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게스트하우스 이야기를 하기 전에 5일간 묵었던 여러 숙소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숙박은 요일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므로 요일도 명시하고자 한다.

 

첫 날. 향일암 근처 펜션() 카드결제 6만 원

이튿날. 여수밤바다 근처 모텔() 현금 지불 5만 원

사흘째. 순천 선암사 템플스테이() 일인당 4만 원(저녁, 아침, 점심 공양 포함)

나흘째. 목포 게스트하우스() 카드결제 5만 원(조식 3,000원 미포함)

닷새째. 광주 대인시장 근처 모텔() 카드결제 3만 원

 

선암사 템플스테이를 제외하곤 예약 없이 되는대로 숙소를 잡았다. 선암사 템플스테이는 한겨울이라서 썰렁하지만 그래도 주말에 사람들이 더러 신청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우리 부부와 아가씨 둘이 전부였다. 사찰 입장에서는 행사 진행에 맥이 좀 빠지지 않았을까 싶었으나 절간의 고적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70세쯤 되는 부부에게는 방 하나를 준다는데 우리 부부는 아직 젊어서(?) 각자 방 하나씩을 배정 받았다.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절집에서 홀로 지새우는 밤, 각별하다면 각별한 경험이었다. 결과적으로 며칠 일정 중에 주말을 절집에서 보내기로 한 계획은 탁월한 발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템플스테이는 주말 요금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향일암. 아무런 정보 없이, 손 안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도 들여다보지 않고 찾아간 곳이다. 가다보면 뭐가 나오겠지 싶었는데 예상대로 뭐가 많았다. 승용차에서 내려 두리번거리자마자 어떤 아저씨가 호객을 하기에 별 망설임 없이 숙소를 잡았다. 비싼 펜션을 모텔 가격으로 준다기에 웬 떡이냐 싶은 마음에. 발코니 바로 앞에 남해의 푸른 바다가 좌~악 펼쳐져 있는 아주 전망 좋은 방이었다. 단점이라면 생수 한 병 얻어 마실 수 없다는 점.

 

여수밤바다, 하면 방송에서 날마다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대는 낭만포차를 기대했다. 밤마다 급조되는 포장마차에서 삼겹살, 새우, 전복 등이 들어간 탕을 먹었다. 여수밤바다에 와서 이 음식 안 먹으면 안 되는 듯한 미디어의 호들갑에 의연하게 대처했어야 했다는 걸 이튿날 화장실에서야 아픈 배를 달래며 깨달았다. 내 위장은 이제 낭만을 소화시키지 못했다.

 

