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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밥상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10월
평점 :
요리에 관한 책을 좋아하여 한 번씩 찾아 읽다가 문득 이런책이 나오면 좋겠는데...라고 막연하게 구도?를 그린적 있었다.
요리책이지만 요리책이 아닌,
그러니까 요리레시피 보다는 요리얘기가 아닌
작가의 생각이 더 많은,
정형화된 요리 레시피가 있긴 하지만
요리하는 사람만의 특별한 비법이 더 많은,
그 특별한 비법은 나같이 요리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쉽게 따라해볼 수 있게 의욕을 솟구치게 하는,
하지만 또 비법보다는 읽는 눈이 좀 즐거웁게
음식사진도 정갈하고 예쁘게 담아 내어
내가 대접받는 듯한 느낌도 있는,
끝으로 이모든 것이 잘 버무러져
요리책을 읽고 난후 ‘음식‘ 그리고 ‘먹는다‘라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책.
그런책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
라고 생각했더니 공지영의 ‘시인의 밥상‘이 딱 그런책이었다라는걸 읽으면서 깨달았다.
언뜻 언뜻 서재에 올라오는 이 책에 관한 글들을 유심히 읽으면서 처음 든 생각은 선물하기 좋은 책이겠다!였다.
그래서 지인에게 빌려 읽은 김제동의 ‘그럴 때 있으시죠?‘를 돌려주며 어떤책을 권해야하나?무척 고심중이었는데 이책이 딱이란 생각에 서점에 들렀을때 얼른 사들고 왔었다.
읽으면서 너무 좋아 지인도 좋아할 것같아 나름 흡족했다.
작가는 시인에게서 과분한 정성이 들어간 소박한 밥상을 매번 대접받는다.시인의 겸손함으로 인해 대신 책을 내주기 위해 부러 그런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을 끝자락에 있는 작가의 말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시인이 만들어 준 밥상은 예사 밥상이 아닌 것처럼 보여 훌륭한 밥상을 대접받는 작가의 그동안 유지해온 인맥과 인격이 엿보이는 듯했다.
그래서 이젠 작가와의 경계를 허물고 좀 더 적극적으로 작가의 책을 찾아 읽어야겠다라는 생각도 했다.
공지영작가의 소설을 아주 안읽은 것은 아니지만 한 토크쇼에 출연한 작가를 본후 좀 낯설게 느껴져 좀 거리감을 두게 되었던 것같다.왜 그랬을까?
이유를 찾아도 모를일이다.
그러다 ‘도가니‘를 읽고 좀 서서히 작가에게 다가갔고,군대에서 ‘도가니‘를 읽고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감독들을 찾아다녔다던 공유의 얘기를 누군가에게 전해듣고 덩달아 공유도 좋아했다.(사실이겠지?)
‘도깨비‘를 보면서 나는 늘 ‘부산행‘보다는 ‘도가니‘를 떠올렸고 그리고 덩달아 공지영작가를 떠올렸었다.
작가들의 산문집은 작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어 좋다.
그런데 이 산문집은 작가자신 보다도 남을 더 돋보이게 하는 책이라 더 좋다.
주인공인 버들치(박남준) 시인을 위시하여 내비도의 교주님이시라는 최도사,거제도의 J,가수 진진,사진작가 숯팁...(그리고 공지영 작가의 애칭은 꽁지.)
이름들도 소박하고 선하다.
고기반찬류보다 나물반찬 특히나 산나물로 만든 반찬을 잘하는 사람이 내눈엔 최고의 요리사라고 생각되어지는데(왜냐면 내가 그런걸 못하니까!) 버들치 시인님은 척척 그런 음식들을 너무나도 잘 하시는거다.
뿐만 아니라 능이석이밥,진달래 화전,장아찌,오방색 다식,유곽등 손이 많이 가고 식당에서 먹었다면 제법 값이 나갈 것 같은 음식들을 척척 만들어 내다니 실로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그것을 직접 지켜보며 그런 밥상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은 진정 복 받은 것이다.
녹차도 직접 덖어서 우린다는 장면들은 어쩌면 입에 넣기위해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수련을 위해 음식을 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마저 들게한다.
과하지 않은 재료들로 과하지 않지만 오랜 정성으로 잘 숙성된 양념들로 재워서 내놓은 음식들은 도시라는 세상사람들속에서 상처받고 찾아온 작가의 혀를 순하게 자극하고 위를 풀어주니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만들어주는 힘이 있어 보인다.
아~그 슴슴한 밥상.나도 한 숟갈 먹고 싶어진다.
˝먼저 냄비 물이 끓으면 마른 나물을 바로 꺼낸다는 기분으로 데쳐요. 그리고 찬물에 대여섯 시간 담가놓는 거야. 그다음에 깨끗이 씻어서 건져. 프라이팬에 미리 만들어 놓은 국물, 그러니까 무,표고버섯,다시마 넣고 푹 끓인거......여기에 메루치는 안들어가요잉.국물을 나물이 폭폭하게 잠길 정도로 잘박하게 붓고 집간장하고 식용유로 볶아. 절대 빡빡하게 하면 안돼이. 나물이 젖어들도록 볶다가 거의 물이 졸아갈때 불에서 내린 후에 참기름하고 참깨를 넣어주면 돼요. 들깻가루는 죽순,표고,목이,토란대에 넣고 말이제.˝
(149~150쪽)
심원마을 나물을 캐서 주말에 장사를 하신다는 백여사님이 전수해주는 요리비법이다.
나는 이대목을 읽으면서 왠지 친정엄마한테 전화통화를 하는 기분이었다.남편은 늘 나더러 요리 레시피를 찾아보지 않고 음식을 한다고 타박을 하는데 나는 급하면 무조건 엄마한테 전화부터 했다.그래서인지 요리책에 약간 저런식으로 묘사된 요리책이 좋다.
작은숟가락 몇 큰술,섞는다,버무린다는 식의 번호가 매겨진 사진들을 보기는 하지만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아 주방에서 활용되어지진 않는 것 같다.
지금은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지만.....
대신 남편이 밖의 즐겨가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가 맛있는 반찬이 나오면 식당 아주머니에게 비법을 전수받아 오게 되었다.
중간중간 섞여 나오는 사진들이 너무 좋아 섬진강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들이 나 또한 간절한데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책으로 인해 지리산을 찾는 독자들이 많아 버들치 시인님과 최도사님이 귀찮을법도 하겠단 생각도 든다.
꽁지작가의 위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니 이렇게 유명한 작가를 친구로 둘 수 있다는 것도 그네들의 복다운 복일 수 있다.
선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우정이 오랫동안 지속되길 바랄뿐이다.
건강하게!!