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오래 전, 우리 집은 친할머니를 모셨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며느리인 엄마가 시어머니를 모신 거다. 아빠는 일하러 가시고 할머니는 오롯이 엄마의 몫이었다. 할머니는... 치매 환자였다. 그 당시 첫째인 내가 중학생이고, 둘째는 초등학생, 막내는 서너 살 정도 밖에 안 되었다. 그러니 엄마가 얼마나 고생이었을까.

 

할머니는 밤이면 내 방에 오셔서 엄마 욕을 했다. 엄마가 밥을 안 준다느니, 물건을 빼앗았다느니.. 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퍽이나 질서정연하게 시간 순서 맞춰서 있음직하게 말씀하셨다. 어린 나는, 치매가 뭔지도 몰랐던 그 때의 나는 할머니 말을 철썩같이 믿고 엄마한테 할머니한테 좀 잘해드리라고 했다. 아침에 학교 가서 저녁을 먹고 집에 오던 생활을 했기에, 나는 할머니랑 같이 밥을 먹거나 할머니가 밥을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보고 말았다. 엄마가 커다란 밥그릇에 고봉으로 밥을 퍼서 담고, 소고기 미역국 한 그릇과 노릇하게 구운 조기 두마리에 김치까지 상에 놓는 모습을. 그리고 그 많은 밥과 국과 반찬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드신 할머니를.

 

이런 얘기를 들었다. 치매 환자가 먹는 밥은 귀신밥이라는 말을. 그래서 먹어도 먹어도 기억을 못한다는 거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 때 알았다. 할머니는 그 많은 밥을 다 드시고도 나나, 아빠를 보면 엄마가 밥을 안 준다고 하셨다. 괜히 내가 엄마한테 미안했다. 치매 할머니를 모시는 건 남들한테 욕 먹는 일인 것 같다. 고모나 삼촌한테 전화해서 엄마 욕을 하는 건 물론, 동네 사람들한테도 엄마 욕을 했다. 정작 당신을 보살피는 건 핏줄이 아닌 며느리인데 왜 그럴까...

 

친할머니는 그로부터 6년 있다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몇 달 전부터는 엄마를 자신 옆에 꼭 붙어있게 했다. 무섭다고, 엄마 밖에 없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외할머니 역시 치매끼가 있었다. 친할머니처럼 정신을 놓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깜박깜박 하시고 없는 말을 지어내셨다. 물론 당신은 진짜라고 믿으셨지만.

 

외삼촌 집에 놀러갔는데 할머니가 나랑 내 동생 앞에 휴지로 곱게 싼 물건을 보여주셨다. 뭔가 하고 보니 깎은 손톱이다. 외할머니는 외숙모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떡에 손톱을 넣어뒀고, 당신이 드시다가 죽을 뻔했다고 증거로 보관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외숙모도 참으로 힘드셨을게다.

 

수능을 치고 얼마 후 놀러가는 길에 넋이 나간 것처럼 보이는 할머니가 길을 물어보셨다. 진주가 어디냐고... 할머니를 경찰서에 모셔다 드렸다. 다행히 할머니는 집주소랑 연락처를 적어놓은 목걸이를 하고 계셨다. 할머니는 경찰서에 가는 내내 아들집에 가야한다고, 며느리가 구박한다고 하셨다. 경찰서에서 주소를 보니.. 우리 옆동네였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으면서 잊고 있던 이런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치매 환자는 논리정연하고 그럴싸하게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은 상상이고 거짓일 확률이 아주 높다. 그리고 적대적인 감정을 표출할 대상이 필요한 것 같다. 위 사례에서 보면 그 대상은 며느리이고, 이 책에서는 박주태이다. 내가 심리학자나 정신분석학자가 아니니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다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매일 매일 기억을 잃는다는 건 무서운 일이다. 인간에게 망각이란 꼭 필요한 거지만 모든 것을 싸그리 잊어버리는 건 저주다. 그런데 이 병은 더 무서운 것이 기억을 잊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어내기도 한다는 거다. 기억하지 못하는 '사실'을 지어내는 '사실'로 대체한다니. 간혹 알츠하이머를 신이 내린 병이라고 한다는데, 글쎄.

 

술술 잘 읽힌다. 그러면서 뭔가 헷갈리거나 뭐지 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렇다. 알츠하이머가 그런 것이다. 그러니 이제 누군가가 특히 연세 많으신 분들이 적대적인 감정을 품고 며느리를 욕한다면 조금은 의심해 볼 여지도 있는거다. 그 며느리가 잘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 분이 치매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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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은 2014-02-08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정에살인자가치매할머니을욕설에퍼붓습니다.범죄하는일해답입니다.
우리나라자살행위하지말고직장이나치매할머니폭력안됀다는참말입니다.억울속에서화가난부모를욕했는데불과가능합니다?
며느리에해선욕을없습니다.그거존재입니다.
저희할머니에서말하면안됍니다.
차라리경찰서로감옥하는지치매할머니벌받게됩니다특히충고하십시요.
저주를귀신밥에더러움썩어물러나가게됩니다.
잊지울었고거의방해려다경찰서에가셔도됩니다.사신들살해심리해드릴께요.죄송해요

꼬마요정 2014-02-10 18:04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이신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