영암 구림마을에 들렀다가 목포에 도착하니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숙소에 대한 정보는커녕 일반 관광지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 국내 여행인데 사전 예습이 뭐 필요할까 싶어 그냥 떠나왔으니 뒤늦게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들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한눈에 들어오는 지도와 숙소 정보를 구하기 위해 목포역 안내센터를 찾아가자는 남편. 역시 목포는 아날로그 세대를 무시하지 않는 곳이었다. 안내센터에 가니 우리가 찾고자 하는 지도가 모두 구비되어 있었고 친절한 안내도 받을 수 있었다. 구림마을의 미술관과 박물관에서도 느꼈지만 사람들이 매우 예의 바르고 친절해서 나도 덩달아 사교적이고 친절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국내의 게스트하우스가 궁금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곳을 골라 그냥 찾아갔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빈 방이 아주 많았다. 분위기가 밝고 침구 등이 깨끗하긴 한데, 화장실이 공용이어서 변기 물을 내리면 한 층 전체에 소리가 울려 퍼지는 점이 좀 거슬렸다. 예전의 민박을 좀 더 세련되게 개조한 게 게스트하우스였다. 여러 곳을 다니지 않았으니 이것도 단견이거나 편견일 수 있겠다. 하여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표정이 밝고 사근사근하고 씩씩한 주인아주머니는 단박에 사람의 나이와 직업, 심지어는 건강까지 알아보는 대단히 발달한 촉을 지닌 분이었다. 남편의 타고난 신체의 특성을 순식간에 파악하였으며, 내 나이를 정확하게 맞추었으며, 내가 그간 지녔던 고혈압의 위험성이 류마티스 덕분에 완화되었다는 의학적으로 듣도 보도 못한 말 등을 거침없이 했다. 15년 넘게 고혈압 약을 먹다가 지금은 약을 끊은 상태이니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다. 정말 그럴까?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류마티스가 차라리 고마운 존재라며 거듭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이 주인아주머니에게 묘하게 빨려들기 시작했다. 이분의 남편분이 유명한 정치인의 마사지사이며 자신도 어깨너머로 마사지를 배워 때때로 남편 대신 일을 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남편보다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여러 해 동안 많은 사람들을 대하다보니 촉이 많이 발달했다고 한다. 이야기 중에 압도적인 놀라움은 남편분이 바람은 피지 않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어떻게 남의 민감한 사생활까지 파악하지? 내 몸을 보고 한눈에 짚어내는 이 신통력은 뭐지? 친한 친구들과도 나누지 않는 이런 원초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이렇게 쉽게 꺼내지? 황당함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는데 이 주인아주머니는 하나도 개의치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주도해 나갔다. 이야기뿐이랴. 내 걸음걸이를 살펴보더니 이렇게 걸어라 저렇게 걸어라, 이런 운동을 해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참을 주인아주머니와 주방에서 떠들다 방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남편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이튿날. 아침밥을 먹으며 다시 주인아주머니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이번엔 동네이야기이다. 아마도 지금의 집에서 오래 살았는지 동네에서 멀지 않은 목포역 일대가 예전에 바다였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가수 남진의 태생 이야기도 이어졌다. 목포의 역사와 남진의 개인사에 그리 관심이 가는 게 아니어서 좀 지루하긴 했지만, 만일 그쪽에 관심이 있다면 이 주인아주머니에게 물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길고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리라. 주인아주머니의 수다에 잠시 유체이탈했던 넋을 불러들이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꼭 다시 오겠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돌아서는데 엊저녁에 들었던 한 마디가 계속 생각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남편분이 바람은 피지 않았겠다.” 어떻게 그런 판단을 할 수 있었을까? 내내 의문이었다. 엊저녁의 대화를 천천히 복기하다가 드디어 힌트를 찾아냈다. 내게 이렇게 물었던 것이다. “요실금은 없어요?”, “. 아직은요....” 나도 참...

 

이쯤에서 이 게스트하우스의 상호를 밝혀야 될 것 같다. 수다방 게스트하우스. 40대 이전의 젊은 사람들은 수다~방으로 인식하고, 나이든 축들은 수~다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단다. 나는 물론 수~다방이란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다방은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예스러운 단어였다. 어쨌거나, 수다를 떠는 방이거나 물 다방이거나, 대화가 오고가는 집임에는 틀림없는 곳이다. ‘목포하면 이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아주머니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번엔 광주 얘기. 광주에서 보낸 시간이 만 하루도 되지 않았으나 두 가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화장실과 모텔.

 

2년 전 어느 출근길. 가게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시내 한복판에서 이른 아침에 화장실을 찾아 헤매본 적이 있다. 빌딩마다 화장실은 있는데 열려있는 곳이 없었다. 이 때, 기지를 발휘하여(?) 찾아간 곳은 파출소였다. 적어도 파출소만큼은 이 시간에 문을 열어놓았으리라. 배는 아파오는데 민망함 따위 개에게나 줘버리는 거지 하는 다급한 심정으로.

