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나는 좋은 것을 내 스스로 발견하는 능력이 별로다. 특히 고급한 취향으로 분류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아는 바가 없고 감지하는 바가 없다. 책이야 내 방에도 한가득 쌓인 것이라, 사실 거의 의무방어로 책을 사는 경우가 많다. 읽고 싶기는 하고, 왠지 사야 할 것만 같은 기분 때문에 사는. 언젠가부터 책을 사는 내 행위에는 목마름, 갈급함 따위가 없다. 그냥 오래된 친구와 으레껏 만나듯. 그런 기분으로 책을 산다. 그러나 아직 음악은, 그 정도로 친한 친구가 아니다. 나는 아직 세상의 모든 음악의 1%도 모른다고 느낀다. 소싯적부터 모르는 것에 대한 갈망에서는 별로 경쟁에서 뒤지지 않았던 탓에, 음악은 내게 여전히 미지의 섬. 그 섬으로 가고 싶은데, 나는 헤엄을 칠 줄 모른다. 내 귀는 막귀고, 내 지식은 미천하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나보다 먼저 좋은 음악을 들어본 사람의 말과 취향에 귀가 번쩍 뜨인다. 즉, 요는, 이런 부분에서, 내게는 '신뢰할 만한 취향'의 존재가 중요하다. 과거의 블로깅 기록을 통해 그(들)의 취향이 나의 그것과 유사했음을 감지한 뒤, 그의 취향에서 아직 나의 취향이 되지 않은 것들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는다. 오며가며 그런 소수의 블로거들을 기억해둔다.
악수 한번 해보지 않았어도. 말 한번 걸어보지 못했어도. 그냥 그들이 읽는 것과 그들이 보는 것과 그들이 듣는 것만으로도 내게 존재증명을 해주는 그런 블로거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조금은 따뜻했던 이월의 끄트머리와 시린 느낌이 강했던 삼월의 앞머리에서, 나는 분주했고, 나는 어수선했으며, 나는 갈팔질팡도 했지만, 그러나 나는 고마운 블로거들로부터 귀동냥한 음악을 들으며 아주 조금은 행복감을 맛보았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수입] 슈베르트 : 실내악 작품집 [3CD]
슈베르트 (Franz Schubert) 작곡, 부슈 (Adolf Busch) 외 연주 / Regis / 2012년 1월
34,600원 → 29,000원(16%할인) / 마일리지 290점(1% 적립)
*지금 주문하면 "오늘 수령" 가능(17~21시 사이)
5월 음반 전종 할인쿠폰 이벤트

93.1을 듣다가 낼름 주문했던 것 같은 기억... 확실하진 않다. 암튼 CD2를 넣고 Death and the maiden의 2악장 andante con moto를 들을 때면, 피부를 간지럽히는 쾌락이 느껴진다. 벽장 속에 갇힌 소리가 반복되는 듯 빨려들 것 같은 아늑함도. 알레그로와 스케르쵸보다는 안단테가 좋다. 안단테보다 조금 빠르거나 느리더라도. 안단테 혹은 모데라토.
[수입] Alban Gerhardt - 카잘스 앙코르 (Casals Encores)
Various Artists / Hyperion / 2011년 8월
35,300원 → 35,300원(0%할인) / 마일리지 360점(1% 적립)
출고예상시간 : 통상 7일 이내
5월 음반 전종 할인쿠폰 이벤트
품절
이건 확실히 `명연주 명음반`에서 정모 씨가 최근 나온 것 중 좋은 거, 라고 한 말에 혹해서 구매. 라디오에서 가브리엘 포레의 `꿈을 꾼 후에`를 듣고 좋아서 주문한 건데, 사고 나서는 의외로 자주 듣게 되지 않고 있다. 이 음반이 나빠서가 아니라, 함께 산 것들 중 더 좋은 다른 음반들에 밀려서.
정태춘 & 박은옥 -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박은옥 외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12년 1월
16,000원 → 13,400원(16%할인) / 마일리지 140점(1% 적립)
*지금 주문하면 "오늘 수령" 가능(17~21시 사이)
5월 음반 전종 할인쿠폰 이벤트

