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의 세계 - 『듄』에 영감을 준 모든 것들
톰 허들스턴 지음, 강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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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의 세계 - 듄의 영감을 준 모든 것들. #듄 #듄의세계 #프랭크허버트 #톰허들스턴 #드니빌뇌브 #티모시살라메 #sf #원작 #영화원작 #황금가지 @goldenbough_books

2024년 개봉 예정 영화 중 아마 가장 기대감이 높은 작품이 <듄: 파트2>일 것이다. 지난 1편에서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 폴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꿈에서 만나게 되는 한 여인과 실제로 조우하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영화만 보면 인류가 지구라는 터전에서 벗어나 우주공간에서 새로운 거주지를 찾고, 각각의 왕국을 건설하며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을 사용하며 행성간의 이동마저 단축시키는 등의 많은 과정이 생략되어 10191년이라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를 마주하게 된다. 원작 독서를 읽어야하는 이유다. 작가 프랑크 허버트의 넘치는 조사력은 듄 이전의 단편소설을 집필하거나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할 때 이미 시작된 것으로 프레멘들이 활동하는 아라키스 사막의 대한 영감을 이때부터 가졌다고 한다. 아라키스에는 우주공간을 더이상 기술력이 아닌 인간의 예지와 논리로 운행할 수 있게 된 만큼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스파이스를 생산하는 행성이다. 통신과 교통수단의 다루는 만큼 이 곳은 모든 행성이 탐내는 곳이자 현재 주도권을 가진 권력자들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장소다. 실제 있었던 부족간 문화, 종교로 인한 분쟁 등을 기반으로 쓰여진 만큼 시대나 지리적인 부분이 가상일지라도 충분히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특히 영화 속 폴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되겠지만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메시아가 또 다시 ’피부가 하얀‘백인 성인 남성이다. 여성들로 구성된 베네 게세리트라 할지라도 결국 메시아는 백인 남성이다.

백인 구세주 내러티브는 다양한 형식을 띠지만, 핵심은 동일하다. 즉 유럽 혈통의 인물(주로 남성)이 ‘원시적‘ 비백인 개인 혹은 집단과 조우한 뒤, 자신의 우울한 지식이나 기술을 사용해 이 새로운 동료들을 억압 혹은 ‘어둠‘으로부터 구원한다는 것이 요지다. 81쪽

저자도 허버트를 두고 그가 성장과정에서 읽고 들었던 내용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형상화되어 실제 집필과정에서도 영향을 미쳤을거라고 추측한다. 작가를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메시아를 떠올리거나 상상했을 때 자연스럽게 다양한 인종, 성별이 가능할 수 있도록 탁월한 작품이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윌리엄 폴 영의 <오두막>만 보더라도 기존의 백인 청년의 모습으로 묘사되었던 예수가 중년 여성의 모습이거나 흑인 청년의 모습 등 여러개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듄의 세계를 읽으면서 더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았던 부분은 ‘사다우카 병사‘들이었다. 앞서 언급한것처럼 SF작품에서 등장하는 전쟁은 인간과 인간의 전쟁이기 보다는 뇌파로 연결된 회로 혹은 그마저도 영적인 싸움으로 번지거나 아니면 거대한 비행선 혹은 극대화된 기계개체였다.

전기 작가 티모시 오라일리가 썼듯, ‘근접 전투는 허버트가 자립성과 개인의 능력을 강조했음을 보여준다. 듄에서는 SF에 단골로 등장하는 우주선을 사용한 전술이나 공중 폭력을 볼 수 없다. 전투 중 원거리 무기를 사용할 수 없고, 우주 조합이 핵무기 사용을 불법화하고 성간 여행도 제한했기 때문이다. 대신 전투는 다시 한번 대인 전투 형태로 회귀해 최첨단 무기나 기술력이 아닌 개인의 재주나 훈련에 의존하게 됐다. 116쪽

제국간의 연합 혹은 분쟁은 여전히 지속되더라도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올리는 성장소설 방식의 통쾌함과 동시에 대리만족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듄이 위대한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의 과학 교수 대니얼 페르난데스는 <듄>이 상상해낸 기술 중 하나를 실제로 구현해냈다. 페르난데스가 개발한 공기 중 수분을 포집하는 ‘포그캐처‘ 시스템은 프레멘의 이슬 채집기와 여러모로 유사하다. 192쪽