 

광주 시내를 걷다가 저절로 눈에 들어온 것은 개방화장실을 가리키는 이정표였다. 거리 곳곳에 가로등처럼 우뚝 솟아있는 화장실 이정표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여기에선 서로서로를 배려해주는구나 싶었다. 이 개방화장실이 이른 아침에도 개방이 되는지 궁금하긴 했으나 적어도 화장실 인심만큼은 남다르다고 생각되었고 서로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무척이나 돋보였다. 비밀번호로 무장된 자본주의화된 화장실을 일상으로 접하다보니 이 개방화장실 이정표에도 작지 않은 감동을 받는 것이다.

 

 

 

 

모텔얘기. 카카오맵을 이용해 전통시장 주변의 모텔을 잡았다. 가격은 3만 원. 거의 90년대 가격이다. 그 때는 국내를 여행할 때 대부분 장급여관이라 불리우는 모텔을 이용했었기에 지금도 모텔을 이용하는데 어색함 따위는 괘념치 않기로 마음먹었다. 모텔을 이용할 때마다 놀라는 건, 이만한 가격에 이만한 편의시설을 갖춘 곳은 아마도 우리나라의 모텔이 최고가 아닐까 하는 거다. 작은 방에 텔레비전, 컴퓨터, 생수, 드라이어, 화장품, 야식업체 전화번호까지 하룻밤 묵는데 필요한 걸 전부 갖추었다. 심지어 칫솔 등이 들어있는 비닐 키트는 내용물이 아주 다양했다. 향일암 주변의 생수 한 모금 서비스 없는 비싼 펜션, 주인과의 수다는 즐거우나 눈치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의 불편했던 게스트하우스, 유명관광지에 입지한 탓에 저렴하지 않은 숙소. 광주 시내의 한 모텔을 이용함으로써 이 모든 불만 사항을 단번에 털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선암사 템플스테이였음을 강조하고 싶다. 소박한 잠자리, 소박한 밥상이었으나 마음은 맑고 풍요롭기 그지없었다. 꽃은 아직 피지 않았으나 피어오를 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가득 전해져오는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곳, 선암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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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1-25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었어요.
전 40대 이하도 아니면서, 수다~방 으로 읽었네요. 수다가 고팠나봐요.
저희집에선 광주까지 버스 타니 2시간 좀 못되게 걸리더라고요. 모텔에서 묵어보기엔 너무 가깝죠?
구미마을, 구림마을, 모두 가보고 싶어요.

nama 2019-01-26 10:28   좋아요 0 | URL
때때로 수다가 필요해요.^^
모텔이 의외로 쾌적해요. 집 떠나서 이따금 묵어보는 것으로도 여행 기분을 낼 수 있어요.
구림마을은 시간이 없어서 대충 보았는데 기회가 되면 꼼꼼하게 보고 싶어요. 꽃 피는 계절에 골목 골목 누벼보고도 싶고요.

붕붕툐툐 2019-01-25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너무 좋으셨을 거 같아요~~

nama 2019-01-26 10:29   좋아요 0 | URL
그간 국내여행을 좀 등한시 했었는데요. 숨어 있는 곳을 발견하는 묘미가 있어요.^^

카알벨루치 2019-02-01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연휴 잘 지내시고 행복한 웃음 넘치는 가족들간의 시간 되소서

nama 2019-02-02 10:0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전라남도 일대를 한 바퀴 돌고 왔더니 목포 때문에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때마침 논란의 중심이 된 목포의 구도심도 다녀온지라 사진이라도 몇 장 올리고 싶어졌다.

 

