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밀러를 읽으면서... 자꾸만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와 좁은 문이 떠올랐다. 왜냐고? 데이지 밀러의 남주인 윈터본이 줏대 없이 굴고,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하니까 말이다. 데이지가 좋으면서도 주변의 말에 휘둘리며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이 마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의 로체스터나 좁은 문의 제롬이 하는 행동들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로체스터는 주변 사람들의 말만 듣고 앙투아네트를 미친 여자로 몰아갔고, 제롬은 우유부단으로 알리사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윈터본은 데이지가 좋지만,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배척당하기에 그녀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바꿔놓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자꾸만 데이지에게 상처를 주는데, 정작 자신은 그걸 모른다. 상대를 상대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바꾸지도 못하고 마지막엔 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조차도 모른다. 

 

사랑은 정치가 아니다. 힘 겨루기 놀이도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고 함께 할 수 있도록 맞춰가며 서로를 믿는 것이다. 만나기 전까지 서로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 어떻게 한 사람에게만 맞춰지겠는가.

 

물론 저 책들이 살던 시대가 모두 그러한 시대였다. 지금처럼 사랑을 숭배하는 시대도 아니었고, 남녀 성역할이나, 신분의 구분이 가혹하던 시대.  나는 지금 태어나서 다행이다.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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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1-1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지 밀러 궁금해요. 저도 읽어볼래요.

꼬마요정 2015-01-19 12:12   좋아요 0 | URL
네~ 짧지만 재미있답니다. 그 재미 안에 화가 나는 부분도 있지만, 정말 제가 그 시대 안 태어난 게 다행이랄까요^^

별이랑 2015-02-0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글 읽다보니 저도 데이지 밀러 궁금해져요.

꼬마요정 2015-02-06 22:52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어찌보면 여자나 남자나 둘 다 너무 순진한 건 아니었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