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소고기 맛에 빠지다 - 소와 소고기로 본 조선의 역사와 문화
김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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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역사상 가장 풍족한 시대를 살고 있으며, 그에 걸맞게 많은 양의 고기를 먹고 있다. 한국의 연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OECD평균엔 못 미치지만 51.3㎏로 결코 적지 않은 양을 먹는다. 한국 사람들은 돼지고기(24.4㎏)를 가장 많이 먹고, 그 다음은 닭고기(15.4㎏), 소고기(11.6㎏) 순이었다. 육류 선호도를 고려할 때 가격이란 요소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돼지는 맛있는 고기이고 치킨 또한 국민음식이라 부를만 하지만, 만약 같은 가격이었다면 소고기 선호도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사람들의 소고기 사랑은 하루이틀 전의 이야기가 아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소고기 사랑은 집착에 가까웠다. 기쁜 일이 있을 때도, 슬픈 일이 있을 때도, 언제나 조선인들의 곁에는 소고기가 있었다. 역사학자 김동진은 조선시대 1인당 소고기 섭취량이 20세기 말 한국인들보다 많았다고 주장한다. 현대사회의 발달된 축산업 기술 덕에 넘치도록 많은 소고기보다도 더 많은 양의 고기를 조선시대 사람들이 즐겼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조선 정부에게 소 육성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였다. 김동진은 조선 초부터 중점적으로 소 보유량을 늘린 결과 세조8년에 조선에서 사육하는 소는 30만~45만 마리였으며, 16세기 중엽에 조선은 60만 마리의 소를 사육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농업사회에서 소는 식량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조선 초에 소를 키우는 마을은 부자 마을이었고, 소를 키우는 집은 부잣집이었다. 부농의 대두는 사회 전반의 발전에 중요한 요소이며, 부농은 소와 같은 가축의 힘이 있어야 가능했다.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소는 주요 자산이기에 조선 정부는 소고기 섭취의 무분별한 남용을 금지해야 할 때도 있었다. 정부의 소고기 금령에 율곡이이 같은 학자는 명을 충실히 지켜 평생 소고기를 먹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그런 금지령은 다양한 반발에 부딪히게 되며 사람들은 어떻게든 금지령을 피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공식적인 도살장들이 열렸고, 소고기를 먹다가 귀양을 가는 일이 생겨도 조선사람들은 소고기를 즐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동국세시기》(1849)에 따르면, "서울 풍속에 음력 10월 초하룻날, 화로 안에 숯을 시뻘겋게 피워 석쇠를 올려놓고 소고기를 기름장, 달걀, 파, 마늘, 산초가루로 양념한 후 구우면서 둘러앉아 먹는 것을 '난로회'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조선의 탐식가들》p.73


소고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행동은 사회, 경제, 문화 전 분야에 있어서 변화를 가져왔다. 소고기 음식이라는 조선시대 식문화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도시의 생성, 정치 시스템, 종교 시스템 등을 이해함에 있어서 소고기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인 것이다. 조선시대에 소를 어느정도 키웠으며, 어느정도 먹었느냐는 그래서 대단히 중요하다. 역사학자 김동진은 조선시대 사람들이 못 먹고 굶주렸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반해 오히려 현대인 못지 않게 소고기를 즐기는 조선인들의 삶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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