목포. 심적으로는 인도라는 나라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이다. 인도는 수차례 다녀왔지만 목포는 목포만을 목표로 다녀온 적이 없으니, ‘라는 인간은 대한민국 국민이 맞나 싶을 정도이다. 어디 목포뿐이랴. 우리나라 구석구석 가지 않은 곳, 눈길 한번 주지 않은 곳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여수 향일암, 영암 구림마을, 순천만습지와 국가정원, 목포 구도심 일대, 광주 518 민주묘지 등이다. 순천 선암사 템플 스테이도 다녀왔다. 작년 10월에는 친구들과 갔었고 이번엔 남편과 둘이 갔다. 향일암이야 워낙 유명한 곳이니까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고, 영암 구림마을은 안내책자를 보고 얼떨결에 찾아간 곳인데 큰 감동을 받고 왔다. 호남의 3대 명촌 중의 하나라고 하는데, 주변 산세하며 반듯하고 점잖은 마을 품새하며, 게다가 작은 마을에 미술관과 도기박물관까지 갖추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품격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파트촌에서 태어나 아파트가 전부인 아이들이 얼마나 불쌍한지 이 마을에 한발이라도 들여놓는 순간 가슴으로 깨닫게 된다. 구림마을. 이 이름만이라도 일단 잊지 않도록 자꾸 입속으로 되뇌어 본다.

 

 

 

 

 

 

 

 

 

 

 

 

 

 

 

동네 서점에서 구입. 저자의 주관적인 색채가 짙은 책이라서 여느 관광안내서와는 다른 편이다. 널리 알려진 곳은 별로 나와있지 않아서 '굳이 이런 곳에' 가야하나 싶었는데 실제로 이 책대로 따라가보면 생각지도 못한 놀라움과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 구림마을이 그랬듯.

 

 

 

 

 

 

 

 

위 사진은 '유달산 아래 달동네 다순구미마을' 전경이다. 목포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마을로 예전 '다순'은 '따뜻하다'는 뜻이고, '구미'는 '바닷가의 후미지고 깊은 곳'을 뜻한다고 한다. 목포의 그 많은 명소 중에 굳이 이런 데를 가야하나 싶었으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달리 소개된 곳이 없었다. 50여 년을 한 집에서 사셨던 어머니를 뵌 듯한 기분에 젖어 이 마을을 지그시 눈에 담아보았다. 외부인에게는 감상에 젖어들기에 좋은 동네지만 실제 저 마을에 사는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깊은 속내를 가늠하기 전에 우선 이 정감있는 마을이 오래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섰다.

 

 

 

 

마을 전경을 내려다보기에 좋은 언덕. 저 길을 끝까지 올라가보면 초등학교가 나온다. 학교 정문인 셈이다. 문득문득 길을 걷다가 저런 언덕길을 만나면 나는 순간 숨이 멎는다. 길이 끝나지 않아서 다행인 것이다. 사진에 담고 학교 이름을 읽어보았다. '서산초등학교' 서산이라....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손헤원의원의 목포스토리에 서산지구가 나와서 저곳이 그곳이구나 싶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소개로 찾아간 빵집. 줄을 서는 곳답게 빵맛이 일품이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소개로 찾아간 동네백반집. 김낙연국무총리가 예전부터 다니던 곳이었는지 그의 사진이 많이 걸렸다. 만 원짜리 밥상으로는 가성비 최고다. 사진상에 보이는 약간 빈약한 반찬 접시는 생선구이가 나중에 나오는 바람에 미리 한두 점 먹어치워서 그렇다.

 

 

 

동네 치장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나 밤거리는 한산하기만 하다. 그래서 손의원이 그렇게 분기탱천했나 싶지만...

 

 

글로 더 이상 옮기지는 않으나 진짜 재미있었던 부분은 게스트하우스 주인과의 대화였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해볼까 한다. 오늘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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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9-01-21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순전히 <목포 문화 탐방>을 목적으로 친구들과 여행 갔을 때 구림마을 한옥에서 1박 했던 게 벌써 10년쯤은 된 듯하네요. 그때 문화해설사를 대동하고 목포 시내 구도심에도 가 보고, 가수 남진 씨 생가도 구경했던 기억이 나네요.^^

목포에서 맛 볼 수 있는 음식점 가운데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소개된 백반집도 괜찮고, 여기저기 가볼 만한 음식점이 많았던 것 같은데, 시내에 있는 그 유명한 <독천낙지>도 빼놓을 순 없겠지요. 민어회로 유명한 <영란식당>도 가 볼 만하고요.

