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길의 괴짜 생물 이야기
권오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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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공간에 가두면 나중에 한계를 확장해주어도 뛰는 높이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벼룩의 이야기. 가능성을 발휘할 영역을 제한하지 말라는 비유로 많이 등장한다.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 아이들의 가능성을 나의 좁은 생각으로 가두어두면 안되지. 창의성이 특히 강조되는 과목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두고두고 마음에 담아두어야 할 이야기였다.

연수를 받으면서 들었던 코이의 이야기는 놀람을 넘어 충격이었다. 벼룩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관상어의 일종인 이 물고기는 사는 장소에 따라 몸의 크기가 달라진다나. 한데 달라진다고 하기에는 변화의 폭이 엄청나다. 어항 속에서 자라면 5~8cm, 연못에 풀어놓으면 15~25cm, 넓은 강물에서는 90~120cm 정도로 자란다고 하니. !!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느낌표가 심장 한가운데로 찍힌 듯 찡한 감동조차 일었다.

 

둘러보면 세상은 온통 놀라움 투성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 몸에서 이유 없이 일어나는 작용은 없어 보인다. 몸을 이루는 기관과 조직, 세포들의 생리를 살펴보면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적혈구의 시체가 똥오줌의 색을 결정하는 빌리루빈으로 바뀌는 현상으로부터 몸 안의 물질들은 수시로 변화무쌍하게 변신한다. 모든 활동은 생명 유지를 위한 목적을 향한다.

빈대와 이 조차 인간에게 엄청난 도움을 주는 존재로 등극한다. 흔히 볼 수 있거나 잘 안다고 착각했던 생물들의 매력이 새삼스럽다. 동식물과 균류, 하다못해 세균에 이르기까지 생존을 위한 치열함은 크기나 구조의 복잡성을 망라한다. 재미 이상의 경외감이 느껴진다.

이 책의 매력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생물학적인 전문 지식과 저자의 연륜 깊은 경험담이 조화롭다. 생명에 대한 사유와 더불어 삶을 고찰하게 된다. 빠른 속도로 읽히다가도 삶을 돌아보면서 잠시 읽기를 멈추게 만든다. 상황을 묘사할 때의 비유나 저자의 문체는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풍성한 상식과 이야깃거리를 많이 건네주는 책이다.

 

<사람은 모두 평발로 태어난다> 를 읽고 나서는 내 발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마사지해주고 싶어졌다. ‘아름다운 손은 기꺼이 남을 잡아주는 손, 다정히 남을 잡아 주는 손이 아닐까.(p62)’ <손가락을 꺾으면 소리가 나는 이유> 에 나오는 이 문장 앞에서 생물학적인 손이 아닌 행동하는 손을 생각했다.

생명을 키우고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모든 농부를 존경한다. <식물의 소리 없는 전쟁, 타감 물질> 에서는 농사나 나무 키우기는 한마디로 기다림이다.(p215)’ 라는 문장에서 농부로서의 삶에 묻은 인고의 시간들을 다시금 가늠해보았다. <미기후를 이용하는 생물들의 지혜>에서는 정녕 삶이 버겁고 팍팍하여 힘겹고 지겹다 싶으면 겨울 밭가에 나가 보라.(p222)’ 는 문장에 위안을 받았다.

과학 지식에 대한 견해가 평소의 내 생각과 일치하는 문장을 발견했을 때에는 반가웠다. ‘과학은 뱀 같아서 절대로 뒷걸음질을 못 하고 앞으로만 움직이는데 숨 가쁘게 내닫는 과학의 발전 속도에 맞추다 보면 어김없이 어제의 이 오늘의 거짓이 되고 마는 일이 쌔고 쌨다.(p88)’ 수업시간에 자주 말했었다. 지금 배우는 지식은 교과서가 편찬될 때까지의 진실이라고. 우리는 과학을 배우면서 항상 ?’ 라는 질문을 놓으면 안 된다고.

 

앎의 한계는 어느 만큼일까. 이 책을 통해 생물에 대한 앎의 크기가 커졌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코이 물고기가 떠올랐다. 어항만 했던 상식의 폭이 연못으로 무대를 옮긴 듯 했다. 나의 아이들에게도 폐에 한껏 신선한 공기가 들어차는 느낌을 안겨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내일은 먼저 코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어야겠다. 내가 먼저 틀을 깨고 넓어져야 하리라. 여전히 새로운 것을 배우는 앎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p11)’ 는 노학자의 겸손한 말을 떠올리며 넓은 강물로 옮겨간 코이를 상상해본다. 한껏 확장된 존재의 자유를 가늠하자니 문득 벅차오른다.

 

p42, 밑에서 6째줄 :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밀리미터인 직육면체에 ~ 정육면체에

p120, 9째줄 : 들어난 드러난

p140, 밑에서 3째줄 : 있는 데 있는데

p148, 밑에서 2째줄 : 들어나지 드러나지

p149, 3째줄 : 채칠 수 재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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