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의붓남매가 서로를 챙겨주고 생각해주는 스토리 자체가 일본적인 색채를 짙게 풍긴다. 오밀조밀하게 세심하게 배려한 장치들 역시 일본답다. 울음을 자아내는 신파조도 그렇고. 그닥 눈물은 나오지 않지만.

 

안쓰럽고 안타까운 남매 이야기도 감동적이긴 하지만, 내 눈에 띄는 것은 다른 데 있었다.

<HIDEAWAY>라는 클럽 풍경이다.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떠돌이 뮤지션으로 등장하는 클럽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손님 중에 미군이 여럿 있다. 이 장면에서 예전 생각이 났다.

 

오산미군비행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태어난 나는, 초등학교 시절만 빼고 이 미군부대기지 근처를 배회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 대부분이 이 동네에서 사는지라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니 골목골목을 누비게 된 것이다. 대학 이후부터는 미군들이 드나드는 클럽에 구경삼아 몇 번 가보기도 했다. 우리나라나 오키나와나 미군이 주둔한 곳에는 미군을 상대로 한 클럽 분위기가 비슷하다. 생활 풍경도 비슷하겠지. 어려서부터 보아온 익숙한 미군기지 풍경 덕분인지(때문인지)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 전세계를 돌아다녀도 미국만은 가지 않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도 아직 펄펄 살아 있다. 왜? 우리가 사는 방식이 이미 미국식인데 굳이 미국까지 가서 확인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다.

 

미군이 주둔하는 땅, 오키나와를 단순 여행지로 여기자니 이런저런 생각거리들이 밀려온다. 오키나와는 희생양의 땅이다. 일찍이 우리나라의 미군기지 주둔지역이 그렇듯이.

 

오키나와에 대해서 공부할수록 재밌어지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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