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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시선
이승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날이 밝으면 나는 서른 살이 되고, 이곳에서는 선거가 치러질 것이다. 그는 선거에서 이기거나 질 것이다. 이기기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지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건 나와 상관없는 선거였다. 어머니와도 상관없고 P와도 상관없었다. 그건 그의 세계였고, 그 세계는 모든 수단이 욕망을 위해 동원되는 세계였다. 싸우고 경쟁하고 부정하고 쳐내고 잘라 내는 세계. 내가 기대하는 것은 긍정하고 붙드는 아버지였다. 집을 나갔다가 재산을 탕진하고 영혼이 피폐해져서 돌아오는 아들을 환영하기 위해 맨발로 달려나오고 새 옷을 준비해 두었다가 입히고 잔치를 벌이는 아버지. 그것은 환상이었다. 내가 본 것은 달려나오고 옷을 입히고 잔치를 벌이는 아버지가 아니라 부정하고 쳐내고 잘라 내는 남자였다. 집을 나간 탕자가 아닌데도 그랬다. 나 역시 부정하고 쳐내고 잘라 내야 했다.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기보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두통을 앓는 코끼리처럼 잠들지 못하고 좁은 방 안을 왔다 갔다 했다.– 1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