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기생충 열전 -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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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일하는 곳에 학습문고처럼 책을 빌려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희망도서도 신청할 수 있는데 이용하다 보면 공공 도서관과 다르게 살뜰하고 정겹다. 그곳에서 서민의 ‘기생충 열전’을 읽게 됐다.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에서는 살짝 아쉬웠던 부분이 이 책을 통해서 좀 더 깊어진 것 같아  반가웠다.  알고 있는 기생충이래야 고작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이 다인데 '기생충 교양서'를 표방하는 책이라니. 기생충 사진이 징그러우면 어쩌나 싶은 우려가 있었지만 한장 한장 읽어나갈 때마다 기생충 얘기에 푹 빠졌다. 책을 다 읽을 때쯤엔 몇몇 기생충이 예뻐보였다.

 

 이 책은 사람과 관련된 기생충을 소개하고 기생충의 생애를 그림으로 설명한다. 그림만 봐도 기생충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수 있다. 이 그림에 공이 많이 든 것 같아, 사실 이 그림 때문에 드디어 기생충 관련 교양서가 나왔구나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딱딱함이 아닌 말랑말랑함을 지향하는 교양서답게 행간에 숨겨둔 유머가 다정하다.

 

-숙소와 먹을 것만 제공한다면 건드리지 않겠소.

면역세포가 답했다.

-좋소. 그 대신 다른 곳에 가지 말고, 꼼짝 말고 거기 있으시오.

대타협이 이루어졌다. 기생충은 숙주를 괴롭히지 않았고, 숙주도 면역을 작동시키기보단 오히려 면역을 억제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이게 점점 일반화되면서 인간과 오래 같이 산 기생충들은 사람 몸에 들어오면서 신호를 보냈다.

-어이! 나야 나. 십이지장충. 나 알지?

숙주도 화답했다

- 어, 너구나. 난 또 누구라고. 방 따뜻하게 해 놨으니 편히 쉬다 가.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 된 인간의 회충 알이 3만 년 전의 것이니, 적어도 그 이전부터 몸 안에서는 저런 대화가 오갔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생충은 자신이 기생하는 숙주에게 해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자신이 살게 될 종숙주가 아니라 거쳐지나가는 중간숙주는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기생충에 대한 오해는 이 책을 통해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왠일인지 배가 살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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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1-06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 책을 읽다보니 똥구멍이 막 근지러워지더라고요. ㅎㅎ

Arch 2013-11-06 11:17   좋아요 0 | URL
그 내용은 좀 다른 사람 똥구멍도 근지러울 것 같아 차마 쓰지 못했어요. 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