목포는 꽤나 먼 곳이지만 그래도 드문드문 들르게 되더군요. 영암의 월출산, 강진의 다산초당, 해남의 대흥사,미황사,보길도, 흑산도와 홍도 등지를 찾아갈 때도 웬만하면 거길 거쳐야 하니까요.

nama 2019-01-21 12:29   좋아요 0 | URL
월출산, 다산초당...이런 곳에 갈 때도 목포에 들른 기억이 없는데..어떻게 갔었을까요?
구림마을이 예전부터 유명했었군요. 저는 처음 알았어요. 제가 좀 그래요.

목포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었던 여행이었어요.

jeje 2019-01-21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하 주인과의 대화.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꼭 들려주세요 ㅎㅎ

nama 2019-01-22 08:15   좋아요 0 | URL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답니다. ㅎㅎㅎ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두 번 보았다. 처음엔 딸아이와 두 번째엔 남편과 함께. 친구와 한 번 더 이 영화를 보고, 양배추와 당면이 듬뿍 들어간 즉석 떡볶이를 먹는다면 완벽하게 1980년대로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떡볶이를 함께 먹던 옛 친구와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80년대에 들었던 무수한 팝가수들. 비틀즈, 비지스, 올리비아 뉴튼존, 밥 딜런, 나나 무스끄리, 샤데이, 레너드 스키너드,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딥 퍼플..... 퀸도 그 중의 하나였다. 누구를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고도 없었다. 라디오를 틀면 늘 이들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생각해보면 그 때가 내 음악인생(?)의 전성기였던 셈이다. 음악을 만들고,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불러야만 음악인생인가, 세상에 존재하는 음악을 잘 즐기는 사람도 인생에 음악을 투입시켰으니 음악인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도 '보헤미안'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가슴이 설렌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련하게 마음속에 젖어드는 단어가 이 단어였다. 세상과 어울리지 못할 때 혹은 어울리기 싫을 때 이런 단어 하나 마음에 품고 있으면 위로가 되기도 했다.

 

bohemian: 예술가 등 습관 · 풍속을 무시하고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사람.(daum 사전)

 

가슴으로만 품고 있는 단어. 그 단어가 들어간 노래. 그 노래를 부른 퀸이라는 밴드. 내 음악인생의 한 귀퉁이에 늘 자리 잡고 있었다. 비록 그들의 음반을 구입한 적은 없지만.

 

 

 

빅토르 최. 이 이름을 알게 된 건 1990년대 중반 무렵이었다. 여전히 LP판이나 카세트테이프로 노래를 듣던 시절이었다. 드디어 나도 남자를 만나 데이트를 하고 결혼도 하게 되었다. 지금의 남편과 데이트할 때 남편의 옆구리를 찔러서 얻어낸 카세트테이프가 딱 하나 있는데 그게 빅토르 최의 노래였다. 몇 번 듣긴 들었지만 깊이 있게 듣지는 못했다. 러시아어로 된 가사는 그 뜻을 알 길이 없었고 생활인으로 사느라 음악을 접어야(?) 했다.

 

영화 <레토>를 남편과 보았다. 우리가 어떤 사이인가. 빅토르 최 노래가 담긴 카세프테이프를 주고받다가 결혼했으니 그를 추억하는 건 우리의 밋밋한 일상에 영화 한 편을 선사하는 일이며 새롭게 음악인생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겠다. 책장 서랍 어딘가에 있을 낡은 테이프를 찾아냈다. 다행히 버리지 않고 아니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잡다한 물건으로 가득 찬 서재는 이제 더 이상 서재가 아니라 창고방이었으니...

 

 

빅토르 최의 노래를 낡은 테이프로 듣고 유튜브로는 영상을 보았다. 20대의 청년이라기보다는 30대의 연륜이 느껴지는 깊이 있는 목소리와 차분한 표정이 보였다. 러시아어 가사가 여전히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다가오지만 그래도 그의 분노, 절망, 꿈 등을 노래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영화는? 영화<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 역이 그렇듯 <레토>의 빅토르 최는 그저 배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다행이다. 어느 누구도 프레디 머큐리가 될 수 없고 아무나 빅토르 최가 되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더 그리워지는.

