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종일 틀어박혀 김대식의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읽었다.

화보집처럼 만들어진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책을 처음 받고 기분이 언짢았던 책이다.

누군가는 책에 담긴 사진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고 또다른 정보를 찾아 활발한 뇌활동을 하겠지만 나같은 이는 활자로 채워지지 않은 책매무새에 마음에 주름이 가는 유형이다.

여튼 고급진 종이를 한장씩 넘기면서 읽는 김대식의 '가장 아끼는 책들'의 향연에 가슴 설렜다.

32명의 작가 혹은 저자의 책들은 김대식이 읽고, 잊어버렸다가 다시 기억한 책들로 독자를 충분히 유혹할 수 있는 책들이다.

책을 읽고나서 충만한 어떤 감정으로 한동안 여운이 맴돈다면 아마 그책은 내인생의 책이 될것이다.  

그리고 질문하는 것이다. 적절하고 좋은 질문을 내올 수 있다면 그책 역시 좋은책이고 즐거운 독서를 했을 확률이 높다.

질문을 잘 갈무리하여 주제로 삼고 질문에 대한 해석 혹은 답을 찾아가는 삶이라면 불행한 삶이진 않을 거라고 나는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32권의 대표작중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언젠가 꼭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정리해둔다. 

책들이 너무 많다. 아니, 읽지도 못하는, 읽지도 않는 책들이 너무 많다.

언젠가 읽겠지, 언젠가 필요하겠지.. 뭐 이런 구실을 대며 부지런히 구매해두기도 한다.

읽지 못하는 책들이 늘어나면서, 그러나 줄어들지 않는 새책에 대한 호기심을 어찌해보지 못한 채 책들은 여기서도 늘어가는 중인데, 이건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반복해서 몇번씩 읽을만한 책과 아직 읽지못한 책 중에서 곡 읽고 싶은 책들부터 하나씩 읽어나가는 것으로 책욕심을 줄여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다가 새로나온 책들중 고르고 골라 구입해 반드시 읽는 식으로 독서에 대한 규칙을 좀 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일단 갖고보자 보다는 일단 읽자로 바꿔야 하는거 아닌가.

.............. 수백번 마음먹어봤지만 여태 이모양인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마치 하루키의 단편 <독립기관>([여자없는 남자들]) 에 나오는 독립기관처럼, 내속에 나도 어쩌지 못하는 독립기관, 책을 읽기보다 책을 사는 지름기관이 따로 있어 그렇게 된거같다.

............. 그렇다고 내가 책을 어마무시하게 구입하는 건 아니다.

내 주머니사정이나 책을 읽는 거에 비하면 많이 구입한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을 말함이다.

어쨌든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파묻힌 거인]

"과거의 죄는 잊혀야 할까"라는 질문을 하는 책이다.

김대식이 밝힌바에 의하면 이일본 출신의 작가는 '과거에 대한 너그러움'을 보여줌으로써 일본과의 과거가 해소되지 않는 우리로서는 마음이 불편하다고 언급했다.

브리튼족과 섹슨족과의 전쟁이 끊이지 않던 시절의 아서왕전설속에는 '망각이라는 안개를 뿜어내는 용'의 이야기가 나온다.

용을 깨워 안개를 피워올리자 사람들은 과거를 잊어간다.

학살과 증오, 복수로 점철된 과거의 기억을 잊기 위해, 원한과 증오, 복수라는 연쇄를 끊기 위해 불러들인 망각의 안개를 뿜어대는 용의 존재. 원한의 과거는 잊혀져야 할까.

용을 죽이려는 섹슨족 전사 위스턴과 용을 지키려는 브리튼족의 가웨인 경, 이들을 만난 어느 노부부의 '안개'에 대한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과 이 노부부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기둥인 모양이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인생이란 계속 홑겹으로 살아가는 생일 것 같다. 나이테가 생기거나 두터워지지 못하는.

 

아서왕의 전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싶었다. 고작해야 성배와 성배찾기, 기네비에 공주와 란슬롯경과 아서왕의 삼각관계...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겨우 알고 있는 수준 아닌가.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의 제목도 아서왕의 성배전설과 관계된 것이라는 것도 최근에야 알게 됐다.

[황무지]는 또 [황금가지]와 [제식으로부터 로망스로](제시 웨스턴)까지 읽어봐야 할 긴 여정을 동반하는 책이라는 것도.

