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 그저 좋아서 떠났던 여행의 모든 순간
안혜연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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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보낸 시간이 언제나 즐겁기만 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마냥 편안했었다고 얘기하는 건 더욱 어렵겠지만,

돌이켜보면 함박웃음이 절로 터져 나옵니다. 그 시간이 행복했었기 때문이겠지요?

 

참 행복했답니다. 길 위에서.

 

-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프롤로그 중에서-

 

 

 

 

 길 위에서 참 행복했었다는 저자의 말에 힘들었던 여행까지 모조리 다 꺼내본다. 힘들다고 행복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다시금 혼자 떠나는 여행이 싫기만 한 것은 아닌 걸 보면, 나 역시 참 행복했었던 것 같다. 그 길 위에서. 저자의 여행서적 중 두 권을 읽었다. 언제봐도 결이 참 좋은 글을 쓴다.  책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역시 편하게 다가온다. 엄청난 과장도,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일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도 않는다. 그저 들려준다. 이런일도 있을 수 있고, 저런일도 있을 수 있다고. 글만보면 나보다 인생을 적어도 서너해는 더 산 것 같았는데 역시나 지혜는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는 것 같다.

 

 

 

 

 


 

 


 


혼자 여행하는 이유? 단지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다.

-중략-

엄마가 된 친구들에게는 선뜻 손 내밀 수가 없고, 회사에 몸이 묶인 이들은 휴가 내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렇다고 시간만 넉넉한 백수나 프리랜서를 꼬드기자니 공연스레 금전적인 부담을 떠안기는 것 같아 꺼리게 된다. 돈과 시간이 있다 한들 여행의 취향이 맞지 않으면 말짱도루묵. 25쪽

 

처음에는 혼자 떠나는 여행이 내키지 않았다. 여행중에 만나는 커플들,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을 볼 때면 왠지 서럽기도 했는 데 저자 덕분에 괜찮다. 그래, 내가 하고 싶었던 게 저거였다. 섣불리 혼자가 싫어 억지스레 맞춰주며 떠난다면 애초에 떠나려던 목적과는 멀어져버린다. 그야말로 말짱 도루묵.

 

 


혼자 여행하면 나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

 -중략-

내 감정과 몸만 잘 추스르면 되니까 간단해서 좋다.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겪어보고 발견하면서 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25쪽

 

사실 막상 떠난 후에, 비행기에 오른 뒤부터는 오로지 걱정이란게 예약해둔 숙소를 잘 찾아갈 수 있을까 정도였던 것 같다. 챙겨오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지나친 걱정으로 짐을 늘린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소소한 것들도 일단 비행기에만 오르면, 혹은 기차나 고속버스에 오르는 순간 사소한 걱정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여권과 항공권 그리고 약간의 돈 뿐이라는 현실적인 모범답안을 들려준다. 그래서인지 여행중에, 그리고 돌아오면서 드는 생각은 '무조건 다 버리자. 이 여행가방에 들어가는 것만 놔두고 다 버리자.' 였다. 심지어 책과 낡은 일기장 마저 다 디지털로 변환해서 다 버려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미련맞아서가 아니라 진짜 다버리고 나면 어느 한곳에 결코 1년이상 머무를 수 없을 것 같다. 장소 뿐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안에서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 만 같다. 그야말로 다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릴테니까. 꼭 필요한 세 가지외에 해외를 여행할 때 필요한 것이 간단한 외국어다. 유창하게 무언가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기본적인 매너 중 하나일 수 있는 고맙다는 인사와 기본인사.

 

 

 

 

 

준비는 설렁설렁, 얼렁뚱땅 넘어가곤 하지만 나름 비장의 무기가 있다. 어느 나라를 가든 인사말과 고맙다는 표현 정도는 현지어로 반드시 외운다. 47-8쪽

 

 

낯산여행지에서 시장을 찾는 저자와는 달리 나는 여행지에서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서점 그리고 마트다. 마트의 규모는 그다지 신경스지 않는다. 크면 좋긴 할테지만  규모가 작은 마트여도 상관없다. 그냥 그곳 사람들이 주로 사마시는 우유, 음료, 과자 등을 보는 것이 좋다. 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공산품이 여행자인 내게는 모두가 신비롭고 간직하고픈 추억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시장이 그들의 날것을 보여준다면 마트는 날 것이 가지지 못하는 소박함이 묻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시장에 가면 찾는 곳은 저자랑 같다. 바로 ‘치즈가게.’

 

 

 


 

 

 

 

 


에멘탈, 고다 ,캉탈, 카망베르, 브리, 콩테 치즈는 무난하게 먹을 수 있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번은 괜한 도전 정신을 발휘해 꼬리꼬리한 향의 치즈를 집어 들었다가 고약한 냄새에 질려 입도 못 댄 채 버렸다. 냄새의 주인공은 에푸아스와 푸른 곰팡이가 가득한 블뢰 도베르뉴. 61쪽

 저자처럼 나역시 브리나 카망베르, 고다치즈 정도는 무난하게 때로는 정말 즐겨가며 먹는다. 하지만 푸른 곰팡이가 가득한 치즈는 아직까지 두렵다. 그래도 역시나 치즈가게는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코끝을 강하게 자극시키는 것 부터 악취가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 향으로 바뀌는 듯한 드라마틱한 경험은 포기할 수가 없다.

