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를 잡아라! - 제7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이윤 지음, 홍정선 그림 / 웅진주니어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짝 의기소침한 모습이었다. 퇴근 후 피아노를 배우고 강을 끼고 도는 산책로를 거의 매일 간다고 했지만 그마저 썩 즐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봐. 친구에게 말했다. 학생들과 상담할 때에도 종종 해주던 말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계속 찾아보라고. 친구와 대화하는데 이 책이 떠올랐다. 도플갱어와 얼굴을 비볐을 때 사라질 듯 투명해지던 주인공의 모습이 친구와 겹쳐졌다. 투명한 외로움이 해파리처럼 물컹하게 잡히는 듯했다. 내게도 종종 머물다 가는.

 

맛있는 것도 같이 먹고 바다에 발도 담그고, 초록의 숲길도 실컷 보았다. 행복한 사진들 속에서 환하게 웃는 친구의 미소가 눈부시다. 집에 도착했다는 카카오 톡을 보내니 답변이 온다. 유붕이 자원방래하니 불역 열호아. 친구의 삶에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들기를 바라며 피곤한 몸을 뉘었다.

마음의 갈증이 완벽하게 해소되지는 않았으리라. 자신과 같은 친구 한 명만 가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외로울 때 함께 있어주고 답답할 때 푸념을 들어줄 수 있는 그런 친구, 내 마음의 어디가 가려운지 정확하게 긁어줄 수 있는 존재 말이다. 외롭거나 답답할 때마다 막연한 바람을 갖곤 했다. 조금 더 어릴 때에는 내 대신 학교를 가거나 싫어하는 일을 해준다면 좋을 텐데 하며 짜릿한 상상도 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보았을 또 다른 나. 상상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글을 읽어 내려가는 기분이 참 묘하다.

 

표제작 <도플갱어를 잡아라!>는 진정한 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돌아보게 되는 동화이다. 함께 실린 <집으로 가는 아주 먼 길>대신 로 치환하여 읽어도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된다. <지구 관찰자들>에서는 평화의 중요성을, <할아버지와 꽃신>에서는 평균 수명이 길어진 미래에서의 노인 소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집으로 가는 아주 먼 길>을 제외한 3편의 동화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바탕이 된다. 달을 보고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나 싶고, 말하는 신발에 관한 아이디어도 참신하다. 높이 평가하고 싶은 점은 동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는 주제이다. 현실에서 한 번쯤 되돌아보아야 할 화두가 선명하게 담겨있다.

 

짧은 동화를 읽으면서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이제껏 나는 시키는 대로 척척 해주는 로봇과 같은 존재를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동화 속에서 존재할 수 있는 진정한 는 오로지 한 명뿐이다. 존재로서의 는 사람들의 눈치 따위는 보지 않고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당당한 사람인가 끊임없이 묻는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 본심을 숨기고 허깨비로 살아간다면 도플갱어와 다를 바 없음을 말한다. 도플갱어에 얼굴을 비볐을 때 점점 투명해지는 주인공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온전한 로 존재하고 있나요? 라고.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사람들의 내면을 거울 속 친구로 비유한다. ‘거울 속 친구와 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건 오직 하나뿐이야. 용기, 바로 그것이지.(p123)’ 오랫동안 의식하지 못했다. 간혹 의식했을 때에도 종종 외면해왔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마지막에 실린 동화 <집으로 가는 아주 먼 길>에서 주인공 영도가 미로를 헤매는 흰쥐를 보고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는 장면도 결국 에게 이르는 여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거라 생각한다. 내게 있어 터닝 포인트는 책을 읽는 일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느린 독서 속도는 책을 내팽개치지 않고 붙들고 있게 하는 용기를 필요로 했다. 그 과정에서 글을 쓰게 되었고 내가 쓰는 글은 자연스럽게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답답하거나 외로울 때 글을 쓰면 후련해진다. 좋아하는 일은 확실히 찾았는데 요즘은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무엇을 쓰고 싶은지, 내 글이 걸어갈 장르와 방향 말이다. 짧게 쓸 수 있는 내용은 시로 표현하려 한다. 하지만 시 쓰기가 내게 맞는 길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쓰다 보면 글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어 아직도 산문이 편하지만 소설은 호흡이 길고 치밀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수필은 내 얘기를 누가 재미있어할까 싶어 아직은 시도하고 싶지 않다. 나중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게 되고 삶의 에피소드를 묘사할 기회가 온다면 모를까 나부터도 타인의 신변잡기에는 선뜻 시선이 가지 않으니까.

 

계속 나에게 말을 거는 중이다. 나비종, 너는 무엇을 좋아하니? 무엇을 원하니? 어디로 가고 싶은 거야? 거울 속의 친구를 자주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환하게 웃음 짓는 얼굴을 볼 날도 오지 않을까. 바로 그 순간을 알고 싶은 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