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 도시의 풍경에 스며든 10가지 기념조형물
백종옥 지음 / 반비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 번의 세계대전과 동서 분단 그리고 재통일로 이어지는 격동의 현대사를 통과해온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여전히 남북 분단의 현실과 마주한 한국 사회가 철저히 참고하고 탐구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 8 쪽 프롤로그 중에서-


베를린은 저자가 말한 것처럼 역사적 맥락을 보았을 때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에서 중요한 탐구대상이 된다. 추천서를 쓴 최호근 고려대 사회학교수의 말처럼 '인문에서 조형의 세계로 올라가는 것보다 조형에서 인문의 세계로 내려오는'방향으로 쓰여진 이글은 미술잡지 <퍼블릭아트>에 베를린의 기념조형물들을 소개하는 원고덕분에 탄생한 책이다. 출발이 분명 조형이었던 것이다. 그덕분에 회화를 전공하고 역사는 늘 의무감처럼 여기는 나같은 소인에게도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은 좋은 지식과 지혜를 쌓을 수 있는 기회였다.


사실 저자가 큐레이터로 참여했던 2018 광주비엔날레에도 학교행사차원에서 참관하였지만 도슨트분들의 설명을 듣지 않거나 작품해설이 많지 않았던 작품은 전공자로서, 또 3년이 넘는기간 도슨트활동을 했음에도 어렵기만 했다. 오랜시간 활자로 정보를 습득하는데 익숙했던 까닭이다. 그런 내게 가장 와닿았던 기념물은 베벨 광장 한가운데 설치된 가로, 세로 120센티미터 크기의 정사각형 유리창을 통해 텅빈 공간을 보여주는 이스라엘 예술가 미하 울만의 [도서관]이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1933년에 있었던 분서사건이 토대가 되었다. 비독일을 반대하는 즉, 나치에 반대하는 책과 저자가 유대인인 책 2만 권을 광장 한가운데에서 불태웠던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진시황의 분서갱유를 떠올리게 했던 사건이다. 미하 울만도 이를 경고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든 것이다. 사실 독일은 인쇄술이 발달한 곳이며 지금까지도 가장 많은 책을 년간 출간하는 나라이며 도서전의 출발지인 나라이기도 하다. 역사적 아이러니 속에서 우리는 이렇게 또한번 어리석은 인간의 만행을, 또 그토록 어리석은 인간들마저 책, 활자의 무서움과 힘을 알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소개할 기념물은 베르나르 거리일대에 세워진 '베를린장벽 추모공원'이다. 해당 공원은 주제별로 크게 4개, 다시 소주제별로 3~7개로 나뉘어져 있다. 분단하면 장벽을 떠올린다. 한국이 3.8선, 곧 분단으로 연결짓는것과 같다. 베를린장벽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작품 [추모의 창]을 만날 수도 있고, 장벽을 넘어 도주하다 사살된 '오트프리트 레크'를 위한 추모 표시물은 장벽이 서있던 자리를 나타내는 철재 막대들 앞에 세워져 있다. 이렇게 기념비와 기념물이 공간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이뤘다는 것 자체가 예술적 가치를 가지지만 장벽이 의미하는 바를 별도의 해설관을 두어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독일시민들의 태도도 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부제는 '도시의 풍경에 스며든 10가지 기념조형물'이다. 현대 공공미술은 사실 이제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책을 계기로 주변의 설치된 공공미술에 관심을 갖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나라, 그리고 지구에 어떤 일들이 기념되어지고 있는지 관심을 갖는 것 또한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시간을 내서라도 한번은 읽어보면서 조형물이 가지는 역사적 의의에 대해 고민해보고 알아갈 수 있는 뜻깊은 만남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