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사랑한 골든 히트쏭




 


                                                                                                       한때 노래가 테이프에 담겨 유통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저작권이 없었기에 가수 불문하고 듣기 좋은 곡만 모아서 녹음한 불법 B자 테이프가 " 길보드 차트 " 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기도 했다.

곡 선별은 불가능했다. 테이프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테이프에 녹음된 노래 전곡을 끝까지 들어야 했다. 쿵따리 샤바라 같은 디스코 댄스곡 다음은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슬픈 발라드곡이었다. 선곡 순서에 따라 감정도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었다. 조울증 걸리기 쉬운 조합이었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우리는 그것을 << 한국인이 사랑하는 골든 그레이트 히트쏭 >> 이라고 불렀다. 단순한 히트쏭이 아니다. 무려 한국인이 사랑하는 그 ! 레 ! ! ! 히 ! 트 ! 쏭 ! 이다 보니 명반이 될 만도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런 조합(컴필레인션 음반)은 이사 갈 때 제일 먼저 버려지는 품목 1호'이다.

영화 << 마약왕, 2018 >> 를 보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올렸던 것은 한국인이 사랑한 골든 히트쏭이었다.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면면은 요즘 충무로에서 방귀 깨나 뀐다는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별 출연이라고 하기에도, 우정 출연이라고 하기에도, 깜짝 출연이라는 표현도, 형이 거기서 왜 나와 _ 라고 말하기에도 모호하다. 밑도 끝도 없이 " 갑툭튀 " 한 배우들은 이두삼과의 불꽃 튀는 " 케미 " 도 없이 갑자기 소멸하니 결국은 " 듣보잡 " 캐릭터로 전락하고 만다. 영화 << 마약왕 >> 은 화려한 출연자 구성만 놓고 보면 2018 울트라 메가 히트쏭 컴필레인 음반'처럼 보이지만 결론은 쓰레기다.

어느 네티즌의 20자 감상평을 빌리자면 이 영화는 캐비어로 알탕을 끓인 꼴이 되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 들은 모두 다 납작하다. 마약왕 이두삼은 나약왕처럼 보여지고,  정의감에 불타는 김인구 검사는 밑도 끝도 없이 정의, 정의, 정의만 외치다 보니 정의감에 물타려는 캐릭터1)로 보인다. 배두나가 연기한 로비스트 역도 마찬가지'다. 주변인의 입을 빌려  : 그녀를 가진다는 것은 세상을 얻는 것만큼이나 힘들다며 그 희소성을 강조하더니 그녀는 알고 보니 금사빠 사람이다. 그녀는 너무 쉽게 이두삼과 사랑에 빠진다.

신을 향한 나으~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어요. 당신을 향한 나으 사랑은 특, 끄으읍 !!!! 사랑이어요 ~               그녀는 낮이나 밤이나 그가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달려간다. 아아. 속절없는 부나비 사랑이어라.  영화 속에서 그들이 각자 맡은 캐릭터는 가장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특성만 가졌을 뿐 동기도 없고, 동기가 없다 보니 깊이도 없고, 깊이가 없다 보니 비극도 없다. 그들의 몰락이 비극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것은 관객이 긴장감을 완벽하게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파트 1층 난간에서 뛰어내려 죽겠다고 고함치는 영화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 2시간 20분 동안 이 깊이 없는 몰락을 지켜본다는 것은 꽤나 엿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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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나리오 초고가 만들어지면 시나리오 품평회에서 사람들이 집요하게 물고 뜯는 것은 행위의 동기'이다. 동기가 분명하면 행위는 정당성을 부여받지만 동기가 불분명하면 집중적으로 비판을 받기 일쑤'다. 이 영화에서 김인구 검사(조정석 분)는 물불 안 가리고 정의감에 불타는가 _ 에 대한 동기가 결여되어 있다(시나리오 작가는 일반적으로 이런 캐릭터의 행위에 그럴싸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하여 여동생이 마약으로 목숨을 잃었다 따위의 서사를 밑바닥에 깔아둔다).  범죄극에서 범죄자의 사연이 구구절절할수록 그를 쫓는 형사의 사연도 구구절절해야 박자가 맞는 법이다. 김인구 검사는 두께가 없고 깊이도 없어서 얇은 캐릭터'다. 이런 캐릭터가 시나리오 점검 회의에서 검열 없이 통과되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만약에 이 심각한 오류를 알면서도 영화를 제작했다면 제작진는 관객을 호떡으로 아는 것이다. 허허. 걱정 마세요. 한국 관객은 개떡같이 말해도 호떡같이 알아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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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19-02-12 1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한국 여가수 가운데 최애하는 김정미 노래 ‘바람‘이 두 번이나 틀어졌다는 거 빼곤 폭망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젠 이런 엉터리 종합세트 영화 그만 만들어졌으면 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02-12 23:16   좋아요 0 | URL
오호. 그 주제가처럼 사용되었던 노래 말씀하시는 거군요.. 다시 한번 들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