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  영 화 의  경 향 에  대 하 여  : 

 

 

 

 

 

 

 

 

 

 

 

 

저, 대림동에 살아요


 

 

 

 

 

 

 

 

 

                                                                                             영화나 그림의 경우, 감상 후 느낌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있다. 호와 불호 사이를 가로지르는 기호 ( / ) 가 삽입되어 판단을 명확하게 하면 좋은데,  불행히도 불호'이기는 한데 불호의 종류가 애매모호해서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미(美)의 반대 개념인 추(醜) 가 반드시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음매 없고 매끄러운 풀메이크업의 세계에 유혹되지 않는 이유는 울퉁불퉁한 흉터의 세계에 매혹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醜에서 발생하는 감정이 < 불쾌 > 에서 오는 것인가 아니면 < 불편 > 에서 오는 것인가를 분석해야 한다.  가령, 김지운 감독의 << 악마를 보았다 >> 라는 영화는 불쾌한 영화인가, 불편한 영화인가 ?   또 다른 영화로 이수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 << 한공주 >> 는 불쾌한 영화인가, 아니면 불편한 영화인가 ?!  내 기준에 의하면, < 악마를 보았다 > 는 매우 불쾌한 영화이고 < 한공주 > 는 불편한 영화'에 속한다.

두 영화 모두 여성 신체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다루지만 목적은 다르다. < 악마를 보았다 > 는 여성을 강간하고 살인하는 연쇄살인마를 응징하는 이야기이지만 관객이 이 영화에서 얻는 쾌감은 피해 여성의 신체를 농락하고 훼손하는 연쇄살인마의 가학'에 기반하고  있다. 그렇기에 국정원 경호 요원 김수현(이병헌 분)은 여성 신체를 훼손하는 장경철(최민식 분)을 훼방한 후 놓아주기를 반복한다. 처형을 계속 미루는 것이다. 그럴수록 피해자는 늘어만 간다. 다시 말해서 관객은 김수현과 장경철의 콤비 플레이 덕분에 더 많은 여성 신체 훼손 장면을 보며 어둠 속에서 꼴린다. 갑툭튀, 화장실 갈 때 직립보행하지 맙시다. 허허.

내가 이 영화가 매우 불쾌했던 이유는 바로 영화 속에서 묘사하는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 장면이 단순하게 쾌락을 위한 볼거리 소재로만 사용되었다는 데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포르노보다 질이 떨어진다. 반면에 < 한공주 > 에서 한공주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관객을 끊임없이 불편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가해 남성들에게 질문(비판)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이 현실을 외면해야지만 마음이 편한 관객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불편한 마음이 든다. 이처럼 재현의 윤리'가 불쾌와 불편을 나눈다.  전자는 나쁜 영화이고 후자는 좋은 영화에 가깝다.

그렇다면 영화 << 청년경찰, 2017 >> 은 불쾌한 영화일까, 불편한 영화일까 ? 이 영화에서 기준(박서준 분)과 희열(강하늘 분)이 택시를 타고 대림동에 진입했을 때 택시 운전수는 진지한 얼굴로 대림동을 조선족이 장악한 범죄 소굴'이라며 밤에는 이 거리에서 어슬렁거리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런데 택시 운전수의 말을 빌려 발화된 사운드(대사)는 연기 톤의 과장된 꾸밈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 속 내레이션에 가까워서 말의 무게에 신뢰를 준다. 이것은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무게감 있는 목소리(  :  택시운전수는 진지한 얼굴 표정과 신뢰감을 주는 저음으로 발성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과는 어울리지 않는 대목이다)에 신뢰를 부여함으로써

