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문을 너무나도 오랜만에 두드린다. 마치 타인의 서재문을 두드리듯이!
로그인을 하여 들어온 내서재가 너무 낯설어 순간 타인의 서재에 잘못들어온줄 알았다.
2006년은 내게 있어 아주 힘든 시기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3월에 이곳으로 이사를 하였고, 3월말에 쌍둥이를 출산하였다. 힘든 임신기간을 거쳤고, 출산한 것은 그래도 그 힘든 순간은 지나고보면 기쁜순간으로 되바꿔주기에 충분한 순간들이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내아가들을 품에 안았으니!
그다음시간들이 나를 너무 힘들고 지치게 만든다.
4월중순경에 친정아버님이 심장수술을 받으시고 큰위기를 넘기셨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좋았던 것같다.
5월 8일 어버이날에 나의 어머님이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정말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라 한달여가 다되어가는 이순간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어머님은 쌍둥이를 출산하여 퇴원한 순간부터 산후조리를 도와주셨다. 아니 병원에 가기전부터 미리 일찍 오셔서 임신한 며느리 밥을 손수 차려주시면서 나를 돌봐주셨다.
조리를 해주시면서 피로가 쌓이신 것인지? 무엇이 원인인지 도무지 알길도 없이 어머님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다.
119를 부르고 흉부압박을 하면서도 나는 어머님이 병원에 도착만 한다면 괜찮아지실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119대원이 도착하여 어머님의 모습을 보고서 이미 운명을 하신 것같다는 말도 믿지 않았다. 뒤늦게 도착한 신랑도 어머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냥 덤덤하게 따라갔었다.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암튼 그렇게 빨리 내곁을 훌쩍 떠나신 어머님은 현재 공원묘지에 누워계신다.
어머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며느리 산후조리를 해주시면서 아들집에서 돌아가셨으니 돌아가시게 한 원인이 바로 나로 인한 것같아 마음 한구석에 평생동안 응어리가 질 것같다.
나는 결혼하고 6년동안 사실 어머님 생신날에 미역국 한 번 끓여드리지 못했으며..많이 편찮으셨어도 죽도 한 번 쒀 드리지 못했다. 어머님댁에 찾아가 뵙는 날에도 나는 그저 어머님이 해주시는 밥을 얻어먹고 왔으며 어머님과 함께 산 2년이 넘는 시간에도 어머님께 제대로 밥상 한 번 차려드리지 못하고 그저 앉아서 밥을 받아먹기만 했을 뿐이며 제삿날에도 모든 힘든일은 어머님이 다하셨고, 나는 그저 어머님이 마련해 놓으신 튀김과 전만 부치고 땡이었다.
어머님은 그렇게 며느리에게 절대 일을 시키시지 않으신 분이셨다. 어쩌면 마음이 너무 여리시어 나에게 일을 하라고 시키지 못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이젠 어머님 돌아가신지 한 달이 넘고 보니 시간이 약이란 옛말을 정말로 실감하게 된다. 조금씩 조금씩 현실로 돌아오는 듯하다. 한동안은 너무나도 갑작스런 일을 당하고 보니 실감도 가질 않고, 우리집이나 시댁이나 어머님 손때가 묻은 살림살이들을 보니 어머님 생각이 너무도 간절하여 너무나도 힘이 들었었다. 꿈에도 어머님은 나타나시어 나에게 이불을 덮지 않고 잔다고 타일러주시고, 우리집 이불을 꿰매주고 하늘로 올라가야겠다고 그러시고, 내곁에 앉아 이야기 나누며 놀아주고 갑자기 사라져버린 그꿈속에서 너무 슬퍼 또 눈물을 흘리면서 꿈이 깨었더니 내눈에 실제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옛말에 시부모와 같이 산 며느리는 부모님 장례식에서 많은 눈물을 흘린다고 하더니 시집온지 6년동안 어머님과 함께 산 2년 반이란 시간동안 많은 정을 쌓았나보다. 하지만 그많은 정속에서 나는 어머님께 잘해드린 것 하나없이 못해드린 것밖에 생각나질 않으니 그것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 한동안 모든 일들이 서럽고 우울하여 너무 힘이 들었다. 어머님이 그렇게 아끼고 예뻐해 주셨던 성민이, 그리고 쌍둥이들을 쳐다보면 또 어머님 생각이 간절하였다. 더군다나 성민이가 119에 실려가는 어머님을 엘리베이터 1층에서 아버님과 맞닥뜨려 어머님의 모습을 본지라 성민이도 어린마음에 한동안 충격을 받고서 할머니는 왜 쓰러져 고개를 옆으로 하고서 눈을 뜨지 못하시느냐고, 왜 할머니는 일어나시지 못하시느냐고, 왜 하늘나라에서 우리집으로 오질 못하시느냐고....그러곤 자다가 일어나도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울어대는통에 우리부부도 울컥한 적도 많았다. 물론 내슬픔이 친어머니를 잃은 우리신랑만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또한 친부모를 잃은 듯한 느낌이다. 시부모님도 내게는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었다. 헌데 어머님이 갑자기 내곁에 없다고 생각하니 고아가 된 듯한 느낌이다. 이렇게 엄마라는 여자의 위치가 이렇게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뒤늦게 안 듯한 느낌이다.
이제 우리식구는 그런대로 기운을 많이 차려가고 있는 중이다. 아무래도 쌍둥이들을 돌보느라 눈코뜰새없이 바쁘고, 몸도 피곤하다보니 금방 잠이 들고 하는통에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같다. 물론 아버님은 아직 어머님을 못잊으시고 그충격에서 벗어나시질 못하시고 계시다. 옆에서 아버님의 힘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어릴적 외할머님을 일찍 보내시고 혼자서 외롭게 살다가 돌아가신 나의 외할아버지가 생각이 나 또 가슴이 아프다. 부부로 만나 수많은 시간을 함께 하다 먼저 떠난 반려자를 그리며 홀로남은자의 인생은 참으로 쓸쓸해보인다. 그리고 내가 만약? 이란 생각을 하게 되면 정말 끔찍할뿐이다.
지난 한 달이 꼭 일 년만 같은 시간들이었다. 지금 내마음은 내곁에 남아있는 식구들 모두 건강하게 오랫동안 남아있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이 간절하다. 그리고 마음이 어지시어 분명 좋은 곳에 가 계신 나의 어머님....그좋은 곳에서 우리식구를 지켜주시고 계시리라 굳게 믿는다. 어머님이 이승에서 고생하신만큼 부디 그좋은 곳에서는 행복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