아아.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정태춘의 목소리는, 이렇게 오래간만에 들었는데도 여전히 울컥 울음이 솟고, 박은옥의 청아하고 아련한 목소리는, 슬픈 추억을 건져올린다. 너무도 달라서 제각각 강인한 이 부부의 목소리는, 언제나 나를 그 시절로 되돌려 보낸다. 90년대, 나 아직 어렸으나 나 이미 늙은 줄 알았던 그 시절로. 그들 역시, 노래 부르며 자꾸 그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이나 나나, 그 후로 20여년간, 썩 잘살지도 그리 형편없이 살지도 않았을 터이다.
[수입] Lady & Bird - La Ballade Of Lady & Bird
레이디 앤 버드 (Lady & Bird) 노래 / DFA / 2009년 9월
21,000원 → 17,900원(15%할인) / 마일리지 180점(1%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31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5월 음반 전종 할인쿠폰 이벤트

난 이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단지, 내가 신뢰하는 사이트 M에서 이 음악의 일부 곡이 소개되어 듣고는, 놀라운 음악세계다, 하는 감탄사와 함께 알라딘을 뒤졌다. 다행히, 있다! 그리고 들었다. 당연히 끝내준다. 이건 너무나 압도적이라, 구구절절 써놔봐야 입에게 헛짓이다. 그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뿐. 부럽다.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 아는 사람. (라이브음반인데 박수소리가 연주만큼이나 길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2012-03-19 12:09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9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9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9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9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0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icare 2012-03-20 11:43   댓글달기 | URL
음악 또한 문외한인데다
그나마 손 놓은지 오래되어 금시초문인 이름들이 있네요.
운좋은 건지 부지런한건지 그런 블로거들을 잘 찾아내 쟁여(?)놓으셨군요
든든하시겠습니다^^

chaire 2012-03-20 11:52   URL
ㅋㅋㅋ. 하니 언니도 제게는 그런 분들 중 이찌방이시잖아요.
지난번에 읽으셨다던, 나가사키, 저도 사서 읽었어요.
참 좋더군요. 근데, 정말이지 뭔가 써보려 해도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막막하더라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슬기롭게 글을 쓰는 작가다 싶어, 부러웠답니다.
에또 그리고 하니 언니 덕분에 알게 된 이언진 시집. 캬.
그 역시 얼굴에 수시로 웃음을 띠면서 읽고 있습죠. ㅋㅋ.
네, 그런 블로거들, 고맙지요, 정말.
아니 블로거를 떠나서 좋은 친구들이 고맙지요.
이 한세상, 너무 적적하지는 않게 모종의 도움을 준, 적지 않은 사람들.
때론 할퀴고 싸우고 헤어지더라도.
 
눈앞에 없는 사람 문학과지성 시인선 397 
심보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안해요. 단 한 번 사랑했을 뿐 우린 벌써 헤어져야 하나 봐요. 당신의 시가 재미없다니, 이건 나의 변심인가요, 당신의 변심인가요. 아, 훌쩍.


 
 
굿바이 2012-02-04 16:20   댓글달기 | URL
앗! 이런 비슷한 마음이라니요. 정말 뭐가 문제일까요, 시집 속 시들이 재미없는 말장난처럼 느껴졌어요. 저는요.

chaire 2012-02-06 09:26   URL
특히 1부는 무척 곤욕이었어요.
어느 시 하나도 시적이지 않아서 깜짝 놀랐어요.
시라는 것이 응당 가져야 할 리듬도 야릇하거나 신랄하거나 적확한 메시지도 없이, 그저 뭔가를 계속 중얼거리기만 하는데,
우아, 이거 내가 아는 그 심보선이 맞나 싶더라고요. 저두요.

Arch 2012-02-04 20:12   댓글달기 | URL
아! 저두요.
그래서 뭔가 있는데 내가 못느끼는거야, 이랬거든요. 슬픔이 없는 십오초는 참 좋았는데...

chaire 2012-02-06 09:28   URL
앗, 동지가 많아지니 왠지 좋으네요. 하하.
저도 1부를 읽는 동안은, 내가 술이 덜 깬 상태로 읽어서 그런 걸 거야, 했는데,
책장을 덮고는 확실히 알았죠. 이건, 아니구나. 뭐, 늘 좋을 수야 있나, 하고요...
다음 시집을 기다려봐야죠, 뭐.