극에 사실성을 부여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내가 궁금한 것은 굳이 " 대림동 " 이라는 좌표를 꼭 집어서 강조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메시지보다는 오로지 흥행만을 노린 코미디/액션 영화는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드라마 장르가 아니기에 애써 사실과 고증에 힘쓸 필요가 없다. 대림동은 단순하게 지도의 좌표에는 없는 " 벼룩시장 도깨비 거리 " 따위로 대체해도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특정한 장소는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범죄 집단이 조선족( : 조선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차별화된 언어에 속한다. 후술하겠다) 이라는 설정도 극의 흐름상 대체 불가능한 설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조선족과 대림동이라는 좌표에 방점을 찍는다. 악랄한 악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대림동은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말로 악의 소굴일까, 참말로 ?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치구별 범죄 안전 등급 기준에 따르면 영등포구(대림동)는 안전 등급 4등급으로 강남구와 동급이다. 대림동이 범죄의 소굴이라면 압구정동과 청담동 가로수길도 범죄의 소굴이다. 그리고 강남세브란스 병원과 삼성 병원은 난자를 불법 적출하는 아, 아아아아아악의 소굴이다.  만약에 장소가 청담동이었다면,  감독은 자신 있게 " 가로수길은 어뤤지족의 소굴이니 밤에는 돌아다니지 마세요. 졸라 뒈지는 수가 있어요 ! "  라고 진지하게 말할 수 있을까 ? 

이 영화는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예의도 없다, 무례하며 무지하다 그리고 지역 혐오를 조성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 내가 사는 터전 " 은 이제 정치적이며 계급과 신분을 알리는 좌표이자 지표'가 되었다. 이제는 당신이 사는 동네(잘사는 동네 vs 못사는 동네)가 당신의 신분을 말해준다.  대한민국 사람은 미국에 사는 한국인을 재미 동포(미국 동포)라고 부르는데 반해 중국에 사는 한국인은 중국 동포보다는 조선족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높다. < 동포 同胞 > 에서 한자 胞 : 태보 포'가 태아를 싸고 있는 막과 태반을 뜻하는 한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단어는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매형제'를 강조한 말이다.

반면에 < 조선족 > 에서 한자 族 : 겨레 족'은 떼를 지어 사는 모양새를 강조한 말이다.  그렇기에 광범위하게 민족이라는 단어를 조합할 수도 있지만 얌체족,  장발족,  제비족'처럼 취향 공동체의 성격을 부여할 수도 있다.  이 차이를 감안하면 < - 동포 > 와 < - 족 > 의 차이'는 거주지(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겉으로는 조선족을 같은 민족의 동포라고 말은 하지만 속내는 차별화와 타자화이다. 그래서 조선족이 등장하는 한국 영화들 : 황해, 신세계, 범죄도시, 아수라, 청년경찰에서 조선족은 대부분 떼로 몰려다닌다. 아니나 달라, 이 영화에서도 조선족은 떼거지로 몰려다닌다.

<< 청년 경찰 >> 에서 조선족이 더러운 공가 바닥에서 떼지어 잠을 자는 장면은 감독의 대표적인 혐오 감정 표출이다. 웃자고 만든 영화일수록 웃지 말고 냉정하게 속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차라리 박정희나 이승만을 진지하게 찬양하는 영화는 웃으면서 흘겨볼 수 있다). 대부분의 혐오 발언은 진지하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낄낄거리는 조롱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놓치면 안된다. 일베의 언어가 대표적이다. 이런 영화일수록 성난 얼굴로 돌아봐야 한다. 같은 해에 개봉한 << 브이. 아이. 피 >>도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그는 연쇄살인마다.  젊은 여성만 골라 강간하고,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을 받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며, 잔혹하게 살해한다. 그를 국정원 요원이 쫓는다.......                         어, 잠깐 !  이 이야기는 << 악마를 보았다 >> 와 설정이 똑같지 않은가 ?   똑같을 수밖에 없다. << 브이아이피 >> 를 연출한 감독이 << 악마를 보았다 >> 의 각본을 썼으니 말이다. 하여, 하나 마나 한 논평은 생략한다. 엄지 내리고 중지 올려, 둘 다 바짝 올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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