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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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된 정보를 들여다 보고 있자니 손에 스마트폰이 아닌 스노볼을 쥔 기분이었다. 유리볼 안에선 하얀 눈보라가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르인 시끄럽고 왕성한 계절인, 그런.  -<풍경의 쓸모>중에서.-


소설집의 경우 수상작 혹은 기발표작이 표제가 되어 등장하는 데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은 위의 발췌문 <풍경의 쓸모>에서 등장하는 내용으로 그나마 가장 표제와 유사한 단어들이 등장하지만 치 7편의 이야기가 동시에 말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표현하는 듯 싶다. 타인의 슬픔이 어느정도 인지 결코 알 수 없고 제대로 알려고도 하지않고 심지어 그들의 슬픔을 자양분 삼아 '그보다는 덜 슬픈'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전 작품에서 우리는 생명의 상실을 간접 경험한다. 아이를 잃은 부모, 남편을 잃은 아내, 아빠를 잃은 아들 혹은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은 내 아이. 울고 싶은 날이 많은 요즘 가까스로 울지 않으려고 버텨가며(왜 이렇게까지 읽어야 했는지는 모르지만)읽는 데 [건너편]을 읽을 때는 더는 참지 못하고 책을 덮고 울어버렸다. 책을 읽은 시간보다 울지 않으려고 발버둥친 시간과 기어이 울음이 터져 눈물을 훔치고 진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200여페이지. 고작 200여페이지를 읽는 데 4시간이 넘게 걸린 까닭, 장소를 바꿔가며 읽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심지어 마지막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작품은 이미 읽었던 작품이었는 데도 그랬다.

<건너편>에서 울음이 터진 까닭은 사랑이, 혹은 사람(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아서였다. 타인의 실수와 배신이 안도감을 준다는 것이 무엇인 줄 알아서, 나쁜놈 되기는 싫은 진짜 '나쁜놈'을 알아서 울었다. 그 나쁜놈이 나라서 눈물이 쉬이 멈추지 않았다. <침묵의 미래>는 상상해본 적은 없지만 충분히 있을법한 내용이라 읽으면서 소설가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 생각해본 작품이었다. 고로 울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여기에 등장한 어떤 단어들 때문에 이따금 정신이 아득해지리란 것을 알아서 먹먹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멸종시키기 위해 '보존'이란 명목으로 가두는 것. 언어라는 것이 누군가와의 관계, 저 혼자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한 수단인데 우리는 그 수단을 지금 어떻게 쓰고 있는지도 생각해본다.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얼마쯤 행복한지도 생각해본다. <풍경의 쓸모>는 소설을, 한국소설을 많이 접하지는 않았지만 소설집에서 한 번쯤 등장하는 소재라서 새롭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두에 떡하니 발췌문을 올린 것은 순전히 <바깥은 여름>이란 키워드 때문이다. <가리는 손>도 놀랍지는 않지만 결말도 예상되지만 가장 소름끼치는 작품이라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야말로 타인의 상실이나 아픔을 스노우볼 저편에서 바라보듯한 현실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마지막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지난 번에 읽었을 때도 간단하게나마 감상을 남기려다가 포기했는 데 이번에도 먹먹하지만 뭐라고 활자로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리를 불러내지 않았다. 울고 싶은 나날이긴 한 데 지난 번에 읽었을 당시보다는 덜 울고 싶은 때라 그럴 수도 있고 이미 앞의 작품을 읽으며 울어버려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결론, 김애란 작가가 계속 글을 써주면 좋겠다. 왜냐면 계속 읽고 싶으니까. 설사 나를 울리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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