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여자들의 궁궐 기담 궁궐 기담
현찬양 지음 / 엘릭시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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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에서 강수가 등장하며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다. 태종은 극심한 가뭄을 괴력난신의 힘을 빌어서라도 끝내고 싶어했고, 여전히 교태전을 냉랭하게 대했다. 궁에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괴이한 일들이 벌어졌다.


비가 내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왕이 너무 많은 사람을 죽여서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왕이 덕이 없어 그렇다 말하고, 누군가는 계모를 홀대하는 불효를 저질렀기 때문이라 말한다. 치열한 권력 싸움 끝에 왕의 자리에 올랐으나 백성들의 소리는 그를 흔들었다. 계모였던 신덕왕후에 대한 미움이 너무 커서 신덕왕후를 후궁으로 격하하고, 그가 묻힌 정릉을 파헤치면서까지 신덕왕후의 흔적을 지우던 왕은 비를 원했다. 강력한 왕권을 위해 한 때는 동지였던 아내를 외면하고 교태전을 냉궁으로 만들었다. 그런 왕이 비를 원했다.


강수는 자신이 기이한 인물임에도 공자의 말을 받들어 괴력난신을 논하려 하지 않았다. 사실, 공자는 괴력난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해할 수 없기에 현실에 좀 더 집중하고자 괴력난신을 멀리하라 한 것일 뿐이건만. 어쨌든 강수는 신녕궁주 양유와 함께 궁 안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이때 궁에서는 '행운의 서신'이 돌고 있었다. 우리도 익히 아는 바, 이 서신을 읽고 며칠 안에 몇 부 이상을 베껴서 퍼뜨리지 않으면 불행이 온다는 식의 이야기였다. 고려 시대 때도 있었다 하니, 사람의 마음을 갖고 노는 이런 장난은 아주 오래되었다고 볼 수 밖에. 이 서신이 퍼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신녕궁주와 강수는 이유를 찾아가며 하나씩 괴이한 존재들과 마주하게 된다. 


'강철'은 용이 되려 했으나 용으로 불리지 못해 강철이 된 놈이다. 하지만 원래 용이었으나 사람들이 강철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우누이는 뛰어난 인재였으나 셋째 오라비가 누이를 여우라고 말해서 여우누이가 된 것인가.   


강수가 속은 것인가, 여우가 속인 것인가. 여우 스님이 보리밭을 일구고 가뭄 속에서도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한 것은 사람을 잡아먹기 위해서일까, 사람을 구하여 덕을 쌓기 위해서일까. 강수가 자신의 뜻대로 행동한 것일까, 자신의 뜻에 반한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 조선에 비가 오지 않는 것은 '원'의 뜻인가. 용의 이름을 빼앗은 왕을 벌주는 것인가 아니면 궁인 100명을 죽여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려는 것일까. 사람을 죽여 비를 뿌릴 것인가, 부덕을 행하는 왕을 벌하고 승천하면서 비를 뿌릴 것인가. 


"은혜를 갚지 않으면 군자라고 할 수 없지."

"그러하옵니다."

"원한이 있는데 갚지 않으면 그 또한 군자라고 할 수 없어."(pp.262-263)


성인의 말씀을 따르며 성리학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양지는 임금이 가져가고, 괴력난신이니 미신이니 구태의연한 관습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교태전으로 몰아넣어 어리석은 여인의 역할만을 맡게 하는 왕을 '원'은 어떻게 할까. 결국 비가 오지 않으면 괴로운 것은 힘 없는 백성들이니 진짜 '원'은 여우일까, 강철일까. 그토록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자부하는 왕이나 대신들은 비를 내리게 하지 못하나. 하늘의 도는 무엇인가. 사람의 바람을 들어주고 사람의 울음을 닦아주는 것은 무얼까.