 

 


혹독하게 더웠는데, 조금은 힘들었던 기억인데 이상하지? 호이안이 자꾸 생각난다. 낯선 공기가 맴돌던 이른 아침의 잔잔했던 시간이, 아침에만 볼 수 있던 소소한 풍경이. 그런 아침이 참 좋았다.88쪽

 

 

 더블린을 여행할 때 였다. 저자처럼 나홀로 떠난 더블린은 서럽고 추웠다. 그런데도 유럽의 아침을 떠올릴 때면 그 좋았던 파리나 런던이 아닌 더블린이 생각난다. 숙소를 찾지못해 헤매던 때에도 우체국보다 더 큰 우체통 덕분에 멀리서도 보이던 우체국 하나로 버텼던 여행이었다. 그런데도 그 아침이 좋았다. 저자의 말처럼 이른 아침이라 잔잔했던, 바삐 가던 사람밖에 없어서 붙잡을 수 밖에 없던 나를 조급해 하면서도 끝까지 목적지에 데려다주던 마른체구의 여성도 잊히지 않는다.

 

 

 

 

 

<버스타고 제주여행>집필 당시 다녀왔다는 제주도의 귀가 접힌 귀여운 개. 이 개 사진이 난 너무좋다. 원본이 가지고 싶다. 개를 직접 본들 이제는 나이들어 그당시의 귀여움은 만날 수 없을테니 그 귀여웠던 시절의 그 개의 사진을 갖고 싶다. 제주 삼달리.

 


 

 

 


 


삼달리는 그런 곳이다. 마을을 타박타박 걷고 있으면 단지 산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걸 몸이 안다. 햇빛도 있고 자유도 있고 꽃도 있어야지. 그래야 사람 사는 거지. 97쪽

 

 

 

저자의 하노이 여행 중 쌩쌩 달리는 오토바이를 피하느라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데 나는 파리에서 그랬다. 도무지 교통신호를 지키는 보행자가 없다. 어딜가도 그냥 눈치껏 건넌다. 그러다보니 신호를 보고 건너기 보다 사람을 보고 건널 때가 더 많았다.

 

 

 

 

 

한날은 엄마와 아침 산책 삼아 베네치아 골목길을 걷다가 리알토 시장에서 새우에 눈독을 들였다.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자니 오동통하게 살오른 새우가 눈에 아른아른 밟혀 충동구매하고 말았다. 151쪽

 

 

 

 


이탈리아에서 먹은 집밥의 기억은 따듯했다. 평소에는 세 사람이 마주 앉아 밥 한 술 뜨기도 녹록치 않았던 바쁜 일상. 꼬박 30일, 삼시 세끼를 함께하며 우리 가족은 확실히 더 돈독해졌다. 때로는 배불리 먹는 음식이 뱃속뿐 아니라 허기진 마음까지 채워준다. 153쪽

 


 

 


 

나도 엄마와 이렇게 살아보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 작년 엄마와 단둘이 떠났던 오키나와 여행은 그야말로 엄마를 부엌에서 해방해준다는 모토아래 매 끼니를 호텔 조식, 레스토랑만 찾아다녔다. 저자처럼 라면을 싸들고 가거나 새우를 사들고 와서 직접 해먹는 에어비앤비 여행도 떠나고 싶어졌다.

 

 

 

 


모든 여행자는 여행지의 환경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 문화를 존중할 책임을 가진다. 내가 스쳐가는 이 땅이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을 망각하면 안 된다. 184쪽

 베네치아의 작은 섬 부라노와 관련된 일화에서는 얼마전 전주 한옥마을 주민들의 불편을 다룬 기사를 떠올리게 했다. 저자의 말처럼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인 그곳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과 배려를 잊으면 안될 것 같다. 여행자의 마음을 이야기할 때 해당 빼놓지 않고 이런 내용을 일깨우는 저자의 마음씀이 참 이쁘게 느껴졌다.

 

 

 

 


‘내가 바라는 나’와 ‘진정한 나’사이의 간극이 너무 컸다. 그 틈이 너무 벌어져서 한동안 힘에 겨웠다. 이제 인정해야겠다 .이게 나라는 걸. 기준이 남이면 나의 행복은 산산이 조각나 흩어진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토닥토닥 안아주고 믿어주고 사랑해야지. 241쪽

 

 

 

 

 


자신감을 갖기로 했다.

 

내가 잘하는 일에. 잘하고 싶은 일들에. 247쪽

 

 

 

 타이밍, 엄마, 헤어진 인연, 그리고 현재 하고 있는 일들에 관한 내용을 읽을 때는 저자가 풀어놓은 자리에 마냥마냥 내이야기도 늘어놓았다. 책리뷰에 담기에는 지극히 사적이라 적을 수 없지만 저자 덕분에 내가 가지고 있던 나에대해, 그리고 가족에 대해 그리고 인연들에 대해 간만에 스스로에게 솔직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혼자 떠난 여행이 나 자신을 만나게 해주듯 책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독서 또한 여행이라고 하는가부다. 나를 이 멋진 여행에 초대해주진 저자에게 박수를, 그리고 우리 모두 각자의 길에서 계속 해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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