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경제학에 몰두하다 보니, 추워지는 날씨와 맞물려 몸도 마음도 한껏 움츠러들어 아플 지경이다. 굴러가는 상황을 아무리 주시한들, 내가 이 기회에 재산을 늘릴 수 있을 깜냥이 있는 것도 아닌데, 궁금증 때문에 온갖 어두운 소식들만 접하고 있는 내가 문득 가여워지더라.

우석훈의 [괴물의 탄생]을 보다가 마침 대충 보고 있던 박홍규의 [반민주적인, 너무나 반민주적인]을 떠올리고 니체에 대한 양극단의 견해를 앞에 두고 난감해졌다.

 

 

 

 

 

 

 

우석훈은 책 제목을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염두에 두고 지었다고 한다.

박홍규의 책은 주장은 알겠는데 읽을 맛은 없는 책이었다. 좀더 정치했으면 좋겠다.

 

 

 

 

 

 

 

여튼, 우울한 탄생설화를 보다가, 우석훈이 소개해준 책 중 눈길가는 책이 있어 도서관에서 빌어다 읽었다. 우석훈은 '부시 집권2기 미국 시민사회가 상황극복을 위해 어떤 고민을 했었는가'를 이 책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어둠속의 희망](레베카 쏘울닛Rebecca Solnit, 창비, 2006)

 

 

 

 

 

 

 

언뜻, 잘 자란 중산층 미국 여성의 아리따운 마음과 글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2004년에 출간된 이 책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신자유주의 독주가 계속되는 듯한 와중에도 전세계에서 일어난 저항의 역사를 되짚으며 어둠 속에서도 '희망'이라고 불릴만한 사항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고급스러운 책이라고 할만하다.

아버지 부시에 이어 아들 부시의 재선을 '납덩이 같은 짐'을 또다시 지게 되었다고 표현했다. 가슴이 아픈 대목이었다. 우리에게도 '납덩이 같은 짐'이 지어진 것 아닌가?

   
 

희망하는 것은 도박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미래에, 당신의 욕망에, 열린 가슴과 불확성이 암울함과 안정보다 나을 가능성에 거는 것이다.

......

희망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산다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기에, 희망하는 것은 두려움의 반대다.

......

희망은 행동을 요구하고, 행동은 희망없이는 불가능하다.

-[어둠속의 희망] 중, p.17

 
   

나는 이 책을 읽다가 또 다시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는데, 조지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이다. 주문 넣어두었다.

 

 

 

 

 

 

 

 

꼭 운동적 차원에서 희망을 되뇌여야 할 뿐 아니라 지금처럼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는 내게도 희망을 노정해야 한다는 당면 과제를 생각해보게 한다.

떨쳐나서는 게 힘드네 ... .

시월의 마지막날인데 술 약속이 있긴 한데, 그냥 일찍 귀가하여 쉬고 싶다.

도서관에서 책 몇 권 대여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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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2017-08-09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미국 여성의 아리따운 마음과 글은 대체 어떤 글입니까? 글의 내용이 아니라 여성이 쓰면 저런 묘사가 가능하다고 여기는 반지성적 코멘트에 황당해서 몇마디 남기고 갑니다-_-

포스트잇 2017-08-09 17:33   좋아요 0 | URL
반지성적이네요.
저책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뭐라 쓸 말이 없습니다.
아마 저자의 경력이나 초반 읽었을 때의 뉘앙스를 느껴서 쓴 말인듯한데..
중산층의 잘 교육받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이었을 사람이 저항 전선이 아주 강렬한 곳에서 활동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고 놀랍기도 해서 쓴 말인듯한데..

저 책 끝까지 못읽었을 겁니다. 광범위하기도 하고 감히 저 수준까지 가는 것이 아득하기도 했던 것도 같고.. 그렇습니다. 저때 당장 우리 사정이 우울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