웬디양 2012-02-04 23:23   댓글달기 | URL
아. 이 시집을 아직 읽지 못한 저는 뭔가 걱정되는데요......

chaire 2012-02-06 09:40   URL
저도 사놓은 지는 꽤 되었는데, 다른 작품 읽느라 미뤄뒀는데(그것은 이장욱의 <생년월일>이라는 시집이었죠), 그 와중에도 다들 이 시집이 좋았다, 라고들 말하는 것 같아서 은근 기대가 있었어요. 음. 이번에도 좋은가 보군, 하면서요. 그런데 아뿔싸.... 음.

웬디양 2012-02-09 00:12   URL
그렇군요. 저는 <생년월일>은 참 좋았는데. 우얏건 읽어보기가 겁나네요. 우흥.

chaire 2012-02-09 11:37   URL
웬디양 님. 그쵸. 생년월일은 무척 좋죠? 완전 최고였어요. 그런데 그 직후 이 시집을 읽어서 더 비교가 된 것도 같고... 하니, 좀 더 있다가 천천히 읽으시면 외려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
 
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이 너무나 맛없는 빵처럼 느껴질 때, 빼어난 것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들 때 폴 오스터를 읽는다. 그러기 위해 폴 오스터를 아껴둔다. 오래전 묶음으로 사둔 폴 오스터는 그렇게 내 곁에 심심풀이 간식으로 남았었고, 남아 있다. 폴 오스터는 진부하다. 그에게 인생은 깊은 어둠 속에 잠긴 무엇이고, 그는 달 탐험자처럼 그것을 수색한다(목숨까지 걸면서). 그런데 폴 오스터의 이야기는 신기하다. 항상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읽을 때마다 항상 같은 지점에서 탄복한다. “끝”까지 가보려고 투쟁하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명품 조연을 만나며 단련되어간다. 이른바 “막장” 드라마를 써나간다. 단, 그 막장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과 유언과 유산의 기적 그리고 인간과 신이 게임하듯 벌이는 어긋남의 딜레마를 다루는, 이 막장까지 가는 서사는 물샐틈없이 빽빽하다. 그래서 한 줄 한 줄, 집중시킨다. 그리고 그와 함께 긴 여정을 끝내고 나면 알게 된다. 결국, 인생유전. 늘 끝난 자리에서 다시 시작한다. 시작하면 결국 망가진다. 나는 오스터가 그려내는 이 (생각보다) 안전하고 확고한, 고전적인 궤도가 마음에 들기 때문에, 그를 읽는다. 물론 오스터가 조직한 멋진 역사(작은 것과 큰 것이 만나 역사를 이룬다)들을 조감해본 덕분에 나의 인생은 이제 거의 쉰내가 풀풀 나고, 오스터가 말했듯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을 써나가는 작가인 한 나는 아마 평생을 살아도 무색무취한 습작밖에 써내지 못할 것 같아 절망적이지만, 나는 비겁하게 안심하고 나약하게 희망한다. 이제까지는 괜찮았지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사건은 언제나 갑자기 발생하니까. 그러니 발밑을 조심하며 살아야지. 지금처럼 계속 절망을 수련해야지. 진짜 희망이란 그런 것이니까. 그런 면에서 폴 오스터의 소설은 평범한 생활인에게 주어진 외출증과도 같다. 잠깐 그의 소설 속으로, 어렵지 않은 발걸음을 하고 돌아오면, 인생이란 게 어찌나 끔찍할 수 있는 건지를 묘한 방식으로 확인하게 되고, 나를 둘러싼 세계를 좀 더 촘촘하게 더듬어보게 된다. 그러면서 나는 평생토록 조금씩 성장해가는 것이다. 폴 오스터의 언어를 따라, 세계를 이루는 것들을 좀 더 이해하고 조금씩 더 설명할 줄 알게 되어가면서. 그렇게 늙어가면 그만인 것이다. 비록 유산 같은 건 없어도.  

.......

인간이 달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해 여름이었다. 그때 나는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이였지만, 어쩐지 이제부터는 미래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위태위태한 삶을 살고 싶었다.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본 다음, 거기에 이르렀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었다.