 

<레토>를 보며 <보헤미안 랩소디>의 완성미와 감동을 기대했으나 어딘가 보다가 만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초점이 빅토르 최에게만 맞춰졌다고 보기에도 어렵다. 마이크라는 또 다른 인물과의 관계 및 갈등이 줄거리처럼 보인다. 하기야 28세에 사망한 빅토르 최를 한 편의 영화로 풀어내기에는 그의 인생이 너무나 짧았을 수도 있다. 그는 그저 노래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는 단순한 삶을 살았을 테니까.

 

 

 

재즈계의 대모박성연을 오래 기억하고 있다. 그의 노래 <물안개>는 언제 들어도 새롭다. 20대에 처음 들었을 때나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이나 노래가 주는 묘한 축 처짐은 변함이 없다. 어떤 소설을 읽다가 카페 야누스얘기가 나와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말로만 듣었을 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카페이긴 하지만. 한동안 이 재즈계의 대모를 잊고 지내다가 얼마 전 기사에 올라 다시금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프레디 머큐리도 좋고 빅토르 최도 좋은데 잊혀져가는 우리 재즈계의 대모도 함께 기억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8718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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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언덕을 넘듯

 

2018년, 빨리 가거라.

 

절대 뒤돌아 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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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2-27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a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이제 연말에 남은 날들이 아주 조금 남은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지나온 2018년은 nama님이 찍으신 사진처럼 가파른 오르막길처럼 걸었던 것 같아요.
지나온 것들은 잘 지나가고, 그리고 또 새로운 것들이 잘 왔으면 좋겠어요.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 주셔서 감사했어요.

오늘 날씨가 참 많이 추웠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조금 더 춥다고 조금 전에 뉴스에서 보았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연말의 남은 날들 따뜻하고 좋은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nama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nama 2018-12-28 07:52   좋아요 1 | URL
저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를 땐 숨이 가쁘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잠시 고통스럽지요. 그래도 저 탁 트인 하늘을 보며 계속 걷다보면 저 언덕 밑에 무엇인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겨요. 이 오르막길과 비슷한 내리막길이 있을까, 멋진 정원이 있는 소담한 집이 한 채 있을까, 오르막길 옆에 배밭이 있듯 저 너머에도 배밭이 넓게 자리잡고 있을까, 예쁜 카페라도 하나 저 언덕 밑에 숨어있지 않을까...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되지요. 저 언덕을 넘는 마음으로 2019년을 기다려봅니다.

서니데이님의 한결같은 성실성에 늘 감탄하며, 희망찬 새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서니데이 2018-12-3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a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야기와 인사 나누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2019년입니다.
가정에 건강과 행복 가득하시고, 또 nama님께 늘 행운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라는 마음도 더하고 싶습니다.
따뜻한 연말, 그리고 행복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nama 2019-01-01 18:23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의 방문과 댓글에 늘 감사드립니다.
새해에 늘 건강하시고 하시고자 하는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시기를 기원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카알벨루치 2018-12-31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너무 좋습니다 마지막 문장도 넘 다가옵니다 새해는 더 건강하십시오 ^^

nama 2019-01-01 18:30   좋아요 1 | URL
사진은...별 고민없이 찍어대는 사진이라...감사합니다.
카알벨루치님의 방문에 늘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좋은 글 자주 읽으러 가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침
파스칼 키냐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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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추구하는 음악은 성찰스님이 말씀하신 ‘최잔고목‘의 세계와 닮았다. http://blog.aladin.co.kr/nama/10439923 짧지만 강렬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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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24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마님 늘 건강하시고 메리크리스마스^^

nama 2018-12-24 17:46   좋아요 1 | URL
친히 왕림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