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들에서 내 감정을 이입한 인물들은 누구인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는 아무래도 우리 백작님, 에드몽 단테스였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는 가여운 찌질남 베르테르였다. 하지만 파리의 노트르담에서는 콰지모도가 아닌 프롤로가 더 강렬하게 다가왔고, 프랑켄슈타인에서는 프랑켄슈타인 박사보다는 괴물에게 더 마음이 갔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에드몽을 따라다니며 휘몰아치다보면 어느새 복수가 끝나고 화해와 용서가 이루어지는 걸 보며 정신을 차리게 되는데, 계속 곱씹다 보니 의외로 메르세데스란 인물이 마음에 걸렸다. 뒤마가 남자라, 혹은 그 시대가 그러하여서인지는 몰라도 메르세데스를 너무 처연하고 모자라게 그린 것 같아서 말이다.

 

 

메르세데스는 신실하고 강단 있는 인물인데, 왜 수녀원에 가지 않았을까. 스스로 삶을 결정하지 못하고 왜 페르낭과  결혼했을까. 나는 그녀의 마음이 궁금했다. 시대가 여자 혼자 살기 어렵기 때문이라지만, 뒤마는 책에서 외제니를 독립시켰다. 물론 메르세데스가 수녀원에 들어가 혼자였다면 에드몽이 복수 따위 꿈꾸지 않고 보물들을 나눠주고 둘이 행복하게 살았을테다. 그래서 메르세데스라는 인물이 그런 식으로 그려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못내 씁쓸했다. 에드몽의 복수를 위해 그렇게 쓸쓸하게 살아가야 하다니. 무엇을 위한 속죄이며, 무엇을 위한 희생인지 모르겠다. 단 한 번만, 그 '샤또디프'에 갔더라면. 스스로 결정해서 그의 죽음을 받아들였더라면 어땠을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역시 마찬가지다. 샤를로테는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 의리로 알베르트 옆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알베르트, 베르테르 둘 다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베르테르를 사랑하는 것인지... 그녀의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괴테조차도. 그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므로.

 

베르테르가 소중히 간직하던 분홍색 끈은 주머니에 들어있다. 아무도 만지지 않았으면 하는 염원을 담고. 샤를로테가 베르테르에게 건네 준 그 순간부터 베르테르가 죽는 순간까지 그의 몸을 떠나지 않았던 그 끈은 괴테가, 예루잘렘이, 베르테르가 놓지 못한 마음이었다. 그런 사랑을 받은 로테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로테가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베르테르는 순수한 열정을 품은 채로 생을 마감했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그저 그런 소설이 아니라 고전으로 남았다.

 

로테는 알베르트와 결혼했고, 그 결혼을 파기하면 감당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그저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마음을 다잡아보고, 수없이 결정을 했다 말았다 했을 것이다. 알베르트를 사랑한다고 하기에는 너무 믿음을 강조하고 가족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베르테르에 대한 마음은... 자신이 독점하고 싶은 기분, 같이 있고 싶은 마음, 잡을 수 없기에 더 갖고 싶은 그 무엇.   

 

로테와 베르테르는 정말로 마음이 잘 통하는 한 쌍이었다. 로테의 동생들도 베르테를 잘 따랐으며, 웅장한 서사시를 서로에게 읊어주는 달콤한 관계라고나 할까. 로테는 정말 베르테르와 키스한 후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것일까. 그녀는 그를 사랑했나. 대답해 줄 이는... 어디에도 없다.

 

 

파리의 노트르담에서는 사실 큰 충격을 받았다. 프롤로가... 프롤로가 대머리였기 때문에!!! 아니, 어째서... 신부이기 때문에 옆머리를 빼고 다 밀어버린 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아아.. 대머리라니. 외곬수지만 책임감 있던, 성직자에 잘 어울리는 그 남자는 에스메랄다를 향한 연정으로 괴로워한다. 파계를 생각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했건만.. 신만을 사랑했던 그가 여자를 알지 못했기에 도리어 그녀에게 미움을 받고 만다. 그리고 페뷔스.. 남자든 여자든 외모만 보고 상대를 사랑하지 말지어다. 아름다운 에스메랄다에게 빠진 프롤로와 아름다운 페뷔스에게 빠진 에스메랄다... 그리고 드러내지 못한 채 바라만 보던 콰지모도. 사랑에 빠진 자는 못할 것이 없었으니, 콰지모도의 이 열정을 로테가 가지고 있었더라면, 아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막장으로 치달았을지도 모른다.

 

성당 벽에 적힌 '숙명'이란 단어와 춤추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프롤로가 그녀와 페뷔스, 콰지모도를 엮어 버리면서 운명의 수레바퀴는 비극으로 굴러가도록 결정되어 버린다. 사랑할 줄 모르는 이가 사랑이 넘쳐 흐르는 이를 사랑한 대가로 죄 없는 이는 죄를 받고, 죄 지은 자는 죄로부터 벗어나고, 사랑을 주기만 한 이는 죽음으로 그 사랑을 완성한다. 사실, 가장 불쌍한 이는 콰지모도가 아니라 에스메랄다가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이 만들어 낸 존재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프랑켄슈타인 자신에게 있기에 '괴물'이 너무나도 불쌍하지 않은가. '괴물'이 정말로 악하고 또 악한 것일까. 세상 천지에 자신과 같은 존재는 어디에도 없고 자신을 만든 사람은 자신을 멸시하고 두려워하고 미워하니 점점 미쳐가지 않았을까. 사람도 태어나서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애정결핍으로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남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언어조차 습득하지 못한 채, 살아남을 어떤 몸짓도 알지 못한 채 버림받은 사람인 듯 사람 아닌 사람 같은 이 '괴물'은 어떻겠는가.

 

끊임없이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졸라대는 어린아이처럼 사랑을 갈구하던 '괴물'에게 프랑켄슈타인은 증오를 퍼부었다. 자신이 만들어놓고서는 없어져야 할 존재라고, 끔찍한 실수라고 절규하는 프랑켄슈타인을 보는 '괴물'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존재를 부정당하는 괴로움과 혼자라는 외로움, 커져가는 원망으로 '괴물'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자신이 꼰 매듭은 자신이 풀어야 하겠지. 알렉산더처럼 칼로 베어낼 수 없다면.

 

버림 받은 '괴물'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자신을 만든 이를 고통의 나락으로 떠밀어 끝장내 버렸을 때, 그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모든 것이 끝이라고 느꼈을까.

 

아아.. 사랑, 사랑, 사랑.. 삶에서 사랑을 빼면 무슨 이야기가 남을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6-12-06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리의 노트르담 저 책 사두고 안읽고 있었는데 이 페이퍼 읽고나니 지금 당장 읽고 싶어져요!!

꼬마요정 2016-12-06 10:24   좋아요 0 | URL
아..지금 당장 읽으세요!!! 다락방님은 누구에게 마음을 줄 지 정말 궁금합니다. 저는 프롤로가 너무 좋은데.. 아.. 프롤로... 대머리라구요..흐흑

다 읽으시고, 꼭 리뷰 부탁드려요~^^

cyrus 2016-12-0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테의 소설 빼곤 나머진 제가 읽어보지 못한 책들입니다. ^^;;

꼬마요정 2016-12-09 13:05   좋아요 1 | URL
cyrus님~ 재미납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술 읽힌답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