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마음을 살린다 - 도시생활자가 일상에 자연을 담아야 하는 과학적 이유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문희경 옮김, 신원섭 감수 / 더퀘스트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노래가 있다. 적당히 부드러운 햇살,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올 것 같고 향긋한 나무 내음이 폐까지 스미는 느낌. 이적의 <같이 걸을까>를 라디오에서 듣는 순간, 처음 듣는 노래인데도 그저 좋았다. 제목이 품고 있는 장면과 의미가 좋았다고 할까.

 ‘같이라는 말은 무언가를 함께 할 존재가 있음을, ‘걸을까라는 말은 자연의 풍경을 연상케 한다. 매연과 쓰레기 가득한 장소를 걷자고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가벼운 청유형 어미도 마음에 든다. ‘같이 걸어야 한다. 같이 걸을 수 있니?’ 라는 문장보다 같이 걸을까라는 문장은 자유롭고 따뜻하고 당당하다. 상대방이 사양해도 혼자라도 걷겠다는. 물론 이런 제안을 받은 상대가 거절할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과학적인 탐구 사례를 통해 밝힌 책이다. 임상실험결과를 근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막연하게 인식되던 장점이 선명해진다. 작가는 한 달에 다섯 시간 정도, 숲이나 거대한 자연을 접하는 것이 좋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무가 보이는 가까운 공원이나마 산책하는 게 뇌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연을 이용한 치유 사례를 보고 듣고 직접 체험하면서 처음에 세웠던 가설이 옳은 것임을 입증한다. 책의 제목 <자연이 마음을 살린다>는 탄탄한 내용 위에서 힘을 얻는다.

서술 방식의 체계성이 다소 미흡하고 전체적으로 산만하다는 느낌이 살짝 들지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더군다나 책을 읽고 나면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에 엉덩이가 들썩한다는 점에서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자연의 치유력이 놀랍다는 사실을 깨달은 적이 있다. 넷째 외삼촌이 대장암 말기이셨다. “너무 늦게 오셨습니다.” 병원에서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하고 거의 포기할 단계가 되었다. 외삼촌은 마음을 비우셨다. 퇴원하시고 절로 들어가 스님이 되셨다. 여생을 절에서 보내시고자 하는 마음이었을 거다. 친정어머니를 통해 전해 들은 일이다.

기적은 그때부터 일어났다. 기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절에서 생활하시고 몇 년 지나지 않아 당신 몸이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란다. 한참 지나서 병원에서 검사하셨는데, 의사 선생님도 믿기지 않는다며 완치되었다고 하더라나. 십 년도 넘은 일이다.

외삼촌은 지금도 건강하게 목탁을 두들기신다. 지난 5, 친정아버지께서 입원하셨을 때 오랜만에 뵀다. 일흔이 다 되어가는 연세에 어찌나 동안으로 보이시던지 표정이 너무나 평화로워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깊은 산에 자리 잡은 절, 맑은 공기, 나물 반찬과 더불어 잡다한 세속의 번뇌가 사라져서였을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자연의 치유력 덕분일까.

 

나이가 들수록 점점 하루가 소중해진다. 오늘 하루 나를 즐겁게 하려면 무엇을 할까 고민한다. ‘기분 좋은 풍경 속에서 걸으면 내게 시간이 있고 공간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p74)’ 시간과 공간이 온전히 내게 있다는 느낌.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무와 흙과 하늘과 햇살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 방법이 가장 좋을 듯하다.

우리가 하루를 보내는 방식은 당연히 평생을 보내는 방식과 같다. (애니 딜러드, p13)’ 자연과 함께 하는 하루가 켜켜이 모이다 보면 나의 삶이 그런 시간과 공간들로 기록이 되겠지.

사는 곳이 도시라 울창한 숲을 기대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일단 나가보려고 한다. ‘더 나은 해결책이 있다. 그냥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p193)’ 시간 날 때마다 밖을 둘러보고 어디든 천천히 걸어보려고 한다.

 

저는 연세 드신 분들이 손잡고 산책하시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이더라고요.”  “맞아요. 저도 그게 제일 부러워요. 나중에 그럴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러시려면 부지런히 어깨 운동하시고 빨리 나으셔서 건강 계속 유지하셔야죠.” 물리치료 선생님은 역시 기...운동이시다.

새로운 목표가 하나 생겼다. 남편에게 같이 걸을까?” 를 시도해보는 것.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서 생각만 해도 어색함이 뚝뚝 듣지만 조금만 참고 해보려고 한다. 할머니 다돼서 같이 걸을까요, 홍홍.” 이러는 게 더 어색할 테니.

작은 액션부터 도전해야겠다. 마침 이사 온 지 2년 되는 동안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공원도 주변에 있겠다, 무대는 마련되었다. 이제 주인공 둘만 등장하면 된다. 일단, 오십견을 깨끗하게 날려버리고 다리 힘을 키워야 하겠다. 당최 무릎관절이 쑤셔서 같이 걷지 못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지금부터 조금씩 걷는다면 몸도 점차 건강해질 테니. 이 책에 나온 과학적인 근거와 외삼촌의 사례에 의하면 자연의 치유력은 당첨 100%의 복권과 비슷할 것이다.

같이 걸을까요?” 아내가 말하면, 빙그레 웃으며 그럴까?” 손을 잡는 남편. 아담한 자연이 펼쳐진 공원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노부부. 희끗한 머리카락 위로 가벼운 햇살이 바람처럼 흩날리는 장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나의 빅픽처다.

 

p206, 2번째 단락 3째줄 : 연구를 보안하기 위해 ~ 보완~

p208, 밑에서 4째줄 : 높아질지리라 높아지리라

p346, 3번째 단락, 1째줄 : 복용하는 하는 복용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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