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 3주

요즘 이상심리, 또는 정신병의 일종으로 여겨지던 트라우마가 이제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겪는 흔한 질병이 되어버린 것을 종종 느낀다. 속도, 변화를 강조하는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 사람들은 일생 동안 어쩔 수 없이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트라우마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에 성공한 영화나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들이 트라우마를 직간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특히나 한국 영화에서 트라우마가 거의 일상처럼 다뤄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트라우마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주변, 혹은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트라우마의 치료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영화들을 찾아보았다.   

첫번째...관계속에서 교감하라...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줄거리> 
골치덩이 자살미수자 유정, 윤수를 만나다.

세 번째 자살도 실패한 그 해 겨울, 모니카 고모의 손에 이끌려 교도소에 갔다. 내키진 않았지만, 정신병원에서 요양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독해 보이는 창백한 얼굴의 사형수. 내내 거칠고 불쾌하게 구는 저 녀석이나 잘못한 거 없이 쩔쩔 매는 고모나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때 같았으면 “가관이네, 끝!”하고 바로 잊어버렸을 텐데, 어쩐지 마음이 울컥한다. 아, 이 남자...!


비운의 사형수 윤수, 유정을 만나다.

내 생애 마지막이 될 겨울의 어느 날, 만남의 방에 불려갔다. 찾아온 수녀에게 나 좀 건들지 말라고 못되게 말해줬다. 그런데, 창가에 서 있는 저 여자, 죽은 동생이 좋아했던 애국가를 부른 가수 문유정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동정도 어색한 기색도 없이 그저 서늘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두 번째 만난 날. 억지로 왔다며 기분 더럽다며 신경질을 부리는 이 여자, 어쩐지 나를 보는 것만 같아 눈을 뗄 수 없다.

일주일에 3시간. 목요일 10시부터 1시까지...

교도소 만남의 방. 두 사람이 마주 앉는다. 부유하고 화려한 여자와 가난하고 불우했던 남자. 너무도 다르지만, 똑같이 살아있다는 것을 견딜 수 없어하던 그들. 처음엔 삐딱하고 매몰찬 말들로 서로를 밀어내지만, 이내 서로가 닮았음을 알아챈다. 조금씩 경계를 풀고 서로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두 사람. 조그만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온기만큼 따스해져가는 마음. 그들은 비로소,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진짜 이야기’를 꺼내놓게 된다.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던 한 남자와 또 한 여자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키고 세상과 삶을 완전히 새롭게 받아들이게 해주는 것,,,그것은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쌓여가는 친밀감, 진심을 다한 이해와 위로, 그런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 만남의 행복감 등...어쩌면 작고 평범한 감정들이 절망 끝에 서 있던 두 남녀를 구원해내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유정의 고백을 들은 윤수의 진심 어린 눈물은 유정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윤수의 불행했던 과거와 꼬여버린 운명은 유정의 마음을 울린다. 상처로 상처를 위로하고 다독이면서 그들의 절망은 기적처럼 찬란한 행복감으로 바뀌어간다. 이제, 여자는 스스로 죽을 결심 따위는 할 수 없게 되고, 남자는 생애 처음 간절히 살고 싶어진다.   

마지막 윤수의 편지를 통해 그들의 트라우마는 치료되었음을... 

당신으로 인해 진정 귀중하고 또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었다고, 당신의 상처 받은 영혼을 내 목숨을 다해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내가 이 세상에서 태어나 내 입으로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그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사랑한다고... 말입니다.

두번째...그건 네 잘못이 아냐,,,굿 윌 헌팅 

 <줄거리>
MIT 공대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윌 헌팅(맷 데이먼)은 이렇다 할 정규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고 또래들과 껄렁껄렁하게 지내지만, 수학에 있어서는 놀라운 재능을 지닌 천재이다. 대학을 청소하면서 벽에서 우연히 접한 수학 문제를 간단히 풀어버린 일을 그 대학 교수 램보가 발견하고 윌에게 관심을 갖지만 윌은 냉대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보호관찰 대상인 윌은 폭행죄로 수감되고 이를 안 램보 교수는 자신이 감독하겠다는 조건으로 윌을 석방시킨 다음 윌에게 심리학 교수인 숀(로빈 윌리엄스)을 소개한다. 윌은 밑바닥 인생을 정리하고 자신의 재능을 통해 상류사회로 나아가려 하나 절친한 친구인 벤 아플릭과의 갈등으로 고민하고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심리학 의사인 숀은 지켜보고 도와준다.