여우누이의 부모는 아들 셋을 낳았으나 자신을 돌보아 줄 딸을 원했다. 살가운 딸, 자신들을 돌보아 줄 딸. 왜 아들은 부모를 돌보지 못하나. 그리하여 딸에게 밀려난 아들들은 쫓겨났다. 집 안의 가축들은 모두 간을 빼앗긴 채 죽었고, 밤에 보초를 섰던 셋째 아들은 누이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말의 힘은 무시무시해서 여우라고 불리자 누이의 모든 행동은 여우이기 때문에로 귀결되었다. 가축들의 간을 빼 먹은 것은 누이일까? 여우라고 불려서 여우가 된 것일까?


도깨비 집터였던 경복궁엔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살아간다.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궁처럼 무섭고 권력 투쟁이 난무하는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사람이 아닐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들은 사람이었으나, 사람이 아니게 된 것일까. 


여전히 비는 내릴 조짐이 보이지 않고, 교태전은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제 신녕궁주와 강수는 어떤 진실을 마주하게 될까. 다음 권이 기다려진다.

그들은 한밤의 것들이었다. 비정상적이고 감성적이며 괴력난신인 괴물들이었다. 하나 그들은 고양이매의 비호 아래 있으니 한낮의 것들에게 꼭 진다고만은 할 수 없으리라.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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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투명 북마크 세트 (3개입) - 어린 왕자와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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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를 들고 있는 어린왕자. 여우와 함께 앉아있는 뒷모습이 너무 따뜻한 어린왕자. 달에 앉아 누군가를 추억하는 어린왕자. 자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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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궁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시공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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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2년 나경언은 영조에게 사도세자가 역모를 꾀하고 있다고 고변을 했다. 명목은 역모인데 그 안의 내용은 세자의 비행들이었다. 궁인들과 자신이 아끼던 후궁도 죽이고, 북한산성으로 몰래 놀러 나가고, 돈을 빌려서 갚지 않는 등 세자의 잘못을 영조에게 일러바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영조는 화가 났고, 세자를 불렀고, 여차저차하여 뒤주에 가뒀고 그렇게 세자는 죽었다. 임오화변이었다.


이 책의 시점은 1758년 2월. 현 의녀가 아무도 모르게 세자의 처소로 불려갔다. 그 곳엔 세자를 대신한 내관이 누워 있었고, 세자빈 홍씨가 옆을 지키고 있었다. 세자가 자리를 비웠고 세자빈은 영조 몰래 궁을 빠져나간 그의 부재를 덮기 위해 의원과 의녀를 부른 터였다. 그리고 혜민서에서 네 명의 사람이 죽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이 이야기는 세자가 자리를 비운 그 밤, 혜민서에서 일어난 살해 사건으로 시작한다. 일단 범인으로 지목된 이는 현 의녀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정수 의녀. 현 의녀는 정수 의녀가 범인이 아니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단 사실을 알았고, 세자가 궁에 없었단 사실을 알았지만 세자의 무죄를 증명할 사람을 알았고, 이 사건 외의 다른 사건까지 엮어 세자를 의심하는 종사관 어진을 알았다. 둘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서로의 속내를 떠보며 사건의 실마리에 접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수많은 억울함과 비탄과 욕망을 보고 말았다.


사실 이 사건 하나에는 여러 수많은 사건들이 숨어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사도세자가 정신이 온전치 못하며 사람들을 죽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역사적 사실이기도 하지만 더 비극적인 사실은 끔찍하게 살해당한 사람들은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누군가의 사랑하는 누군가였다는 점이었다. 


현 의녀는 자신이 엄마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했고, 아버지에게 쓸모없는 자식이라고 생각했다. 사도세자는 아버지 영조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어머니 영빈 이씨와 애착 형성을 하지 못했다.(심지어 영빈 이씨는 자신의 아들을 죽이는 데 일조했다.) 현은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미친듯이 노력하여 내의녀가 되었고, 사도세자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아들에게 유독 편협했던 영조는 결코 아들을 사랑해주지 않았다. 부모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당한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사람을 살리는 의녀가 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 살인을 저지르고 결국 아버지에게 살해당했다. 두 사람의 삶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이라는 사람들 중 한 명은 꼭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 것 같아."