“아이들은 모두 사생아란다. 하지만 제일 착한 아이들만이 그렇게 불리지.”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좋은 일이 내가 그런 일을 원치 않을 때에만 일어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의 역도 사실이었을 것이다. 즉 좋은 일이 생기기를 너무 바란다면 오히려 그런 일이 일어나지 못하게 막는 셈이 될 것이었다. 그것이 내 이론의 논리적인 결과였다. 내가 세상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나 자신에게 증명한 것은 또한 그 관심을 물리칠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달리 말해서 나는 원하는 것을 원치 않을 때에만 얻었다. 그것은 이치에 닿지가 않았지만 내 마음을 끈 것은 그 이해할 수 없는 논리였다. 만일 내가 원하는 것들을 생각지 않음으로써만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내 처지에 대한 모든 생각은 필연적으로 반생산적이었다. 그 생각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순간 나는 견딜 수 없이 팽팽하게 당겨진 의식을 따라 비틀거리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항상 배가 고플 때 어떻게 배고픔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 내가 내 문제에 대해서 걱정을 하는 한 세상은 내게 등을 돌릴 것이며, 그렇게 되면 나로서는 자신을 부양하고 먹을 것을 찾아다니고 나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흘러갔다. 하루, 이틀, 심지어는 사흘이나 나흘. 차츰차츰 나는 마음속에서 구원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모두 다 몰아냈고, 나 자신을 죽은 것으로 포기했다. 어떤 기적적인 일은 그제야 일어나곤 했다. 더군다나 그런 일은 항상 청천벽력처럼 느닷없이 일어났으므로 나로서는 그게 언제일지 예견할 수 없었고, 그런 일이 일어난 뒤에는 또다시 일어나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길도 없었다. 따라서 한번 한번의 기적이 언제나 마지막 기적이었다. 또 그것이 마지막이었기에 나는 끊임없이 처음으로 돌아가 끊임없이 맨 처음부터 다시 전쟁을 시작해야 했다.

더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우리가 앉아 있는 방을 상세히 설명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 때도 있었다. 나는 우리가 예전에 산책을 하던 때 개발해낸 바로 그 방법으로 한 가지 물체를 골라내어 그것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침대 덮개의 무늬, 방 귀퉁이에 놓이 책상, 창문 옆에 걸려 있는 액자에 끼워진 파리 시내 지도……. 에핑이 내 이야기를 따라올 수 있는 한 그런 세세한 설명이 그에게 크나큰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았다. 그의 기억 속에서는 사물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이 아스라이 멀어져 일종의 천국으로서, 손에 넣을 수 없는 일상적인 기적의 영역-모든 삶을 둘러싸고 있는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영역-으로서 의식 가장자리에 놓였을 뿐이었다. 나는 그런 것들을 말로 표현함으로써 에핑에게 그것들을 다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것은 모두 놓쳐버린 관계, 잘못된 시기, 어둠 속에서 생겨난 실수였다. 우리는 언제나 잘못된 시간에 옳은 곳에, 옳은 시간에 잘못된 곳에 있었다. 언제나 서로를 놓쳤고, 언제나 간발의 차이로 전체적인 일을 알지 못했다. 우리의 관계는 결국 그렇게, 잃어버린 기회의 연속이 되고 말았다. 그 이야기의 조각들은 처음부터 모두 거기에 있었지만 누구도 그것을 어떻게 이어 붙여야 할지 몰랐다.



 


 
 
Volkswagen 2011-08-27 19:36   댓글달기 | URL
폴오스터 광팬 여기있습니다. 당신이 내게 선물해준 '우연의 음악'을 읽고 광팬이 된 건 아시는지? 리뷰는 프린트 해서 읽으렵니다. 당신의 글 너무 오랜만이라~ 한자한자 느끼고 싶어서...^^::

chaire 2011-08-28 16:14   URL
하하 폭스바겐 님 말투는 여전하군요. 반갑습니다. '우연의 음악'은 제게 첫사랑 같은 책이죠. 뭐 이리 해괴한 작가가 있나 싶었던. 제가 선물해준 그 책을 소중히 여겨주시는 듯하여 감개무량. ㅋㅋ. 느껴준다는 말 섹시하니 좋군요. ㅋㅋ
 
