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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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프롤로그에 언급한 저자의 저술목적을 근거로 내가 느낀 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적기로 했다. 우선 이 책의 내용은 굳이 전문을 다 읽지 않아도 추천사만이 이야기를 저자가 밝힌 것처럼 회고록을 쓰기에는 다소 이른 30대 밴스가 굳이 집필한 까닭은 무엇일까.

 

가난을 타고났을 때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지에 관한 나의 실제 경험담을 들려주겠다는 것이 이 책의 근본적인 목표다. 32

 

 

1/3까지만 읽으면 이 책은 마치 폭력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듯 행동하는 소위 '무식한'가족사인 것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저자가 살고 있는 힐빌리는 빈민지역이고 빈민가를 이야기할 때 '폭력'은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들린다. 쌓이는 분노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자신을 해치거나 타인을 해치는 것이다. 반면 밴스가 속한 '가족'들의 폭력의 이보다는 '의리''가족애'가 발단과 실질적인 이유가 된다. 밴스가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부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부모에게 주지 못했던 '가정환경''가족애'를 할모와 할보는 손주 밴스에게 아낌없이 주었고, 본문에 등장하는 것처럼 밴스의 엄마는 약물중독과 여러 차례 재혼으로 아들의 성과 이름을 바꾸게 만들었지만 높은 교육열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사건의 결과가 한두 가지의 이유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듯 한 사람의 ''도 겉으로 보기에는 가장 크게 드러나는 '가난', '불우한 환경'이 결정지을 수 없다. 조부모의 사랑만으로 저자가 또래의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또 사랑만으로 이렇게 성장했다고 말하는 자전적 소설이나 에세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은 국가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저자가 인용한 사회학자 윌리엄 줄리어스 윌슨의 [실로 혜택 받지 못한 사람들]의 내용과 관련된 부분을 발췌하면,

 

 

교육 수준이 높거나 부유하거나 인맥이 좋은 사람 대부분은 가난한 이들만 남겨진 지역 사회를 뒤로하고 다른 동네로 떠났다. 동네에 남아 스스로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연줄의 혜택이나 사회적 지지를 거의 받지 못하면서 살아가는 자들을 '실로 혜택 받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240

 

 

'실로 혜택 받지 못한 사람'이었던 밴스가 해병대를 거쳐 마치 '혜택 받은 사람'들이었던 것처럼 살 수 있었던 것은 저자도 나 역시도 거듭 강조한다. '운이 좋아서'이었다. 물론 가만히 있는데 돈이 떨어졌다거나 하는 운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할부와 할모 덕분이었고, 실패를 기회로 삼으려고 노력한 저자의 끈기 덕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이 <힐빌리의 노래>가 호평으로 가득한 주된 이유는 아니다. 현재 한국사회의 대다수의 기성세대가 가지는 국가에 대한 잘못된 신뢰를 힐빌리를 통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닫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스스로 뉘우치는 것이다.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하지만 주변사람들 모두가 같은 잘못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을 깨우쳐줄 수 있는 것은 '거울'밖에 없다. <힐빌리의 노래>는 가난한 환경을 딛고 일어선 한 청년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국가에 대해, 사회에 대해 그리고 '남의 탓''의존'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이들에게 '거울'이 되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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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클라라 2017-09-27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난한 환경‘ 관련된 책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포인트가 또 다르게 읽혀야할 것 같아지네요~ 멋진 리뷰덕분에 책의 격이 달라보입니당 :D 잘 읽고 가요~

에디터D 2017-10-20 19:10   좋아요 0 | URL
해피클라라님 안녕하세요.
귀한 시간 내주셔서 글남겨주셨는데, 벌써 3주가까이 지났네요;;;죄송해요!
다른 분께서 글남기셨던 사당동 25 리뷰도 조만간 올릴 예정이에요. 일교차가 큰 주말, 건강하게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