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영화>의 목록에서 젤 먼저 눈에 들어 온 영화는 '자전거 탄 소년'이었다. 누군가 내게 좋았던 영화를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랭킹 안에 들여 놓을 그런 영화. 지금은 <플랑드르의 화가들>을 읽고 있어서 벨기에 출신 감독이 더 친근하게 여겨지는데, 영화를 볼 당시에는 너무 서늘하고 엔딩이 슬퍼서 마음이 착 가라앉았더랬다. 구차하게 설명하지 않는데, 말해지는 그리고 다 보여지는 영화가 '자전거 탄 소년'이었다. 이런 풍경을 배혜경님은 이렇게 표현했다.

 

'다르덴 형제의 언어가 다정하고 곰살맞게 변한 건 아니다. 말을 아끼고 감정은 헤프게 드러내지 않으며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 장면도 가만히 응시할 수 있게 한다. 무심한 말과 말 사이, 평범한 듯 빛나는 장면과 장면 사이에서 읽히는 감정의 결이 미세하다.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열심히 노동하며 쉽제 않게 살ㅇ아가는 소시민들의 모습과 팍팍한 현실에 굴하지 않는 사람들을 담아내는 것도 여전하다' 26쪽

 

'무심한 말과 말 사이, 평범한 듯 빛나는 장면과 장면 사이에서 읽히는 감정의 결이 미세하다.'정말 그렇다. 무심한 말과 말 사이, 평범한 듯 빛나는, 미세한 감정의 결이 돋보이는 영화가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풍경>이다. 두 번을 봤는지 비교적 장면 장면이 섬세하게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글을 읽으며 복기할 수 있어서 세 번 본 기분이 된다. 아, 참 좋구나.

 

도서관 반납 기일이 가까워서 어제 급하게 읽은 <플랑드르 화가들>-네델란드 벨기에 미술기행도 참 괜찮은 책이었다.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제목이 땡겨서 빌려 온 책인데, '화가들'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다 '플랑드르 화가 12명의 삶과 작품을 따라 네델란드 벨기에의 도시들을 탐색한'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피터르 브뤼헬의 화풍을 좋아해서 그의 나라나 그의 주변 화가들에게도 관심을 가지는 편인데, 그런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었다. 화가의 고향 마을을 둘러보며 이런 저런 인문적인 지식을 설명듣는 듯한 인문기행서의 느낌이다.

 

렘브란트는 고향 레이덴이 수로가 발달한 도시여서 풍차 방앗간이 많았고, 렘브란트는 방앗간 집 아들이었다. 평생 가난하여 물감 살 돈이 없었다는게 내가 가진 렘브란트에 대한 기억이었는데, 그 가난의 배경을 알 수 있는 서사가 흥미로웠다. 렘브란트는 서민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어린 시절 운좋게 잠깐 귀족 교육을 받았고 평생을 귀족의 취향대로 살았기 때문에 돈이 없었던 것이다. 렘브란트의 수집 취미가 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이었는지 단순한 수집 취미였는지 확실히 나와있지 않아서 렘브란트 개인을 더 깊게 파보고 싶은 호기심이 일었다.  렘브란트 자신은 이탈리아 유학을 한 적이 없지만 두 명의 스승이 모두 이탈리아 유학파 출신이었고, 카라바조의 제자들이었다. 유럽의 북쪽 끝에 살았던 렘브란트가 어떻게 남쪽 끝의 카라바조의 화풍과도 연결되는지 알게 하는 대목이었다.

 

외에도 고흐, 프란스 할스, 얀 반 에이크, 헤에로니무스 보스 등등 꼭지 꼭지가 모두 읽을거리가 넘쳤다. 도시건축을 전공하고 지금 네델란드에 거주한다는 저자의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찾아 보니 <터키 과자> 번역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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