마음의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기억과 망각의 역사와 인간의 존재조건에 대해 어떻게 다루는지 이시구로의 솜씨도 보고 싶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출간예정인 [호모데우스]

인류가 이정도로까지 문명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를 찾아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창의성의 역사를 되집는 책이 [사피엔스]이고 미래를 다룬 책이 [호모데우스 : 미래에 관한 찗은 역사](2015)라고 한다.

미래의 인간은 신의 지경에 이른 전지전능함을 구사할 것이라는 예언.

신의 경지에 오를 준비들은 되셨는지..

나는 아마 그전에 인간으로 죽을 것 같다.

인류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에리히 아우어바흐의 [미메시스]는 너무나 유명한 필독서였기에 읽은 줄만 알았다, 아니 적어도 가지고는 있는 줄 알았다.

개정판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는데 내가 건너뛴 모양이다.

1946년 저작인데 현실과 진실에 대한 많은 걸 질문할 수 있게 하는 책이라고 김대식은 권한다.

미메시스의 두 계보. 현실과 진실.

 

 

 

 

 

 

 

 

 

 

 

 

 

 

그밖에 움베르토 에코의 중세에 관한 책들.

중세 1천년의 이야기.

죽음과 기호의 시대. 문명이 다시 야만으로 쇠퇴하고,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추상적인 이데올로기에 억눌리는 세상.

지금 세계는 또다른 중세로 접어들고 있는 건 아닌지 김대식은 질문한다. 중세를 그런 관점에서 다시 읽는다면 많은 걸 볼 수 있지 않을까. 중세 얘기는 이상하게 손이 잘 안가는데 중세 암흑이라는 선입견과 종교에 짓눌린 세계... 자체가 숨막히게 하는 게 있어서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는데 꼭 그럴 일만도 아니다.

 

 

 

 

 

 

 

 

 

 

 

 

 

 

 

 

 

 

 

 

 

 

 

 

 

 

 

 

 

 

이스라엘 출신의 석학 아자르(아자) 가트 교수의 [문명과 전쟁 War in Human Civilization] (2008,.국내미출간)

역사학, 정치학, 군사학, 심리학, 뇌과학, 사회학, 철학, 인류학, 고고학, 인류가 알고 있는 모든 도구를 총동원해 '전쟁'이라는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고 한다. 이스라엘 정부의 국가안보 자문위원이기도 하다는데 어느 정도인지는 봐야 하겠다. 궁금은 하다. 번역본이 나올 거라 굳게 믿는다. 

 

 

 

 

 

 

 

 

 

 

 

 

 

 

그리고 내가 언젠가 초반 읽다가 작가가 고수가 아닌 것 같다고 밀쳐놓았던 류츠신의 [삼체]

총 3부작이라는데 국내는 아직 2부작까지만 나와있다.

김대식은 아자르 가트의 책만큼이나 온갖 방면에 두루 통섭하며 다루고 있는 작가의 내공에 혀를 내두르며 코앞의 것에만 매달려 있는 자신과 대한민국을 한탄했다.

우린 정신없잖아.

박근혜 구속도 시키고 재판과정도 지켜봐야지, 대선도 치뤄야지, 대선 이후 정치도 지켜봐야지...

할게 너무 많아.

난 시민의회에 관심이 많다.

시민의회를 구성하는 거다. 의회의원들은 추첨으로 뽑는 거다. 시민의원들이 현안을 어떻게 누구의 도움을 받으며 할 것인가가 관건인데 하나씩 만들어나가면 되지 않을까.

정치권에만 맡기는 게 아니라, 추첨에 의해 뽑힌 시민의원들이 직접 법안을 만들기도 하고 정부 감시도 하는거다.

임기며 권한이며 규정들은 같이 머리맞대고 만들면 좋지 않을까.

매주 열리는 집회에서 매주 한가지씩 생각할 질문들을 제기하고 한주일 또는 몇주일 고민해서 서로 발언하는 것은 어떨까.

자꾸 광장을 감정을 배설하는 공간으로, 국회야말로 무슨 정의롭고 제대로된 이성적 공간으로 대립시키는데 웃기는 소리다.

더이상 지금의 대의제로는 개혁이 씨도 안먹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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