미래 사회를 꿈꾸면서 당장 우리가 떠올리는 것은 무엇일까. 고도의 기술발전으로 인해 노동시간의 단축과 계급과 계층의 붕괴일까? 아니면 막연한 편리함일까. 어떤 것이든 가능하겠지만 인류자체가 존속하려면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흙, 누리는 공기부터 유지해야만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허버트의 다음의 말이 듄을 위대하게 만든 이유자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환경 보호에 관한 이야기는 인류의 생명 보호에 관한 이야기와 다를 것이 없다.˝ -프랭크 허버트.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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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해 주일예배 - 준비하고 함께하는 만큼 은혜롭다
폴 트립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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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다해주일예배 #폴트립 #주일예배살리기 #주간묵상집#2024년 #공동체필독서 #두포터 #나를복음으로살게한문장

<마음 다해 주일예배>는 다른 신앙서적과 좀 다른 부분이 있다. 예배 드리기 전에 거룩한 마음가짐으로 준비를 하고, 함께 나누며 무엇보다 내가 받은 좋은 것을 이웃에게 나누려는, 복음을 전파하려는 사도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권고는 당연히 공통된 점이다. 다른점은 현재 내가 아이를 양육중이라는 부분과 남편과 그의 가족들이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평소에는 그저 아쉬움 정도로 느껴졌던 반면 책을 읽는 내내 절절하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요일(주일)에 교회에 갈지 말지 힘들여 토론하지 않았다. 10쪽
이런 갖고 문화를 물려준 부모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11쪽
우리 부모님이 주일마다 나를 교회에 데려갔기에 나는 하나님에 관해 배웠고 그분을 알고 따르게 되었다. 223쪽
어릴 적부터 들인 ‘주일에 교회 나가는 습관‘의 가치는 수치로 환산이 불가능하다. 같은 쪽

집안이 모두 기독교인 교인들을 볼 때면 가장 부러워했던 것이 엄마 혼자서 아이를 달래가며 교회에 데려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특히 명절과 주일이 겹칠 때면 신앙이 없는 친가에서는 아이가 나서지 않으면 억지로 데려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혼자라도 눈치보지 않고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돌아와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는 정도로 만족했다. 물론 유년시절 나 또한 부모님의 손을 잡고 교회에 간 기억은 거의 없다. 그나마도 청소년기는 교회에 전혀 다니질 않았고 성인이 되어 독립해서 살며 자유로이 교회를 다녔지만 소속감 없이 혼자였다. <마음 다해 주일예베>에서도 나오지만 주님께서 내미신 손을 외면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심지어 교회가 길 건너에 있을 때 조차 나와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외면했고, ‘주일마다 꼭 가야해? 한 번 정도는 괜찮지 않아?˝라는 말을 내가 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주님은 포기하시는 분이 아니다. 한 두 번 거절당하셨다고 나를 미워하시는 분도 아니셨다.

성경은 하나님이 느부갓네살에게 그분의 경고를 받아들여 자기 영광을 버리고 죄에서 돌아설 시간을 1년이나 주셨다고 밝힌다. 잠시 하나님의 인내심을 생각해보라. 당신이 부모라면 아이에게 무언가를 시키고 나서 아이가 그것을 하기까지 열두 달이나 기다릴 수 있겠는가? 우리는 아이가 즉각 말을 듣지 않고 몇 분만 꾸물거려도 버럭 화를 내곤 한다. 202쪽

이전 리뷰에도 적었지만 등원준비 중에 전날 만든 레고를 자랑하는 아이에게 딱 두번까지만 웃으며 칭찬해주었다. 하지만 아이도 알았을 것이다. 그 두 번도 순수하게 기뻐하며 공감해주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행스럽게도 전보다는 그래도 버럭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여전히 내 눈은 아이를 기다려주기보단 아이가 내게 맞춰주길 바란다.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장 중요한 주님과의 약속장소에는 아이를 데려가려는 노력을 상황에 봐가며 해왔던 것이다. 책 첫 페이지에 다음의 추천사가 있다.

