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주말
시바사키 토모카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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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쿠타가와수상 작가 시바사키 토모카의 단편 8작품이 실린 <곧, 주말>. 한 작품을 제외하고는 20대후반~30대초 여성이 화자다. 지나치게 평범하게 맞이하는 주말이 있지만 지나치게 특별했던 까닭으로 이미 오래전 지나버린 그저 한번뿐인 주말이 세월이 흘러 지금의 주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주말도 있다. 저자의 말처럼 주말이 배경이라는 것 외에는 특별할 것 없는 '오늘'의 이야기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작품 한 편 한 편을 짤막하게 건드리자면, '여기서 먼 곳'이 아마도 보통의 직장인들의 주말을 대하는 자세, 즉 주말이란 휴식을 뜻하지 않을까 싶다. 회사에 큰 불만이 없더라도 노동자에게는 휴식이 간절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특별할 만한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지금의 내 주말을 패턴을 깨뜨리기란 쉽지 않다. 어디 주말뿐이던가. 설혹 그것이 과거의 짝사랑했던 상대와 관련된 일이라 해도 오늘이라는 일상에 정착해 있다면 과거도, 타인의 시선이 대수랴. '하르툼에 나는 없다'는 아쿠타가와수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라고 했다.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담담한 어조였다. 하르툼은 화자가 가본 적 없는 곳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가보겠다고 버킷리스트에 올린 여행지도 아니다. 그저 쉽게 갈 수 없기에, 지금 이곳과 다른 날씨로 하루하루를 맞이하는 장소다. 그것이 하르툼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발레와 같은 가깝지만 멀고, 멀지만 그다지 멀지도 않은 어떤 '이상'이 아닐까 싶다. 그 다음 작품 '해피하고 뉴, 하지만은 않지만'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 '연예인 걱정은 쓸데없다'였다. 물론 작품속 등장하는 대화처럼 소속사를 잘못만나서 고생길에 접어드는 아이돌들도 있겠지만 삶이란게 결국 스스로 키를 붙잡을 수 없는 상황 혹은 내맡겨버리는 순간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감기때문에 명절에 혼자남은 화자도, 가족도 남편도 다 있지만 찰나의 사소한 실수로 사적으로 통화해본 적도 없는 직장동료의 집에서 명절을 보내는 에츠코도 그냥 그럴 수도 있을 뿐이다. 주말이라고 반드시 연인과 함께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듯 명절에는 가족과 함께 있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럴 수 있는 환경이라면 감사할 일이고. 삶도 마찬가지다. 이건 아닌데 싶은 순간에 바로 잡아야 한다. 아닌데싶으면서도 그대로 흘러가게 되면 단순히 명절에 혼자지내는 외로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도 느끼지 못하는 외로움을 어느 누군가가 더 안타깝게 바라볼 수도 있게 된다. 물론 이조차도 신경쓰지 않고 마이웨이 할 수 있다면 상관없지만.

'개구리 왕자와 할리우드'는 아마도 이 책의 표지에 해당되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다. 소설을 읽기전에 표지를 봤을 때는 도서관이라고 생각했는데  읽고나서 다시보니 도서관보다는 서점에, 그것도 요조가 일하는 서점이 이렇겠구나 싶었는데 파란색 티셔츠인걸 보니 반드시 해당 이야기를 토대로 그린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이성 혹은 나와 결이, 방향이 다른 사람에게 갖는 호기심을 다룬 내용정도라고 말하고 싶다.

나머지 네 작품은 지나치게 리뷰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간단하게 책 속 구절로 대신해본다.



이대로 영영 제비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다. 걱정을 했다니,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나는 제비가 돌아오든 말든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이고 아마도 금방 잊어버릴 테니까. 그저 아주 약간, 불안해졌을 뿐이다. 152쪽 [제비의 날]중에서.


어딘가 틈 같은 데라도 좋으니까 세상의 풍파가 비켜간 곳에서 가늘고 길게 살고 싶다. 두 달 후의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나는, 아직은 남의 일처럼 그렇게 생각한다. 184쪽 [나뮤기마의 날]중에서.


"그거, 사줄까"

(중략)

"필요 없어."

(중략)

"왜?"

"이게 어딘가 존재한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됐어." 209쪽 [해안도로]중에서.


자기 이외의 것은, 자기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것.257쪽 [지상의 파티] 중에서.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안에서, 혹은 내가 무작정 세워둔 나의 이상향안에서 갇힌 상태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주말. 이제 막 주말을 벗어난 월요일 밤. 이 책의 리뷰를 더 미루지 말자고, 대충이라도 적고자 했던 것은 내 스스로에게 다시금 다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너무...갇히지 말자. 쉬자. 주말에는. 내 방식대로.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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