숀의 도움을 통해 서서히 변해가는 윌은 천재성의 허상과 인생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어린 시절 학대에 시달려 남들 모르게 현실에서 도망가려하는 한 청년이 인생의 나침반 같은 교수를 만나게 되고, 소중한 관계속에서 멘토가 되어 치료해주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라며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믿어주는 말, 힘을 주는 그 말,,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외침의 힘은 상당히 놀랍다. 보는 나 또한 기로 듣는 순간 커다란 응원이 되는 말이었다. 진심이 통하는 그 순간 그들의 삶은 변화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치료된다.
영화를 보며 내게도 로빈 윌리암스 같은 저런 멘토가 있는지, 아니면 나도 저런 멘토가 되어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였다. 

세번째...예술을 통해 승화...포 미니츠 

<줄거리> 

제1악장. 만남, 그 설렘의 소나타
아름다운 소나타 선율과 함께 매일 아침 교도소로 출근하는 크뤼거. 60여 년간 여성 수감자들에게 피아노 레슨을 해오고 있는 그녀는 어느 봄, 한 아이와 만난다. 살인죄로 복역중인 교도소의 골칫거리 제니는 사납고 폭력적이지만, 사실 모두가 감탄할 만큼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 재능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 제니는 아니나 다를까 담당 교도관을 때려눕히고 만다.

제2악장. 사랑과 믿음의 세레나데
첫눈에 제니의 재능을 알아본 크뤼거는 교도소장을 설득해 제니의 피아노 콘테스트 참가 허락을 받아내고, 제니를 천재 피아니스트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제니를 시기하고 방해하는 세력들로 인해 연습은 순조롭지 못하지만 결국 두 사람의 열정과 끈기로 제니는 당당히 본선에 오른다. 마음을 닫아둔 채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던 제니는 크뤼거에게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그 동안 쌓였던 상처에 대한 아픔을 토로하며 두 사람의 우정은 깊어간다.

제3악장. 용기와 열정의 즉흥곡
다른 사람의 관심과 사랑에 익숙하지 못한 제니는 콘테스트 본선에 출전하게 된 후에도 끊임없는 말썽과 탈옥으로 크뤼거의 애를 태우고, 결국 교도소 측으로부터 콘테스트 참가 취소 통보를 받게 된다. 이제 제니가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교도소에서의 탈출뿐인데….

크뤼거는 젊은 날 절친한 친구와의 관계를 부인하고 이후 친구가 죽자 배신에 대한 죄책감을 떨치지 못한다.그렇게 80세에 이를 때까지 교도소에서의 레슨 봉사활동을 계속 해온 그녀, 그녀는 잘못을 저질렀던 자신은 물론, 주변의 그 누구에게도 빈틈을 허락하지 않는 닫혀진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녀 앞에 상처받은 자신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제니가 나타나고, 크뤼거의 눈에는 어긋나기만 할 뿐인 제니에겐 아이러니 하게도 천재적인 피아니스트의 재능이 있다. 크뤼거는 제니의 천부적인 재능을 되찾아줘야 할 의무를 느끼며 이것이 곧 삶의 의미가 된다. 신이 내린 듯한 놀라운 재능을 가진 제니를 위해 늙고 지친 크뤼거는 주위의 온갖 반대와 고통을 견뎌내며 제니의 국제 콩쿨 대회를 준비한다. 제니 또한, 크뤼거에 대한 신뢰의 눈을 뜨게 되고 마침내, 진심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상처를 감싸 안으며 진정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피아노가 인생의 전부인 두 여성, 트라우마의 두 얼굴 열정과 냉정을 오가는 그녀들은 자유와 열정의 발산으로 마침내 서로를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세 편의 영화를 통해 느낀 것은 트라우마의 치료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어쩌면 사람만이 희망인 것 같다. 같이 아파해주면서 공감하는 동안 트라우마는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함께 사는 세상, 함께 대화하며 이해하며 잘 보듬어 살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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