어린 세 아들을 데리고 교회에 갈 준비를 하는 신간은 때로 난장판이었다. 울고불고 소리 지르는 일의 연속이었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그랬다. -중략-
이 책을 몇 년전에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책은 당신과 당신의 온 가족을 위한 귀한 선물이다. -앤 윌슨의 추천사 중

이 책을 새해에 만나게 되었으니 얼마나 귀하고 큰 선물인가.
아이와 함께 교회에 가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도록 다시 처음부터 돌아가 매주 이 책의 펼쳐야겠다. 나약해지고 실패하더라도 분명 주님께서 좋으신 계획을 가지고 계심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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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하는 직업 - 확장하는 미래에 투자하는 AI 전문가의 삶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유재연 지음 / 마음산책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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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하는직업 #AI #임팩트투자 #유재연 #마음산책 #직업시리즈 #인문학

유재연 AI 전문가의 주요 관심은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HCI)으로, ‘소셜 임팩트 벤처캐피털 AI 펠로우‘다. 임팩트 투자란 수익과 함께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저자가 하는 일은 투자 여부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일이다. AI 기술과 벤처 투자는 물론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끊임없는 학습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제목 그대로 어떻게 세상을 학습해왔는지, 그 과정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다뤘다. 목적은 한가지. 이 배울 것 많은 세상에서 함께 공부하며 살자고, 그거 꽤 재밌다고 여기저기 알리고 싶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함께 공부하자고 초대하는 투자 전문가의 말투는 의외로 친절하고 따습다. 그녀가 이공계 공학을 배우기 전 학부 전공은 프랑스어다. 언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해를 막아줄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권 사이의 분쟁을 조율해 주기도 한다. 그런 언어를 공부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기술 자체보다는 인간과 기술이 어떻게 하면 더 잘 협업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다들 성장이라는 한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 방향은 분명히 맞는 길이고, 옳은 길이다. 성장해야 하고, 대박을 내서 엑시트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그 방향으로 가는 와중에 다른 지표를 두드려볼 수도 있다. -중략- 성장의 방법을 한 가지로 만 보기엔, 세상에 고민해 볼 만한 관점이 너무 많다. 100-101쪽

저자의 이력을 잠시 보자면, 외국어를 전공하고 언론사에서 결코 짧지만은 않은 경력을 쌓았다. 보도를 위해 재난현장을 오가면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더 나은 상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이공계로 옮겨오고, 이제는 그 좋은 기술이 투자자를 만나 제대로 확장하고 뿌리내릴 수 있는 투자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가 한 쪽 방향으로만 성장해왔다면, ‘고민해 볼 만한 관점이 너무 많다‘라고 말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그녀가 꾸준히 학습을 이어온 이유는 성장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사는 동안 피할 수 없는 무기력과 과열로 인한 번아웃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럴 때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는 힘은 그동안 얼마나 공부해왔는지, 세상을 얼마만큼 열심히 학습해왔는지에 있는 것 같다. 한 뼘이라도 더 알면, 근육이 조금이라도 더 단단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못할 게 뭐야‘라며 자신감도 붙는다. 207쪽

학습과 함께 그녀가 여러 번 언급하는 것은 ‘운동‘ 그리고 다양한 취미였다. 무엇 하나 전문가 반열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은 세상이라고 느껴지는 것 자체가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운동은 본능이다. 내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한계를 알게 된다. 134쪽

자신의 한계를 자발적으로 깨닫고 공부하며 극복하거나 다른 방식의 성장을 꿈꾸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저자는 새로운 기술을 알게 될 때마다 그 기술로 인해 상대적으로 불편을 겪는 사람이 없는지 살핀다고 했다. 또 AI 역시 학습을 통해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만큼 학습되는 데이터세트의 목표나 정해진 기준에 편향된 결과를 가져올 만한 것은 없는지 반드시 분석해야 하고 무엇보다 좋은 기술이라면 원하는 누구라도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살펴보는 저자의 ‘감성‘은 분명 기계가 내릴 수 없는 결정일 것이다.

AI 기술이 창작의 효율을 크게 높여줄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AI 자체가 창작의 왕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마치 우마차가 돌아다니던 시절에 자동차가 새로운 이동 수단으로 등장했음에도 ‘이동의 왕‘이라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인 것과 같은 이치다. 131쪽

