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이란을 읽었다. (단발머리님에겐 때가 되면 테헤란을 읽고 있다고 한 것 같다.)

200페이지가 안되는 얇은 책인데 보시다시피 표지 느낌이 참 좋다. 서문의 도입부는 정말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을 마구 읽고 싶게 만들었고 결국 다 읽게 했다.
요즘 에세이 못 읽는 병에 걸려 있었는데 병마를 이겨내고 이룬 쾌거라 몹시 기쁘다.

이 책의 저자는 정영효 시인이다. 그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느낌은 지적이다였고 그를 처음 보았을 때 느낌은 반듯하다와 착하다였는데

테헤란에서 머무는 3개월 동안 써내려간 그의 산문들은 첫인상과 같았고 조금 더 진지했다. 자신이 누리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예의 바른 자세와 시선이 느껴지는 학구적인 글들이었다.

학구적인 글? 이렇게 쓰면 이 책의 판매에 썩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지만 여기까진 지극히 개인적인 진실된 소감이다. 여행기라면 자고로 더 다이내믹해야 하지 않나라고 미리 짐작한 내 탓도 있겠다.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는 허수경의 뮌스터와 김이듬의 파리만 읽었는데 마지막 책 날개를 보니 무려 12권?이나 나와있다.

허수경의 뮌스터는 정말 뮌스터를 경험한 듯 공간의 느낌도 강렬했지만 시인의 외로움에 공감하다가 미처 다 읽지도 못 한 상태에서 선물했고

김이듬의 파리는 생생한 인물 체험기라고 해야하나 시와 인물이 잘 믹스된 참으로 멋드러진 책이었다는 아스라한 기억.

정영효의 테헤란은 점잖은 도시 관찰기다. 여기서 점잖다고 표현한 것은 술이 통용되지 않는 도시에서 3개월을 살면서 뭔가 술을 마시려는 모험담 정도를 기대했었나? 그런 기대치에 못 미쳐 그렇단 얘기가 아니다.

시종일관 겸손한 태도로 낯선 문명을 조곤조곤 살피고 작은 일상을 사유로 연결하는 마인드가 그렇게 읽혔단
뜻이다.

뉴욕,런던,파리,도쿄등등의 도시에 대한 글들은 넘쳐나고 정보 또한 많다. 아무래도 낯설 수 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접할 일이 없는 이란, 테헤란의 이야기를 이렇게나 여러 꼭지 감사하게 들었다.

너무 길면 지루할까봐 적당히 얇게
손에 잡기 가볍게
선물하기 좋게 부드러운 느낌으로
그렇게 얘기 들려주어 고맙다.
정시인님이 그 곳에 있어주어
긴 여행얘기를 스마트하게 들려주어
나도 덩달아 그 곳에 잠시라도 머물러 본 느낌이다.
마음이 좋다.

(독립서점 매대에
게스트하우스 책꽂이에
여행자의 베낭에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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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6-22 0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제게는 <때가 되면 테헤란>이라고 하셔서 혼자 검색도 해보다가 ㅋㅋㅋㅋ 이란이라고는 생각 못 하고 아직 안 나왔나보다~~~ 했어요.

제가 기억하는 정영효 시인도 착하고 반듯해요. 길쭉길쭉 반듯반듯!!! 다른 문명에 대한 감상이라면 아무래도 자신의 입장에서 보기 마련인데 시인의 시선으로 낯선 문명 읽기라니... 너무 기대됩니다 *^^

2017-06-22 09:42   좋아요 1 | URL
역시나 그랬었군요;;;
때가되면 테헤란ㅋㅋㅋ 단발머리님이 올려주시는 리뷰 기대할게요. 인용과 사진을 보태는 정성스러움이 제겐 없었네요. 반듯하게 누워서 북플로 쓰는 리뷰라-.-

2017-06-22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1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