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 - 맬서스부터 케인스, 슘페터까지 다시 배우는 인구의 경제학
요시카와 히로시 지음, 최용우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산부인과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2017년 출산율은 1.15명에 불과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300년엔 대한민국이 사라질 것이라고 언론은 경고한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저출산정책에 100조 원을 투입했다. 저출산의 공포는 사람이 없으면 결국 경제성장이 멈추고 경제가 망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이런 생각이 확고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에는 어느정도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과거 사회는 인구가 곧 노동력이며 국력이었다. 고대 로마, 송나라, 그 외 수많은 역사들은 인구팽창과 경제성장은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게 했다. 바로 최근까지도 한강의 기적과 베이비붐 세대의 등장은 궤를 같이했다.

경제학자 요시카와 히로시는 저출산에 대한 이런 흐름이 너무 지나치다고 말한다. 급격한 인구 감소는 분명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은 틀림없지만, 국가가 생존을 걸고 해결해야 할 문제까지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 예로 일본의 1870년대부터 2000년까지 경제 성장과 인구의 동태는 연관성이 없었다. 인구가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급격하게 성장한 것이다. 인구가 변화한 것은 그 뒤의 일이었다. 경제성장이 인구 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요인이었을까? 요시카와 히로시는 인구와 경제에 대한 맬서스, 케인스, 뮈르달, 슘페터 등의 논의를 들며 성장은 이노베이션에 의해 발생한다고 말한다.

인구 감소가 큰 문제인 건 맞지만 경제의 성장에서 인구감소 비관주의가 너무 지나친 것도 문제다. 인구가 줄고 있는 경제에 미래는 없다는 의견이 팽배한데, 이는 착각이다. 선진국의 경제 성장은 기본적으로 노동력 인구가 아닌 이노베이션에 의해 창출되기 때문이다. - p.62

 

최근 청소기 시장은 무선청소기라는 새로운 흐름이 수요를 주도하고 있다. 다이슨을 비롯해 LG, 삼성 등 가전제품 메이커들은 전부 자사의 핵심 상품으로 무선청소기를 내놓고 있다. 사람들은 이미 청소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 상품이 가져다주는 편리성으로 인해 지갑을 연다. 수요 포화에 다다른 선진국에선 제품 혁신이 성장을 이끄는 것이다. 경제성장은 노동생산성 상승으로 비롯되며, 노동 생산성 상승의 요인은 새로운 설비 투자 같은 자본 축적과 넓은 의미에서 기술 진보,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 물론 이노베이션의 요소가 사람을 전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스티븐 랜즈버그가 지적했듯이, 번영의 엔진이 기술 진보라면, 기술 진보의 엔진은 사람이다. 아이디어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사람이 많으면 아이디어도 많아진다. 저출산 문제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요시카와 히로시의 논의는 어디까지나 핵심은 이노베이션이며, 저출산의 공포에 휩싸여 불합리한 정책이나 비관주의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기술 진보를 이끌만한 높은 노동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론 문제가 없는 것이다.

생산능력에 대한 사회적 나이 인식, 노동시간, 비정규직과 같은 노동조건의 열악화 문제, 사회보장제도의 재정적자 등 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요시카와 히로시는 이런 인구경제 문제에 초고령화 사회를 먼저 경험하는것은 때론 유리한 면이 있다고 말한다. 미래의 아이들은 필요하다. 다만 출산율을 1.15명에서 2명으로 끌어올린다 하더라도 그것이 경제성장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목표가 경제성장이라면 주어진 자원 하에서 출산율과 노동생산성의 효과적 조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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