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신형철이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추천한 책을 몇 권 내리 읽었다.

그 중 노벨라 베스트 6.

추천 기준은 1. 소설일 것, 2. 시적일 것, 3. 짧을 것. '소설을 써야 한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고 한 작품들이다.

 

마루야마 겐지 <달에 울다>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다다를 수 없는 나라>

아고타 크리스토프 <어제>

배수아 <철수>

파스칼 키냐르 <로마의 테라스>

황정은  <백의 그림자>

 

이들의 공통점은, '이들은 '하는 법' 말고 '하지 않는 법'을 아는 작가들이다. 말하지 않고, 쓰지 않고,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최대한의 것을 이뤄내는 이들이다.'

 

 

 

 

 

 

 

 

 

 

 

 

 

 

 

 

 

 

 

 

 

 

 

 

 

 

 

 

 

 

 

 

 

 

 

 

 

 

 

 

 

 

 

 

 

 

이 세 권을 도서관에서 빌린 후 배수아의 <철수>부터 읽기 시작해서 <다다를 수 없는 나라>로 끝을 맺었다.

 

우선 이런 책을 이제야 읽는구나, 하는 후회 비슷한 원망의 감정이 일었다. 그간 돈 버느냐고 바쁘게 살긴 했지만 책을 아주 안 읽은 것도 아닌데...앞으로는 좀 더 신중하게 책을 선택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온 세월보다 살아갈 세월이 짧은 건 확실하니까.

 

세 권 모두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길이여서 좋았다. 게다가 낭비없는 간결한 문장이 눈에 잘 들어왔다. 가장 시적인 작품은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 작품 분위기가 시적이다.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은 단연 <다다를 수 없는 나라>. <철수>는 좀 난해한 느낌. 어렵지 않은 이야기를 어렵게 쓴 듯한 느낌이 들었다.

 

훌륭한 작품들이지만 다시 읽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달에 울다>는 언젠가 다시 읽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적어도 두 번은 읽어야 할 것 같은 작품이다. 제목이 너무 시적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세상엔 읽을 것도 많은데 때로 길잡이가 되어 주는 책이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역시 신형철이 추천한 소설이다.

 

 

 

 

 

 

 

 

 

 

 

 

 

 

 

신형철이 평하기를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읽는 중에 이미 다시 읽고 싶어지는 그런 이야기다.'라고 한 소설이다. 이야깃거리가 많은 소설, 즉 읽을거리가 많다는 얘기다. 읽다보면 가슴이 꽉 차오르는 느낌이 든다. 재기발랄하다고 해야 할까, 엉뚱하다고 할까. 이런 저런 황당한 얘기에 빠져 키득거리다 보면 어느새 추리소설의 반전 같은 웅덩이에 빠진 느낌도 들고,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는 소설이다. 기발함의 끝을 보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며 읽게 되는 소설이다. 혹여 소설을 쓰겠다고 벼르고 있다면 이 책 한번 읽어보시라. 이 책을 읽고 기가 꺾이지 않는다면 그대는 소설을 써도 된다, 라고 말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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