  내 아버지 같네. 나는 씁쓸하게 생각했다. 어머니도. (P.68)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얼녀인 현과 한 나라의 왕이 될 적통 세자가 결코 같을 수는 없을테고, 권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지도 안다. 그리고 모든 이의 생사여탈권을 손에 쥔 왕이 내지르는 멸시와 시험은 사람의 피를 말리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신체 건강하고 무예를 즐기는, 그리하여 공부는 소홀히 하는 세자는 어린 시절부터 권력 투쟁 틈바구니에서 비호받지 못한 채 홀로 살아남아야 했던 영조가 보기에 모자라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린 세손은 너무나 영특하였고, 영조는 세손에게 왕위를 물려주기로 결심한 듯 했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아들은 아버지를 무서워했고, 이는 의대증 같은 병증으로 나타났으며 급기야는 자신이 아끼던 후궁마저 살해할 지경에 이르렀다.


사도세자는 자신의 법적 어머니인 정성왕후와도 사이가 좋았고, 큰누나인 화평옹주와도 사이가 좋았으며, 형수인 현빈 조씨와도 사이가 좋았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일찍 죽었다. 영조로부터 보호해 줄 왕실 어른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어머니인 영빈 이씨나 아내인 혜경궁 홍씨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사도세자를 미워하는 화완옹주는 영조의 총애를 받았다. 개인사로 보면 사도세자는 강박과 충동조절 장애, 공포에 사로잡힐 만했다(하지만 어떤 것도 살인의 변명은 되지 않겠지만).   

 

평범한 사람의 일탈은 그 파장이 적을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의 일탈은 수많은 사람의 생계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권력의 힘으로 많은 것을 무마할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을 무력화할 수는 없다. 한 사람의 억울함은 또 다른 억울함을 만들어내면서까지 집요하게 한 사람을 겨냥했고, 이는 어쩌면 의로운 일이라는 이름 하에 저 높은 이에게 전해졌다. 하지만 과연 이 일이 의로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실각은 누군가에겐 권력을 잡을 기회인 것이다. 그렇게 어쩌면 순수했던 목적은 불순한 이에게 이용당할 수 있었고, 어쩌면 불순한 이의 승리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모든 것을 잃을 각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선택한 현과 어진의 승리일지도 모른다. 삶은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기에. 그래서 늘 선택을 하며 사는 우리가 옳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리고 정서적으로 안온했던 이라면 그 선택이 보다 쉬울 것이고, 정서적으로 불행했던 이라면 그 선택이 잘못된 길을 가는 계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길도 바른 길로 돌아갈 길은 열려있는 법. 늘 깨어있도록 노력해야 할 이유이다.


그저 덧붙이자면, 조선 시대라는 한계와 신분 차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이를 낳지 않는 방법 뿐인걸까. 인간을 신분으로 나누어 차별하는 시대라지만 영조는 무수리 어미의 피를, 현은 기생 어미의 피를 이었으니 둘이 다를 건 또 무얼까. 


* 외국인이 쓴 책을 번역한 느낌이 났다. 잘 읽히는 것 같지만 무언가 위화감이 드는 느낌. 다른 눈으로 보는 우리 이야기 같다고나 할까. 

"의녀님, 저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궁에 들어왔습니다." - P66

나는 사라질 운명의 꿈도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 꿈을 떠나보낸다 해서 내 인생을 버린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내가 원한다고 상상했던 삶을 놓아버린 것 뿐이었다. 처음에는 상실감으로 괴로웠지만 그마저 흐릿해졌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새로운 꿈이 싹을 틔웠다. -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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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4-19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고 허주은 작가의 다른 책도 사두었는데요, 저는 이 책을 읽고서야 사도세자가 살인을 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게 어찌나 충격이던지 ㅠㅠ

꼬마요정 2024-04-19 22:00   좋아요 0 | URL
이 책 다락방 님 땜에 읽게 됐어요!! ㅎㅎㅎ 재밌었어요!!