AI 기술과 관련된 여러 문제 중 과거에도 신기술이 사회경제 측면에서 변화를 가져왔을 뿐 디스토피아적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편향과 편견, 차별로부터 지켜낼 수 있다면 저자의 말처럼 낙관적인 미래를 기대해 볼 만하다. 개발 분야에서 여성의 비율이 여전히 낮은 추세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분야를 넘어 개발자로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학자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끝으로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 용기 있게 반영된 책‘을 읽고 나면 저자와 사랑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132쪽)라며, ‘자신에게 애정을 가지는 분이 있기를‘(같은 페이지) 바라는 저자에게 ‘여기요!‘라고 화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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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려가볼까요? - 더 높이 오르지 못할까 두려운 날, 수평선 아래에서 만난 진짜 평화
최송현 저자 / 은행나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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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 강사이자 배우 최송현 에세이, <이제 내려가볼까요?>.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다이버 관련 용어 부록까지 읽어야 할 양이 많기도 했지만 책 속에 제공된 큐알 코드로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영상, 그리고 세바시 강연까지 빠짐없이 보다보니 정말 알차게 바다여행을 했다. 나처럼 다이버 경험이 없거나 관련 지식이 부족해도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항해와 다이빙을 반복하고 있어 공감도 되었고 쉽게 만날 수 없는 수중생물의 넉넉한 사진과 영상이 있어 더 특별했다.

중성부력. 이 단어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수중에서 위로 오르거나 내려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인데 산호나 다른 생물들과 접촉으로 인한 피해와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 처음부터 중요하게 배우는 훈련이다. 마치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들렸다. 신기해서, 더 잘 알고 싶은 마음에 바짝 다가서면 사람도, 바닷 속 산호들도 다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눈을 완전히 떼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다이빙에서도 삶에서도 기본을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은 열정이나 절박함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필요하니까. 89쪽

저자는 스스로 바다덕후라고 말한다. 수중생물이 자신에게는 아이돌과 같다고. 세바시 강연에서도 한 말이지만 최애를 직접 만나고 싶고 촬영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그들의 팔을 붙잡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상처를 줘선 안된다. 그런가하면 팬들에게 불친절 하다거나 활동이 성의없다고 오해받고 악플이 달린다면 어떨까. 화나고 속상한 마음은 물론 어떻게든 사실이 아니라고 대변해주고 싶을 것이다. 저자는 상어의 입장이 되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 집에 침입한 수억 명 중 10명을 의도치 않게 물었다가 연쇄 살인마란 악명을 얻었고, 1년에 상어 1억 마리를 의도적으로 죽이는 그들은 우리가 너무 무섭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320쪽

상어하면 누구나 영화 죠스에서 나오던 그 음침하면서 공포를 조성하는 음율이 떠오를 것이다. 다만 위의 발췌문에도 적힌 것처럼 상어에게 물려 죽는 사람은 10명 정도다. 하지만 인간에 의해 살육당하는 상어의 수는 얼마나 될 것 같은가. 놀랍게도 최소 6천 만 마리에서 2억 마리라고 한다. 인간의 무자비함과 잘못된 미디어 노출로 인해 상어는 여전히 ‘괴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자신의 연인(남편)을 바다에서 만났으며, 다이빙 중 만난 멋진 수중생물들의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는 것은 부담보다는 사랑을 알려주려는 마음에서다. 용왕님께 제물을 3번 바쳐야 한다는 위트있는 ’다이빙 썰‘도, 잃어버리고, 포기해야만 했던 상황속에서 결국은 이뤄진 만타 가오리, 그리고 저자의 최애 혹등고래가족과의 만남이나 책과 영상으로 보며 저자만큼 마음을 빼앗기게 된 ’세노테‘까지. (영상을 꼭 보세요!)

’끝없이 깊은‘ 이라는 뜻의 마야어 ’조노트‘를 스페인어로 번역한 말 ’세노테‘.
어쩌면  다이빙을 시작하고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상어나 고래보다도  세노테였던 것 같다. 202쪽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하는 ’나의 잘못‘이 분명 존재할테지만 저 엄청난 해양쓰레기와 기온 상승이 모두 내 게으름과 무책임이라고 죄인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중하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해양영화제에 출품작들이 해양오염보다는 바다와 생물과의 연대를 더 중요시 하는 이유도 알 것 같다. 실제로 바닷속에 인공수초를 심어 밭을 만드는 작업이 십여년 전에 시작되어 ’바다식목일(5월 10일)‘이 제정되었고,  해외의 한 회사에서는 바닷속에서 채소와 꽃을 재배하는 기술(NG, 니모의 정원)을 통해 비용절감은 물론 식량난 해결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개인 최송현 다이버가 바다로 ’내려가서‘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며 타인의 시선과 불필요한 갈망을 ’내려 놓을 수‘ 있었던 과정은 모든 것을 공유해주는 넉넉한 바다 ’수심‘을 다이빙을 통해 반복적으로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 이렇게 좋은 바다를 더 내려가볼 생각을 못했던 것이 아쉽다. 내려가보고 싶다. 내려가서 내가 마주하지 못한 그 생물들이 건강할 수 있도록 저자와 함께 ’바다해‘하고 싶다. #이제내려가볼까요 #최송현 #스쿠버다이빙 #에세이 #은행나무 #추천 #신간 #독서 #다이빙 #혹등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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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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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차별금지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자원이 랜덤으로 주어진 걸텐데‘, 내가 특별히 잘나서가 아니라요. 같은 이유로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고,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 262쪽

