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교토
주아현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하루 교토

주아현 지음


한달 정도 한 도시에 머무는 것, 랜드마크를 찾아다니는 게 아닌 그냥 일상생활자로서의 여행은 개인적으로도 정말 좋아하는 여행 방식 중 하나며, 서른을 넘긴 이후 혼자떠난 여행은 최소 보름 이상이었다. 주아현의 <하루하루 교토>는 저자가 2017년 4월 한 달 동안 교토에서 머물렀던 기록이 담겼다. 저자말처럼 교토 여행책은 대부분 역사가 깃든 수학여행같었던 것과는 좀 다르다. 도쿄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옛스러운 교토의 풍경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곳의 말소리, 책 넘기는 소리, 그릇 소리, 수도꼭지에서 쪼르르 흐르는 물소리, 드르륵 문을 여닫는 소리가 모두 하나의 음악인 듯, 그 어우러짐이 듣기 좋기만 하다. 이 공간 속에는 우리 모두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조용한 행복의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31쪽



저자가 교토에 머무는 동안 매일 같이 방문한 곳은 카페다. 한국에서부터 미리 계획을 하고 찾아간 곳도 있고, 숙소 근처라 우연찮게 들렸다가 뜻밖에 행운처럼 알게 된 곳들도 있다. 어쨌거나 한달 동안 머물면서 카페에 가는 일이 뭐 대수냐 하겠지만,(책에서 저자도 이 부분을 언급했다) 그것이 내가 살고 있는 현지가 아닌 낯선 도시에서의 일과라면 또 다르다. 카페에나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람들과 잠시나마 소소한 대화를 나누다가 해가 질 무렵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 만큼 그 도시에서 '생활자'로서의 역할이 또 어디있으랴. 물론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한 시간에 한 대가 다닐 정도로 날잡고 가지 않으면 안되는 시골마을을 가기도 하고, 텍스트로 접하는데도 마음이 설레어 올 정도로 가보고 싶은 장소도 등장한다.


가모가와에서 나무와 풀, 물 흐르는 소리에 집중하며 피크닉을 즐기는 순간은 그야말로 천국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중략-

교토에 온다면 이곳을 두 번 이상은 꼭 방문해야 한다. 하루는 가게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또 하루는 가모가와에서 커피 피크닉을 해보는 것.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좋다는 말을 수십 번씩 하게 되는 곳. 63쪽

가모가와. 가모가와. 아. 아직 교토를 가본 적이 없는 내게 반드시 가야할 장소로 가모가와를 머릿속에, 마음속에 꼭꼭 새겨둔다. 커피피크닉이라니 생각만 해도 정말 좋다. 그곳에서 저자가 그랬듯 나도 좋다라는 말을 연발하면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 혼자였던 저자가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라고 책 곳곳에 적어둔 것처럼 나또한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저자가 사진을 좋아하고 요리를 배우는 학생이라서 그런지 사진 한 장 한 장이 지나치게 광고사진 같지 않으면서도 그녀의 글과 잘 어울린다. 카페방문이 대부분이라 아이스아메리카노 사진이 많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통얼음을 넣어주는 곳, 대접처럼 큼지막한 잔에 담아주는 곳 등 다양하다. 그리고 저자의 말을 빌자면 거의 대부분 맛있다고하니 점점 더 교토를 가고 싶어진다.


흔히들 자신이 살면서 만난 가장 좋은 것들을 인생옷, 인생음식 등으로 표현하는 것처러 이곳은 나에게 인생카페였다. 이 공간이 유별나게 특별한 것도 아니었고, 이곳에 온 지 고작 5분밖에 되지도 않았는데 모든 게 다 좋게만 느껴졌다. "좋다."라는 말을 혼자 몇 번이나 중얼거렸는지 모르겠다. 89쪽


여행에세이는 언제읽어도 좋다. 특히 <하루하루 교토>는 그동안 다뤄지지 않은 장소를 볼 수 있어 좋았고, 여행을 통해 엄청난 걸 깨달았다며 유난떨지 않아서 더 좋았다. 사치스럽다고 느껴지지 않는데도 겸손하게 여행에 있어서만큼은 이라며 전제를 붙이는 소박하며 성실한 저자의 마음이 곳곳에 묻어난다. 그야말로 한 달 간 자신에게 충실한 여행을 하고 돌아온 것이 좋았다. 책으로 출판 할거니까 자랑하듯 쓴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었다. 아마 그런 저자의 마음이 겉으로도 드러나서 카페주인들이 그녀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다. 교토에 가고 싶은 마음은 한 가득이지만 그 어떤때보다 편안하 마음으로 읽었던 <하루하루 교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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