비숍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 
S.S. 반 다인 지음, 김성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 다인 혹은 번스 탐정은 좀 약했다. 마지막에 번스가 빌러드의 독살 계획을 눈치채고 술잔을 바꿨던 것 말고는 굉장한 느낌, 긴장감이 전연 없었다. 이렇게 밋밋하고 인문적 지루함을 주는 탐정소설이라니. 내가 너무 오랜만에 미스터리물을 읽은 건가. 누구나 범인이 될 수 있을 듯했고 현대 추리소설의 숙명상 뭐 대단한 살인동기도 없을 터였다. 번스의 추리가 역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고, 독자를 흥분시키는 법 없이 혼자서만 묵묵히 잠자코 수사했다. 드래커-파디-아넷슨-딜러드로 이어지는 수사선은 단순했고, 나야 꽤 무능한 추리독자축에 낀다손쳐도 이런 류의 소설을 즐기는 독자들에게라면 딜러드의 결정적 액션은 그야말로 설득력이 약했기에(실은 나도 의식적이었다) 마지막까지도 아넷슨 대 딜러드 구도는 쉽게 붕괴되지 않을 터였다. 간만에 읽은 본격 미스터리물... 기대감은 컸으나 충족감은 적었다. 
 
ps. 이 작품의 현학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 
                                                                                                                   



 
 
chaire 2011-02-19 21:40   댓글달기 | URL
2004년 9월에 이 책을 읽고, 책 뒤에 이렇게 적어둔 걸 보게 되었다.
엊그제 일 년에 한 번쯤 안부 전화를 걸어주는, 고교 때부터 알던 선배와 또 일 년여 만에 통화를 했다. 그분의 목소리는 지쳐 있었고, 힘들어 보였다. 그분은 날 만날 때면 맛있고 비싼 밥을 배터지게 먹을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나는 별로 드리는 게 없다. 아주 가끔 읽던 책이나 얻은 책따위를 그분에게 보낼 뿐. 만화책 그리고 인문서와 함께, 문득 눈에 띈 이 책도 그저께 그분께 보냈다. 책 읽을 시간이나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7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와카타케 나나미, 첫느낌이 좋다. 뒷맛 깨끗한 코지미스터리 세계로 발을 들여놔볼까?


 
 
chaire 2011-01-07 15:06   댓글달기 | URL
초중반은 그냥저냥 읽다가, 서서히 실타래가 풀려나가면서 나 역시 숨가쁘게 머리를 굴리게 됐다. 약간 짐작은 했다. 그들일 거라는 걸. 근데 늘 그렇다. 짐작은 가는데, 근거는 못 찾겠는 식.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자정 무렵부터 한두 시간, 추리소설 한 권 가볍게 읽는 건 맛있는 야식 못지않다. 이 책은 하자키 시리즈 1권이고, 나는 이제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을 읽을 계획이다. 어쩌면 그 전에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먼저 읽을지도 모르고. 흐뭇한 독서계획이다. 응. (비록 돈은 없어도) 한가한 건 제법 좋구나.

---------
"몰라요. 별것 아니겠죠. 하지만 신경이 쓰여요."
쇼코는 차가 들어 있던 나무 상자를 개조해서 만든 발판에 다리를 올리고 팔짱을 꼈다.
"그럴 수 있지. 이십대 때 얘긴데, 친구들과 한잔하러 갔다가 그 자리에 없는 친구 얘기가 나왔었어. 한 친구가 그녀가 곧 결혼할 거라는 얘길 꺼냈거든. 그야 축하할 일이었으니까, 그걸 안주 삼아 부어라 마셔라 분위기가 무르익었지.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나는 뭔가가 계속 신경에 걸려서 쉽게 취하지 않았어. 그게 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지. 다들 기분이 붕 떠 있었고 특별히 술버릇이 나쁜 사람도 없었고. 결국 이유를 모르는 채로 즐겁게 헤어졌는데, 얼마 후에 그중 한 명이 자살을 했어."
"자살?"
"실연 자살."
아아, 하고 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쇼코는 리넨 테이블보를 고쳐놓았다.
"상당히 오랫동안 자책감에 시달렸어. 그때 알아차렸다면 어떻게든 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 153쪽

2011-01-07 21:56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8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