우리가 차별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그 대상은 여성, 장애인 그리고 성소수자일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유색인종이 그 대상이었다. 1800년대만 하더라도 흑인과 여성이 당연하게 백인, 남성보다 열등하며 심지어 그들을 보호(소유)하지 않으면 우울증은 물론 신체적 질병에 쉽게 노출되어 생명까지 위협한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차별하는 ’정상인‘은 자신이 누군가를 차별한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또 기득권층이 세운 ’합리적 결정’ 과 ’사회적 합의‘를 근거로 소외되는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차별 자체를 존재하지 않는다고 무시한다. 눈으로 보여지는 것, 자신들이 납득할 수 있는 눈앞에 보여지는 통계와 상처가 아니면 무수한 외침과 요구에도 결코 ’응답‘하지 않는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응답‘된 것으로 간주한다. 과연 그럴까. 저자가 현장(세월호와 천안함 생존자, 쌍용자동차 노조, 장애인 및 성소수자 관련 단체 등)에서 설문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이에 대해 개선이나 보상을 요구한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 등의 유병확률이 훨씬 높다고 나와있다. 그나마 응답을 받기라도 한다면 나아지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처음부터 낙담하고 말하지 않은 이들보다 더 큰 고통을 느꼈다고한다. 이렇게 제대로 응답받지 못한 고통들이 어떤 위험을 낳을까. 답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모든 탓을 자신에게로 돌리고 결국 생의 의지를 꺾이고야 만다. 자살률을 낮춘다면서 당장의 회유와 인식개선만으로는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자살하는 사람을 두고 가장 쉽게 하는 말이, ’그 힘으로 살지‘라는 말일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개인의 나약한 탓으로 돌린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어떤 문제를 바라볼 때 성급하게 낙인을 찍고 ’사실관계‘ 혹은 ’맥락‘없이 기득권이 주도권을 쥔 미디어의 방향에 따라 끌려간다. 나는 결코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책에도 언급되는 모 웹툰작가의 장애를 가진 자녀와 관련된 사건을 봐도 그렇다. 그 작가와 해당 교사의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미디어에서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피해자인 경우보다 가해자였을 때 훨씬 크게 보도하면서 그들은 결코 우리와 같은 공간에 머물 수 없는 존재로 만든다. 그들을 잠정적 범죄자로 만들면서 위험한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처럼 유도하지만 그런식이라면 해당 질환이 없는데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정상인‘들 모두를 잠정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당연히 가족들 마저도 떨어져 지내야만 안전할 것이다. 복지가 잘 되어 있다고 알려진 북유럽의 두 나라는 장애인들만을 위한 기관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장애인 인구수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고 한다. 장애인구수를 명확하게 하기보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난민, 성소수자, HIV 환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한국에서는 1980년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스스로 결코 차별한 적이 없다고 자신한다면 책에 실린 다음의 문장들을 천천히 읽고 생각해보면 좋겠다. 여기서부터 타인의 고통에 응답할 준비가 시작된다.

한 사회가 표준이라고 여기던 몸은 항상 기득권의 것이었습니다. 스스로의 존재를 의심할 필요가 없던 기득권은 소수자의 몸을 두고 매번 인간의 자격을 따져 물었지요. 48쪽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 201쪽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교육이나 인식 개선 캠페인 만으로는 안 된다.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내가 여기에 지원을 요청해야겠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함께 길러야 하고, 그런 요청에 응답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225쪽

한 개인의 몸 안에 있는 고통, 슬픔이라고 하는 것들이 사회적 고통이 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는 계기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 고통에 누군가가 응답하기 시작할 때라고 생각해요. 그 응답을 잘해낼수록, 많은 사람이 함께할수록 그 고통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고요. 309쪽

#타인의고통에응답하는공부 #김승섭 #타고공리뷰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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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14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는 표현에 큰 울림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