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미소 - 1911년 모나리자 도난 사건
R.A. 스코티 지음, 이민아 옮김 / 시사IN북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천재라고 부르는 인물들이 있다. 여러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 사람을 빼 놓지는 않을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름만으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실로 놀라운 인물이다. 그를 지금 이렇게 만들어 준 것은 다름 아닌 라 조콘다, <모나리자>였다.

 

미술사에서 <모나리자> 만큼 신비롭고 말 많은 작품도 드물 것이다. 그녀가 누구인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그가 왜 그녀를 그렸는지, 그녀를 어떻게 그렸는지, 그녀의 미소는 어떤 의미인지... 온갖 이야기가 오갔고, 온갖 첨단 장비들이 그녀를 검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나리자>는 묘한 미소만을 띈 채 '그 자리'에 '있'다.

 

1911년 8월, 그저 예술사에서 수준 높은 그림이었던 <모나리자>를 지상 최대의 아름다움으로 끌어올린 사건이 발생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그녀가 사라졌다.

 

루브르 박물관에 있던 어떤 사람도 그녀가 사라진 것을 알지 못했다. 자그마치 24시간 동안 말이다. 카레관에 걸려 있던 <모나리자>는 마치 스스로 걸어나간 듯 자취를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그녀가 걸려있던 빈 공간을 보고 사진을 찍으러 간 것이라고 생각한 루이 베루드는 그녀가 언제 돌아올지 물었다. 그리고.. 박물관에 있던 사람들은 <모나리자>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 파리 경시청장 루이 레핀은 도난 사실을 알게 되자 루브르 박물관을 폐관하고, 프랑스 국경을 봉쇄했다. <모나리자>가 걸려있던 카레관 주변에서 빈 액자 두 개가 발견되었다. 그 날 호외로 <모나리자>의 도난이 세상에 알려졌다.

 

혹자는 프랑스나 독일 중 누군가의 소행이라고 했다. 전쟁을 막기 위해서든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서든 말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모나리자>를 보고 사랑에 빠진 청년이 그녀를 안고 나간 것이라고 했다. 어찌 되었든 <모나리자>는 사라졌고, 도둑은 그녀를 세상에 내 놓을 수 없었다.

 

우습게도 <모나리자>가 사라지자, 그녀가 있던 '빈 공간'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그녀는 여신이 되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조각상들을 훔치던 아폴리네르가 <모나리자>를 훔친 강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아폴리네르와 절친했던 피카소는 옛날 베드로가 그랬던 것처럼 법정에서 그를 모른 체 했다. 아폴리네르는 증거 부족으로 풀려났고, 그로부터 2년 뒤인 1913년 기적처럼 <모나리자>가 다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빈센초 페루자는 이탈리아 인이고, 유리공이었다. 그는 이 유명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고향으로 데려다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폴레옹에게 '약탈'당해 프랑스로 강제로 오게 되었지만, 누군가 그녀를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모나리자>는 나폴레옹이 갖고 오지 않았다.

 

어쨌든 빈센초 페루자는 법정에서든 어디서든 자신의 생각을 지켰다. 결코 자신의 뒤에 누가 있는지, 누가 조종했는지 죽을 때까지 말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페루자의 이야기를 거의 믿지 못했다. 페루자는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회화, 미술 서적을 탐독하기엔 가방끈이 짧았고, 애국자라고 하기에는 의심스러운 면이 많았다. 하지만 경위가 어찌되었든 <모나리자>는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20년 뒤인 1932년, 칼 데커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모나리자>는 어떻게, 왜 도난당했는가'란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자신이 20년 전에 카사블랑카에서 발피에르노 후작으로부터 사건의 전부를 들었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이 이야기 역시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어떤 증거 자료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사 덕분에 위조사에 길이 남을 이름이 생겼다. 이브 쇼드롱. 발피에르노 후작이 말한 <모나리자>를 위조한 인물이다. 칼 데커는 발피에르노 후작이 위작들을 팔기 위해 <모나리자>를 훔쳤다고 전했다. 물론 믿기는 어렵지만.  

 

작가인 스코티는 이 사건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루브르 박물관이 <모나리자>를 도난당한 뒤 처음 대응했던 방식, 프랑스 경찰이 개입해서 헛수고 하는 일들, 그 와중에 떠오른 용의자는 그 유명한 아폴리네르와 피카소. 그리고 계속해서 헛다리를 짚으며 사라진 <모나리자>를 찾는 일들... 그러다가 2년 뒤 이제는 신화가 되어버린 <모나리자>를 되찾고, 그 뒤에 숨어있는 이야기까지 다룬다.

 

사라짐으로 여신이 되어버린 <모나리자>. 그녀는 이 도난 사건으로 여왕의 대접을 받게 되었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그녀의 진실된 모습을 보지 못한다. 그녀는 유리벽 속에 고립되어 홀로 걸려 있다. 습도, 온도, 빛.. 모든 조건이 그녀를 위해 맞춰지지만 그녀는 더 이상 사람들과 똑바로 마주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푸랑수아 1세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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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23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에서는 '무엇'이 사라져 주면
놀라운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까요..
흠...

아무튼, 재미난 책이네요~

꼬마요정 2013-12-23 18:06   좋아요 0 | URL
음.. 우리나라에서라.. 생각하니 재밌네요 ㅎㅎ
도대체 뭐가 사라지면 놀라운 이야깃거리가 될까요??

재미나게 읽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