 봄 보내요 아치아치아치

Arch 2015-04-14 08:53   좋아요 0 | URL
음~ 엄마 마인드도 좋아요. 그냥 내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서 바뀌는 게 싫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