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미술 100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100
차홍규.김성진 지음 / 미래타임즈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명화 작품을 무심코 보고 감상하는 것보다 예술가의 발자취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그림의 뜻을 알고 이해하면 어떤 드라마나 소설보다도 더 극적이고 재미잇는 인상적인 시대의 오브제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그래서 거장들의 명화를 보고 그 안에 숨겨진 경이로운 스토리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머리말-


서양미술 100은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의 문을 연 조토 디 본도네를 시작으로 추상표현 미술의 거장 현대미술가 잭슨 폴록까지 총 100인의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존에 알고 있던 작가들도 있었고, 작가는 알았지만 작품을 모르거나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들도 상당했다. 서두에 옮긴 머리말 속 저자의 말처럼 작가에 대해, 작품뿐 아니라 작가에 대해 아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딱히 좋고 싫고의 문제를 떠나서 기괴하다는 이유로 작품 자체를 꺼렸던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베르툼누스>와 같은 작품이 그랬다. 작가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어떤 까닭으로 꽃과 과일등을 조합하여 인간의 얼굴을 구성햇는지 이해해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그림이 너무 무서웠다. 주세페 아르침볼도가 이와 같은 그림을 그리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무엇보다 꽤 젊은 시절부터 그림의 두각을 나타냈지만 지나치게 젊다는 이유로 기득권층이 지배하는 사회속에서 제대로된 정보마저 남아있지 않고 후대에 이르러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니 얼마나 안타까운가.

 

 아시다시피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와 조각은 종교화인 경우가 많다. 오래 전 유럽 여행중에 만난 종교화와 그 작가들을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었는데 보티첼리의 동방박사의 경배,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등이 그렇다. 모나리자의 경우는 세월이 흐를수록 의견이 더 분분해지는 작품 중 하나라서 이 책에서도 이에 대해 공통된 의견과 추측성 의견에 대해 각각 이야기 해준다. 별도의 책으로 이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플랑드르 회화에 관해서는 피테르 브뤼헐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안타깝게도 이 화가 역시 생애에 대해서는 아렬진바가 거의 없고 네덜란드 속담 100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네덜란드 속담>이 실려있어 그림 속 인물들과 상황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나중에 100가지의 속담에 관해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작가들보다 <바벨탑>이 가지는 이미지와 분위기를 가장 잘 그려내지 않았나 싶다. 캡션에 적힌 것처럼 브리헐은 '인간의 그릇된 욕망이 거대한 바벨탑으로 나타났음을 강조'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가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표지로 잘 알려진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도 만날 수 있다. 궁정에 머무는 동안 탄생시킨 이 작품은 워낙 대작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내게는 그 소설의 내용을 아련하게 떠올리는 매개체로서의 역할로 다가온다. 그런가하면 작품의 배경이 한국에 있었던 가슴아픈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 호의 뗏목>이란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책에서도 현대판 세월호 사건이라고 말할 만큼 이 작품은 실제 있었던 난파된 배에서 생존하기 위해 인육을 먹을 수 밖에 없었던 사건을 담고 있다. 실제 이 사건과 관련된 책을 읽었었는데 당시의 군인으로서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의 증언이 읽기만 해도 안타까움이 전해졌었다. 부와 계급으로 인한 인권유린이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어진다는 사실이 더 속상하다. 작년 나오시마 섬을 여행할 때 지중미술관에서 보았던 모네의 <수련>도 역시나 실려있다. 미술관 매표소에서 입구까지 실제 수련심은 개울을 지나오면서 아무리 잘 표현해도 실제, 자연 그대로의 모습만큼은 아니구나 싶으면서도 세밀화가 아닌데도 정말 잘표현했구나 싶어 놀라기도 했었다. 책을 통해 알게된 사실은 모네가 백내장에 걸려 시력이 거의 악화되었을때까지도 수련을 그렸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시기에는 거의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수련 그림이 마치 안개처럼 뿌옇게 표현되었다고 하는데 노화가의 그 투혼이 그저 멋지고 존경스럽다.


 

최근에 영화로 더 많이 우리에게 각인된 고흐의 이야기도 담겨져있고 현대 미술가의 경우는 이미 친숙해진 작가은 빠짐없이 실려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위의 리뷰에 담긴 것처럼 내가 몰랐던 작품에 대한 이야기,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였고, 좋아했던 작품을 책을 통해 '소장'할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작품만 따로 스크랩하기에는 책의 구성과 내용이 알차서 그럴 순 없지만 이 책을 통해 큰 깨달음은 역시나 알지도 못하면서 싫어하거나 기피했던 작가들의 재발견이지 싶다. 혹시 싫어하는 작가가 있다면, 혹은 좋아하는 작가인데 설마싶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책 <서양미술100>을 펼쳐보면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