사도세자는 왠지 억울하게 죽임 당한 비운의 인물인 것 같잖아요. 그런데 영조의 학대 때문인지 정신적으로 아주 불안정했다 해요. 의대증이라고 옷을 입으면 불안하고 미칠 것 같은 감정을 느끼는데, 이게 옷을 갖추면 아버지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라 그럴 수 있다네요. 그래서 미쳐서는 옷 입혀주는 궁인들 죽이고, 아끼던 후궁 죽이고, 심지어 혜경궁 홍씨에게마저 바둑판을 던져 눈을 다치게 했다고 하네요. 어휴... 슬프죠ㅜㅜ 왕통을 이을거면 좀 잘 자랐으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허주은 작가 다른 책도 기대돼요!!
 
[eBook] 변호사의 결혼식 Mystr 컬렉션 388
Catherine Crowe / 위즈덤커넥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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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엉망이다. 어린 시절 마을에서 함께 자란 두 청년이 서로를 미워하다 결국은 모든 것을 망쳐버린 이야기. 자신의 성공을 위해 결백한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는데 결혼식 전 죽은 그를 보게 된다. 신혼여행지에서도, 다시 파리로 돌아와서도 그를 보았다. 과연 억울하게 죽은 자가 살아돌아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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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4-04-14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꾸준히 책 읽으시고 기록하시는 요정님! 대단대단.^^ 얼마전에 의사 사무실에 클리닉을 하는데 다른 학생이 자기 남편이 주짓수(맞죠?) 하는데 하얀띠라고 해서 꼬마요정님 얘기했어요. 보라색띠라고. 그랬더니 여자가 보라색띠면 대단한 거라고. 그래서 괜히 제가 으쓱했더래요.ㅋㅋㅋ 여전히 다음 띠를 향해 운동도 열심히 하시는 거죠?^^

꼬마요정 2024-04-15 00:06   좋아요 1 | URL
라로님!!!!! 잘 지내셨어요? 너무 반가워요!!!^^ 요즘 미국에선 주짓수가 정말 핫하다고 하더라구요. 그 분은 하얀띠군요. 넵!! 저는 지금 보라색띠에 2그랄입니다. 그랄 2개 더 달면 다음 단계가 갈색띠에요. 시간이 띠의 색을 바꿔주네요. 라로 님 어깨가 으쓱했다니 저도 으쓱 합니다. 남편한테 자랑했더니 남편이 라로 님이 더 대단하신 분이라고 하네요. 제 어깨도 또 더 으쓱으쓱!! 어깨가 지붕 뚫으면 어쩌죠? ㅋㅋㅋ

라로 2024-04-15 12:44   좋아요 1 | URL
제가 졸업하기 전에 그럼 밤색을 따시는 겁미꽈??? 우와~~~~!! 기대할게요!!! 저도 열심히 해야겠어요!!^^

꼬마요정 2024-04-16 16:02   좋아요 0 | URL
우리 같이 열심히 해요!!^^
 
[eBook] 권커니, 그대여 종일토록 취하시라
김인정 / 아작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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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의 고단함을 백 번 고하면 무엇하랴. 세자의 어미인 중전이 비호하고 편 들어주는 이 없는데. 하필 역모에 얽힐 것은 무엇이랴. 친구의 옳은 일을 거들어 주려 했으나 오히려 아내의 친척들까지 죽게 만들었으니. 눈이 오면 덜 춥지만 지붕이 내려앉을까 걱정이련다. 아내는 눈이 오니 밤에 눈빛으로 바느질을 하고 도성에서 온 손님은 매화가지와 술 한동이를 두고 갔다. 강이 얼어 뱃삯이 없어도 걸어 건널 수 있어 친구를 찾았으니. 매화가 시들고 술이 식어도 마음만은 그대로여라. 그대여, 부디 안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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